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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쁨을 알게 된 날

내가 처음으로 여성으로 성장한 날

by 삐약이

이 이야기는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 기쁜 이야기다. 때는 내가 초등학교 때였다. 막 몸이 2차 성징을 시작하면서 점점 예민해지던 시기기도 했던 그때 나는 처음으로 마법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웬 피가 나와 당황했지만 곧 그게 첫 마법이라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엄마는 내가 첫 마법을 하자 놀라시며

"벌써 이걸 하다니... 많이 컷네."

라고 하셨다. 그렇게 그 날은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저 평범한 하루로 흘러 가는 줄 알았고 나는 여느 때처럼 집에 와 엄마를 기다렸다.


하지만 평소 일이 끝날 시간임에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이상함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그냥 조금 늦는 가보다 싶어 기다리길 얼마나 지났을까?


"짜잔~ 우리 딸! 축하해!"


갑자기 엄마가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신 게 아닌가! 왠 케이크인가 싶어 의아해하자 엄마는 미국에서는 마법을 한 첫날 이렇게 한다며 직접 초까지 붙여 불게 해주셨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난생 처음 여자가 된 기념 파티로 케이크를 먹으며 엄마의 기쁨을 알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고 수술을 거쳐 시각장애인으로 살던 딸이 처음으로 마법을 했던 그때, 엄마는 몇 배의 기쁨을 그렇게 표현하셨던 것이다. 케이크를 직접 사 들고 오셔서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초를 불게 하시는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엄마는 그때 내가 한 명의 여자로 성장하게 된 것을 무척 기뻐하셨다는 것이다. 내가 한 명의 성숙한 여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시작됐음에 설레하셨다는 것. 그건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임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순간이 존재한다. 나에게는 그날의 케이크가, 촛불이, 엄마의 들뜬 음성과 축하한다는 말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한 케이크와 촛불은 없을 것이다.


내가 나이를 먹고 할머니가 돼도 그때 그날의 시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 자녀를 낳는다고 해도 그날의 마음을 절대 잊지 않고 싶다. 내 딸에게도 내가 마법의 기쁨을 알려주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


그때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으리라 짐작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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