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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Sabrina Oct 07. 2023

집을 파는 사람들, 그들의 소명의식과 애환에 관하여  

[일드] 집을 파는 여자(2016) & 집을 파는 여자의 역습(2019)

집을 파는 여자 (원제: 家売る オンナ) (2016) &

돌아온 집을 파는 여자 (원제:  帰ってきた 家売る オンナ) (2017) &

집을 파는 여자의 역습 (원제: 家売る オンナ の逆襲) (2019)

주연: 키타가와 케이코, 나카무라 토오루, 쿠도 아스카, 치바 유다이, 마츠다 쇼타




출처: Asian Wiki














 이 드라마는 첫 번째 시즌이 <집을 파는 여자>의 타이틀로  2016년 총 10화로 방영되었으며, 종영 후 1시간 30분의 스페셜 방송이 <돌아온 집을 파는 여자>로 2017년 방영되었고, 이후 시즌 2가 제작되어 <집을 파는 여자의 역습>으로 2019년 총 10화가 방영되었다. 어려운 수식어구도,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그냥 재미있고, 가볍게 보기 좋은, 모든 캐릭터가 미운 구석 하나 없는 드라마이다. 일본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만화식의 다소 과장된 연출 스타일에만 익숙하다면 (산겐야의 캐치프레이즈 GO!!! 와 같은 장면) 이 드라마에는 진입 장벽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다.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 마냥 움직이고 말하지만 자신의 커리어에서는 톱을 달리는 천재 부동산업자 산겐야 마치(키타가와 케이코). '저에게 팔지 못하는 집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오로지 집을 팔기 위해서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못 하는 것이 없는 캐릭터이다. 드라마 내에서 등장하는 산겐야의 각종 기행(?)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예쁜 로봇과도 같은 캐릭터를 잡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산겐야의 캐릭터성은 그녀의 드라마 내 비주얼(헤어스타일, 메이크업, 그리고 오피스룩 코디까지 어느 하나 공들이지 않은 곳이 없다)과 찰떡같이 어우러져서, 소위 말해 키타가와 케이코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시너지를 발휘한다.


 산겐야 이외에도, 테이코 부동산 신주쿠 영업소의 각자의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들이 이 드라마를 빛낸다고 생각한다.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산겐야에게 끌려다니며 부동산업의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는 니와노 세이지(쿠도 아스카), 산겐야를 제외하고 영업 실적 톱을 달리는 야심만만한 부동산 영업사원의 왕자 아다치 사토시(치바 유다이), 이 드라마의 개그를 담당하는, 미워할 수 없는 마스코트 시라스 미카(이모토 아야코)를 포함한 영업소 직원들은 드라마의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다소 우유부단하기는 하지만 온건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 야시로 다이 과장 역할을 맡은 나카무라 토오루 배우 까지도.














출처: 핀터레스트 (Pinterest)

















 나카무라 토오루 배우의 팬이라면, 아마 이 드라마는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진지하고 남자다운 역할을 주로 많이 맡는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서처럼 조금은 가볍고 힘을 뺀 듯한, 코믹한 요소를 연기하는 캐릭터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경우인지라. 나카무라 토오루 배우의 50대 필모그래피 중 <집을 파는 여자>는 그의 팬이라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매우 잘 나온 스타일링을 자랑한다. 한 회도 빠짐없이 수트를 갖춰 입고 나오는데, 촬영 당시 그의 나이를 감안해도 굉장히 관리가 잘 된 핏을 자랑한다. (같이 등장하는 다른 20~30대 남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나,  한 가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의 결말인데... 그나마 야시로 과장이 가진 캐릭터의 성격과 나카무라 토오루 배우의 연기, 스타일링이 합쳐져서 나올 수 있었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이러한 점을 인식했는지 러브라인의 구체적인 묘사도 거의 나오지 않고.) 야시로와 산겐야 둘 다 애정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결핍이 있는 캐릭터 들이라, 이렇게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특정한 직업을 다루는 일본 드라마에서 늘 강조하듯이, 이 드라마 역시도 부동산 업이라는 직업군에 대한 소명의식을 잘 보여준다. '집'이라는 개념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그러한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집'을 사고파는 직업인 부동산 업자는 어떤 마음으로, 직업의식으로 고객들을 대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큰 틀을 가진 하나의 맥락이 모든 스토리를 관통한다. 


 그리고 산겐야 마치가 부동산업을 대하는 태도는 살짝 예스러운, old-fashioned 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자신의 사생활도 거의 없이,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일과 사람을 자신의 일과 결부 지어서 생각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일에 대한 신념과 헌신'에 대한 일종의 교훈마저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직업정신에 대한 교훈은 극 중 시라스, 니와노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농담 삼아 어느 업계를 가든지 산겐야 정도의 멘탈과 헌신으로 임한다면, 해당 업계의 탑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핀터레스트 (Pinterest)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시즌과 스페셜 방송까지는 다른 여지없이, 억지스럽지 않고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루스도 켄지(마츠다 쇼타)가 등장하는 두 번째 시즌은 다소 허술한 내용 전개와 구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공들여 잘 만들어 놓은 캐릭터(산겐야, 시라스, 아다치 등)가 망가지는 것도 그렇고. 산겐야의 캐릭터 변화는, 터놓고 말해 일본 사회가 여성 커리어 우먼(특히나 기혼)에게 요구하는 고정관념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건 역시나 아다치. 시즌 1에서의 야심 찬, 살짝 영악하기도 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을 밉지 않게 보여준 아다치는 부동산 업자라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프라이드로 똘똘 뭉친 캐릭터였다. 그런 아다치의 캐릭터가 시즌 2의 개그를 위해 희생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딴판이 되어 버려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 드라마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라 두세 번 정도 재 시청한 나에게도 시즌 2는 차마 재탕하기가 어려울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저 즐겁게, 웃으며 보게끔 만든 드라마를 너무 심각한 관점으로 볼 필요도 없지 않을까. 사실 크게 눈살을 찌푸릴 만한 요소도 없다. 모든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고, 누구나 가볍게 보기 좋은 작품이다. 혹여나 일드에 입문하기 위해 시청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가볍게 웃고 싶을 때 언제나 꺼내 보는 그런 최애 드라마 중 하나인데 팬의 한 명으로서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 <집을 파는 여자>가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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