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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an 10. 2018

애플 뮤직

10 Jan, 2018



최근에는 넷플릭스, Pooq, 벅스뮤직 등의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포토샵, 에버노트와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구독형 서비스가 늘고 있다. 그에 따른 편의성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갑이 얇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구독하는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애플뮤직이다. 이전에는 방송을 보기 위해 Pooq이나 olleh TV 등을 구독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다 볼 시간도 없어 해지한 상태다. 구독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만 남겨둔 것이다. 많이 이용한다고 해도 넷플릭스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시청하는 것이 전부고, 팟캐스트를 들어야 해서 음악을 많이 듣지도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애플뮤직을 구독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큐레이션’ 


개인적으로 음악은 취향 말고는 아는 게 없는 수준이라 매번 듣던 노래를 다시 듣는 것을 즐기던 편이었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라디오 같은 곳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이 좋으면 해당 가수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한계가 생긴다. 제자리 점프를 아무리 해봤자 더 멀리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런 나의 편협한 음악 생활을 도와줄 이로 고른 것이 애플뮤직이다. 


2016년 불현듯 한국에 서비스되기 시작한 애플뮤직. 그전에는 벅스나 네이버 뮤직, 멜론 등을 전전하며 음악을 들었다. 그때도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주로 들었고 업체에서 서비스해주는 추천 음악이나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음악을 듣는 폭은 넓어질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성에 차지가 않았다. 무드나 환경에 맞는 플레이리스트, 혹은 온갖 수식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내가 원하는 음악이 없었다. 고대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도 아니고 몇 번 실패를 거듭하니 그들이 권하는 플레이리스트, 즉 큐레이션에 믿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애플뮤직이 처음 나왔을 때, 선택 기준도 큐레이션이었다. 사실 애플뮤직이 한국에 상륙하기 전, 해외 계정으로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어서 애플뮤직 플레이 리스트엔 어느 정도 신뢰가 있는 편이었다. 유저들의 말에 따르면 같은 음원 서비스를 하는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이 최고라는 의견이 많지만 아직은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애플 뮤직의 큐레이션은 좋아하는 장르와 가수를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게임을 하듯 원안에 담긴 장르와 가수를 ‘픽’하면 애플 뮤직은 그에 따른 추천 리스트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 여기까지는 실망이다. 고작 클릭 몇 번으로 내 취향을 정확히 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단 그들이 추천한 음악을 재생한다. 그리고 괜찮은 음악에 ‘하트’를 남기고 너무 좋다 싶으면 해당 가수를 팔로우하거나 앨범 전체에 ‘하트’를 남긴다. 그리고 별로인 음악은 과감히 패스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의외로 멍청한 편이라 우물쭈물한 주인보다는 단호박 주인을 좋아하는 법이다.)그렇게 하다 보면 며칠 후, 3개의 메뉴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My Favorites Mix’, ‘Chill Mix’, ‘New Music Mix’ 이렇게 세 가지 메뉴인데 이는 ‘For You’라는 탭에 가장 위에 있다. 말하자면 애플 뮤직을 켜면 보이는 가장 첫 화면에 나를 위한 세 개의 리스트가 생긴 것이다. 이 리스트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류를 나눠 전하는 플레이 리스트로 주기적으로 교체가 된다. (물론 교체가 되더라도 중복으로 포함되는 음악은 있다) 

이 리스트를 한 주간 들으며 마찬가지로 좋은 음악에는 ‘하트’를 싫은 음악을 패스 하다 보면 다음 주에는 더욱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내게 전해준다. 다시 말해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자신의 취향만 알면 내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음악,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애플 뮤직의 서비스인 것이다. 


결국 애플뮤직을 비롯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음원을 듣는 행위에만 구독료를 지급하는 것이 아닌것이다. 전 세계에서 흐르는 음악에 매일 귀를 쫑긋 세워 골라낼 시간이 없는 우리에게 대신 그 일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취향에 따른 추천이 기본이기에 취향을 벗어나는 음악을 만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지금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앞으로도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는 범위를 점점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음악, 영화, 드라마, 소프트웨어, 반찬, 꽃, 셔츠까지... 온, 오프를 가리지 않고 큐레이션 서비스는 실제로 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끝. 그곳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큐레이션 플랫폼일까? 큐레이션에 담긴 어떤 것을 생산하는 아티스트일까? 그도 아니라면 큐레이션 서비스로 단련된 뒤 스스로 큐레이션을 만들 수준에 오른 이용자들일까. 현재까지 스코어는 분명 어느 한쪽이 앞서나가고 있어 보이지만 그것의 유효기간은 어쩌면 한 달.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방심하거나 본질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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