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입원하는 날이 다가왔다. 사전에 선호하는 병실 종류를 조사하는 문자가 오는데, 당일 상황이 되어야 확정이 나기 때문에 원하는 병실을 기입해도 그대로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1인실 신청했으나 6인실로 배정받았다)
수술 전 날 입원이 이루어진다. 엄마 아빠가 오전에 ktx를 타고 서울역으로 올라오셔서, 서울역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토요일이었는데 오후 1시쯤 오라고 안내받았다. 암병원 쪽 원무수납하는데서 도착했다고 등록을 하고 몇 층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받았다. 병실은 아마 6인실 배정받을 거라고 하셔서 좌절.. 엄마와 나는 잠귀가 예민한 편이고, 수술이라는 큰 일을 앞둔 만큼 우리끼리만 있는 1인실에 가고 싶었는데.. 1인실이 날 수도 있으니 암병동 병실 쪽 올라가서 간호사 선생님에게 다시 말해보라고 했다. 우리는 6층 병실로 배정받았는데, 우선은 병실에 짐을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입원실은 환자와 환자 상주 보호자 1명만 드나드는 것이 원칙.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원무처에서 받은 환자용, 보호자용 손목 밴드의 qr을 태그 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도착을 알리고 병실을 안내받았고, 우리는 좀 일찍 와서 그런지 침대를 고를 수 있었다. (그래서 입원을 한다면 조금 일찍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답답하지 않을 것 같은 창가 침대로 골랐다. 각오는 했지만 보호자용 침대는 정말 작더라.. 나는 키가 166센티지만 체구가 그리 큰 편은 아닌데도 좁다고 느꼈다. 대충 짐을 늘어놓고 병원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상주 보호자는 1인밖에 안 되기에 아빠는 병원 근처의 호텔로 갔고 나랑 엄마는 병실로 복귀했다.
입원실로 돌아와 엄마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이 있었다. 병원 정문으로 배달도 시킬 수 있어서 쿠팡이츠로 과일도 시켜 먹었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지루할 것 같아서 노트북을 챙겨갔고, 엄마랑 그걸로 골프 채널, 드라마를 봤다. 6인실에 tv가 없기에 정말 잘 챙겨갔다고 생각했다. 엄마 수술 순서가 이튿날 아침이었기 때문에 저녁 먹고 나서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링거를 놔주셨다. 그리고 내일 이른 아침에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오라고 했고,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안내받았다.
병원의 밤은 이르게 온다. 저녁 배식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생긴다. 그러나 6인실이다 보니 커튼을 쳐두고 있어도 다른 환자분들의 이야기 소리나 기침소리, 간호사 선생님들의 점검 소리가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일찍 눕기는 했으나 엄마 수술이 걱정되기도 하고, 주변 소음이 신경 쓰여서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환자들의 혈압과 상태 체크를 서너 시간 주기로 하러 오시는데, 환자가 6명이다 보니 새벽에도 계속 소리가 들려서 그것도 신경 쓰였고. 우리 병실에 어떤 할머님은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셔서 때때로 산소마스크를 쓰셨는데, 기침 소리는 둘째치고 진짜 저러다 큰 일 나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더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 간병인 분이 계셨는데 새벽에 간호사 선생님과 언쟁하는 소리도 들려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 환자보다 보호자인 내가 긴장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새벽 중간중간 간호사 선생님이 엄마의 혈압 등 상태를 보러 오셨고, 원래 아침 8시 좀 넘어 수술이었는데 수술 교수님이 해외의 학회 갔다 오시는 것인지 비행 편이 예상보다 늦어져서 수술 시간이 밀린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게 새벽 4시 정도였을 듯.. 사실상 수술 전날에 보호자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게 되는 것 같다. 멀뚱한 정신으로 있다 보니 해가 뜨고.. 엄마도 주변이 소란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잠을 설치신 듯. 이른 아침에 엄마는 항생제 수액을 꽂았다. 그리고 안내받은 6시에 수술 전 안내를 들으러 갔고, 간호사 선생님이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설명해 주셨는데 너무 무서웠다. 물론 환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말씀해 주시는 거겠지만, 상냥한 목소리로 무서운 소리를… 사전 검사로 수술 부위를 정했지만, 막상 열어보면 상황에 따라서 더 많이 제거해야 할 수도 있고 임파선 전이 등 세부 사항은 수술을 실제로 들어가 봐야 자세히 알 수가 있다고. 부갑상선을 건드리거나 성대를 건드리거나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경우의 수.. 엄마도 나도 그 설명을 듣고 보니 ‘수술하고 싶지 않아 졌어요ㅠㅠ’ 소리가 저절로 나와서, 선생님이 이건 만에 하나의 상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안내드린 거고 환자분 수술은 잘 끝날 거라고 말해주셨다. 하지만 무섭다고요.
이윽고 아빠도 병원에 도착하시고. 수술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뛰어오시더니 특실 하나가 비어서 원하시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특실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계속 6인실에 있으면 도저히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아서 이동하겠다고 했다. 엄마가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시면 아빠와 내가 짐을 이동시키기로.
곧이어 수술실 이동하자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고 엄마는 휠체어에 앉아 수술실 쪽으로 이동했다. 나와 아빠도 따라나섰고, 수술실 앞에서 헤어지는데 눈물이 나려고 해서 혼났다. 의사 선생님은 큰 수술 아니고 잘 될 거라 말씀해 주셨지만, 수술은 수술이고 전신마취를 하는 거니.. 엄마도 눈물이 고이셨는데 눈을 마주 보면 나도 펑펑 울 것 같아서 ‘잘하고 오세요!! 하고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경상도 남자인 우리 아빠는 옆에서 엉거주춤 서 있었고. 울면 안 된다 100번 되뇌어서 기적적으로 눈물이 멈추었다. 내겐 병실을 옮겨야 하는 중요한 미션이 있다고! 등록된 보호자에게는 문자로 환자의 수술 현황이 안내된다. 마취실로 들어갔다거나, 수술이 끝나서 회복실로 들어갔다거나. 그래서 반드시 수술실 앞에서 대기할 필요는 없다.
6층으로 돌아와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특실 b로 배정받았는데 문 열고 들어가 보니 전망도 좋고 너무나도 쾌적했다. 일단 환자 침대도 조금 더 컸고, 보호자가 누울 수 있는 소파도 6인실의 보호자 침대보다 컸다. tv와 테이블도 있었고, 세면제품과 물병, 티슈가 들어가 있는 어메니티도 받았다. 수건도 하루에 2개 주고 하루 한 번 직원분이 청소도 해주신다. 비용이 너무 비싸긴 하지만, 엄마가 들어놓은 보험 덕에 커버가 될 듯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정말이지 이번에 엄마가 암보험을 제대로 들어놓지 않았자면 이렇게 수술을 받기도 힘들었을 거다. 엄마는 로봇 수술을 받으셨는데 로봇 수술 특약도 해두어서 비용 보전이 되었고, 진단비 등을 다 받을 수 있게 해 놔서 특실 비용도 부담이 덜했다.
무엇보다 특실은 우리 가족만 있을 수 있어서 편했다. 아빠와 앉아서 기다리는데, 왠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 나는 수술 대기실로 내려가 왔다갔다거렸다. 수술 대기실의 전광판에는 엄마 이름 옆에 수술 중이라는 안내가 떠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듯 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아빠가 엄마 수술 끝나기 전에 밥 먹고 오자고 하셔서 점심도 먹고 왔다. 엄마 수술 언제 끝날 지 몰라서 둘이서 국밥을 거의 마시고 옴.. 그리고 6인실 있을 때 씻지를 못했어서, 엄마 돌아오기 전에 후다닥 샤워도 했다. (환자가 수술실 들어가면 그 사이에 보호자는 식사하고 씻어두는 게 좋다. 환자가 수술 후 복귀하면 계속 환자를 주시해야 한다) 그렇게 긴장해서 다리를 덜덜 떨면서 기다리고, 엄마가 수술실 들어가신 뒤 2시간여 지났을 때 수술 끝나서 회복실에 있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회복실에 있다가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실까지 환자를 데려다 주기 때문에 보호자는 병실에서 기다리면 된다.
곧 마취가 덜 깨서 얼떨떨한 엄마가 침대에 누워서 들어오셨다. 환자가 전신마취를 했기 때문에 잠들지 않고 계속 심호흡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계속 말을 걸어주라고 했다. 찾아보니 마취 가스가 폐에서 빨리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잠들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엄마 손가락에 심박수 재는 기계가 달려 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은 연결된 기계에 숫자가 95 밑으로 안 떨어지도록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와 아빠는 있는 주제 없는 주제 다 꺼내서 수다를 떨었다. 아빠가 평소답지 않게(우리 아빠는 평소 정말 말이 없다) 계속 큰 소리로 말하시는데 거기서 사랑이 느껴져서 또 뭉클했다.
내가 잠시 물을 사러 자리를 비운 사이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 잘 되었다고 설명을 해주고 가셨다고 한다. 전이된 것도 없었고 종양 두 개 잘 제거하셨다고. 나도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타이밍 한 번 참… 참고로 우리 층 휴게실에 자판기가 있었고, 그 자판기에 생수를 팔고 있어 유용하게 이용했다.
수술 후 통증이 있을 것이기에 진통제를 수액으로 맞았지만, 수액 다 떨어지고 나서 아프면 진통제를 또 드릴 테니 꼭 말하라고 하셨다. 엄마는 처음에는 졸리고 아파서 힘들어 보였지만 저녁 즈음 되니 기운을 차리셨다. 다행히 목소리도 잘 나왔고. 엄마 회복하는 걸 보고 아빠는 다시 김해로 내려가셨다.
나는 잠을 잘 못 자서 뭔가 멍한 상태였지만 수술 당일만큼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군기가 바짝 들어서 피곤한 줄도 몰랐다. 밤 9시 정도 되니 엄마는 잠이 드셨고 나도 소파 베드에 누웠다. 그리고 3시간마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벌떡 일어났다. (누가 올 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우리 뿌꾸의 고충을 알 것 같았다…) 혈압과 몸에 꽂은 배액관도 체크해 주셨는데 문제없다고 하셔서 안심했다. 퇴원할 때 즈음 배액관에 차는 양이 기준선 이하여야 한다고 해서 배액과 체크 때마다 나도 유심히 관찰했는데 첫째 날 대비 둘째 날 절반 이하로 떨어져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튿날부터는 눈에 띄게 엄마가 활기를 찾으신 듯했다. 식사도 잘하시고. 가볍게 산책도 하기 시작했다. 수술 절개 부위가 크지 않고 갑상선 전체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반절제여서 회복이 더욱 빠른 듯도 싶었다. 엄마는 병원밥을 드셨는데, 의사 선생님이 먹는 거 특별히 가릴 필요 없다고 하셔서 병원 편의점에서 매 끼 샐러드를 사 와서 같이 먹었다. 근데 병원밥은 맛없고 비싸.. 피자가 너무 먹고 싶어서 한 번은 피자를 시켜 먹었다. 과일도 종종 주문해 먹었다. 병원에서 아무것도 못하다 보니 그런 소소한 낙이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무리하면 안 되기에 주로 병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tv에 넷플릭스 연결이 되어서, 내 넷플릭스로 김 부장 시리즈와 태풍상사,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같이 봤다. 환자 점검하러 오신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 TV에 넷플릭스가 연결되냐고 놀라셔서 머쓱.. 어떻게든 재밌게 지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랄까.. 환자에게는 잘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할 듯 해, 재밌는 거 보고 조금씩 산책하고 병원이 시키는 대로 잘 따랐다.
퇴원 전 날 밤에는 달이 아주 크게 떴다고 해서 엄마랑 달 구경하러 병원 정문 밖으로 나갔는데 건물에 가리는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달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한테 말하니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이게 달 사진인지 뿌꾸사진인지. 웃을 수 있었다.
4박 5일의 입원 후에 집에 가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선생님이 공언하셨는데, 정말로 그때 즈음 회복이 거의 다 되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 처치실 가서 배액관을 뽑았고 수술 부위가 벌어져 있기에 본드로 붙여주셨다. 본드는 저절로 떨어진다고. 집에 돌아가서는 샤워해도 되지만 가급적 일주일 정도 동안은 물이 잘 안 닿도록 수건이나 거즈를 덧대고 가볍게 씻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3주 뒤에 외래 진료를 잡아주셨다.
갑상선 암수술도 하고 나면 환자 체력이 훅 떨어진다고 해서, 제대로 회복하기 위해 엄마는 집 근처의 한방요양병원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밥 하거나 청소하거나 하는 가사 노동도 힘에 부칠 것이기에. 이번 엄마의 수술로 많이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깨달은 것이 있다. 건강검진을 꾸준히 잘 받을 것. 보험을 잘 들어 놓을 것, 특히 암보험과 실비보험. 암보험도 수술비뿐 아니라 진단비 등 다 보장되도록 들어놓을 것.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
병원 생활을 하면서 엄마와 4박 5일 동안 내내 붙어 있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서울, 엄마는 김해에 살아서 내가 집에 내려갈 때만 같이 지냈는데 오랜만에 엄마랑 계속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있으니 입원해 있는 나이가 아주 어린아이들도 많았고, 힘들어 보이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아무쪼록 환자분들이 잘 치료받고 잘 회복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도 건강이 최고니,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