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ADHD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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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비밀이 한 가지씩 있다. 나도 그 중 하나로 정신과약에 대한 비밀이 있다. 내가 먹는 약을 밝히느냐 마느냐. 그걸로 여러 번 고민 했고 밝힐 때는 확실히 밝히자는 마음으로 지내지만 막상 밝히고나면 기분이 묘하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안마사협회에서 재계약 면접을 보고 그 면접에서 약을 먹냐고 물었다. 그저 체크 사항이라고 했으나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솔직히 손을 들었다.
"저요. ADHD약 먹고 있습니다."
내 진지한 말에 면접관들은 알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정신과라는 데가 아직까지도 마음이 약한 사람이 간다, 가면 안 되는 곳이다 같은 마음들이 있어 많이 가는 사람과 참는 사람으로 나눠지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어디에 가서
"나 정신과약 먹어."
하고 말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어떨 땐 그냥 평범한 척 해야 했고 어떨 땐 어렵게 밝혀 주변인들이 놀라는 경우도 겪었다.
그래서 이런 문제 만큼은 늘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정신과에 다닌다고 다 이해 해주는 게 아니고, 오히려 더 악화 되는 사례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입원을 하거나 약을 독하게 먹으면 주변에서도 걱정하거나 의지가 약해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도 내가 ADHD를 밝힌 후 의지 이야기를 자주 듣고, 상담을 받는 것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설명하다 이제는 그냥 담담 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누구나 그렇다. 다 이해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다 받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당당하고 옳은 방법으로 살면 되는 게 아닐까? 약을 먹든 안 먹든 내가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나는 문제 없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늘 약 먹는 걸 밝힐 때 그 점을 생각한다. 나를 인정해주냐, 아니면 의지로 이겨내라며 나를 알아주지 않는냐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ADHD를 진작 의지로 이겨낼 수 있었다면 난 벌써 약을 끊고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상담도 없고 내 행동으로 고민하지 않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약을 먹고, 상담을 받았다.
내 문제를 검색해보고 AI에게 질문도 해 가며 고칠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약을 먹는다고 다 위험하진 않습니다. 약을 먹는다고 모든 ADHD인들과 정신적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건 아닙니다."
그러니 그런 시선은 거둬 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서 정신적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ADHD인들이 사회에서 더 떳떳하게 살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어제 약 먹는 걸 밝힌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원한 마음이 공존한다. 그러나 그 마음이 언젠가 밝히는데에 주저함이 없는 마음으로 바뀌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감히 이 글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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