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의 마음
ADHD라도 할 수 있는 것
나에게 있어 ADHD는 늘 좌절의 연속이었다. 뭔가를 하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고, 늘 엉망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 중 하나로 수업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주었다.
툭하면 물건을 잃어 버리고 늘 덤벙 거려서 주변에서 정신 좀 차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지냈다. 무엇보다 수업 중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상상의 나라로 자주 가다보니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생님들은 늘 답답해하시거나 수업 중 딴 짓을 한다며 혼나기 일쑥였다. 내가 속한 세계의 어린 시절은 늘 활달하면서도 사차원적인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황당해하거나 어이없어 하는 모습만 떠오른다.
나는 어떻게 보면 스스로 나를 고립 시키는 존재였다. 혼자 생각에 잠겨 히죽히죽 웃고, 혼잣말을 하고, 때로는 수업 중에도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그 때 나는 그저 내가 원래 그런 줄로만 알았을뿐 그게 ADHD의 한 가지 증상인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진단을 받고 찾아보니 내 증상들이 다 ADHD의 한 가지였던 걸 생각하면 참 황당하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면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럼에도 활발할 수 있었던 내가 감사하고 대견스럽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려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글 쓰기를 잘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글 쓰기를 한다는 건 아니었고 남들보다 풍부한 글을 쓴다며 국어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백일장이나 글 쓰기 대회에 많이 참여 했는데, 동상부터 시작해 금상, 은상 등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글 쓰기 자체가 좋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예전 정인욱 복지제단에서 한 장애인 글 쓰기 대회에서 소설을 써서 대상을 탄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함으로 남는다. 내가 대상을 탔을 때 그 동안 늦게까지 소설을 고쳐 쓰고 국어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았던 것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내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그 만족감과 뿌듯함. 그게 나를 감싸며 그날 대상을 들고 당당히 엄마에게 가 보여준 건 지금 생각해도 자랑스럽다.
엄마는 내 글이 대상을 받자 놀라시며
"우리 딸 최고다!"
하고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그 상은 이모들에게도 알려져 나는 한껏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들뜬 건 다음 글 쓰기 백일장에 나가서 처참히 탄락하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그 때 난 깨달았다. 너무 칭찬을 받아도 사람은 한껏 들떠 자신의 실력을 확대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칭찬을 들어도 경계하려 한다. 내 실력보다 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글 쓰기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세계다. 이 세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구상하는 게 다 들어가가기에 늘 신중해야 한다. 요리로 치자면 내가 만든 요리가 사람들에게 맛있을지를 늘 긴장해야 하는 것과 같달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 쓰기를 하면서 언제나 진지하게 생각한다. 내 글이 과연 괜찮은 걸까 하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글. 그게 내가 쓰고픈 글이고 그런 글을 언젠가 꼭 써보고 싶다. 아직은 글 쓰기에서 한참 어린아이지만, 좀 더 글 쓰기에서 커다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은 내 글이 좋다고만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은 않음을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조금 더 많은 책을 보고, 많은 글을 써 봐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려고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그렇게 해서 나를 좀 더 성장 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도 퇴근하며 글을 쓴다. 늘 퇴근하는 동안 글을 쓰는 지금이 좋다. 블루투스 키보드의 타이핑 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언젠가 이 글들이 모여 내 글의 한 부분이 되겠지? 그렇다면 그 때는 이 글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나는 더 글을 쓰려고 한다. 내 글에서 나를 찾고 싶으니까. 앞으로도 수많은 글을 쓰겠지. 그 때마다 자만하지 않고 늘 한결 같은 내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