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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미뤄왔던 "제로 투 원"을 드디어 다 읽었다. 개인적으로 "하드씽"보다 "제로투원"이 더 잘 읽혔던 것 같다. 두 책 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쓴 책들이긴 하지만 "하드씽"이 조금 더 결과론적으로 들렸고 "제로투원"은 피터 틸의 철학이 담긴 이야기처럼 들려서였던 것 같다. 피터 틸이라는 사람은 참 고집도 세고 자아가 강한 사람 같다. 그래서인지, 책 내내 하는 이야기들이 다 일관성 있게 들렸다.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정말 자신의 믿음에서 나오는 이야기같이 들렸다고나 할까. 인상 깊었던 문구들과 내 생각들을 메모.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대부분 했던 일을 반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클리세 같은 이야기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인간이 하는 행동의 대부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른 인간과 소통 등)을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해왔다. 하는 방식과 채널이 달라졌을 뿐.
"기업가 정신이란 결론을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실험해보는 것을 말한다."
기업과 정신 = 실험. 많은 창업자들이 실험을 해보는 것으로 현상을 인식하는 듯하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해가며. 난 개인적으로 투자자들도 실험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
"새로운 독점기업이 활발히 나타나는 것만 봐도 오래된 독점 기업들이 혁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어느 정도 동의. 수많은 거대 기업들이 자신의 독점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기업이 나온다. 시스템적인 독점 행위는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오래된 기업들이 "못" 하는 것들이 생기기에, 새로운 기업들에겐 기회가 생기기 마련. 미국에서는 M&A가 독점행위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토론이 많다. 그에 비해 한국은 M&A가 아직은 더 나와야 한다.
"그러면 독점기업은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 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슘페터가 처음에 했던 주장과 거의 동일. 반면에 독점 기업은 혁신을 안 해도 어느 정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지기 쉬운 게 반대 주장. 작은 기업은 그에 비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할 인센티브가 존재.
"초기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사업기회로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작은 시장에서 독점하라! 멋진 말인 듯.
"단순히 경제학자들이 모르는 척한다고 해서 그 숨겨진 비밀들이 사라질 수는 없었다."
경영학 / 경제학 논문들을 읽다 보면 경제학에서는 경영 그 자체를 최근까진 인정을 많이 안 했었던 편. 하지만 최근 Nick Bloom 등이 경영에 대한 연구를 엄청 열심히 하는 중. 게다가 돈도 많은지 연구의 스케일들도 크다.
"물리학 박사들은 가장 기본적인 진실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계 박사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자신들의 연구에 엄청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최소한 한때는. 하지만 경영학 연구 이야기를 할 때는 조건이 많이 붙게 된다.. 아 이럴 때는 저런 결과가! 반면에, 임상시험 결과를 다룬 논문을 읽은 의사가 (인과관계의 끝판왕인 실험임에도 불과하고) 이 약을 처방을 자신 있게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 인과관계가 꼭 practice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내가 너무 dry 하게 인과관계가 다인 거처럼 연구를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사회과학 연구는 real-world impact가 있어야 된다고 믿기에.
"'회사 내의 모든 사람은 같은 식으로 달라야 한다'라는 간단한 핵심 원칙 한 가지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인상 깊은 문구. 팀은 같은 식으로 달라야 한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기업가들은 인간을 한물 간 폐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도울 수 있을까?'"
디지털 화폐도 그렇고 AI 관련도 그렇도 피터 틸이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대목. 7년 전에 책이 나왔으니 한 10년 전 생각인 듯한데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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