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버려두었던 브런치에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것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분노와 억울함과 슬픔 같은 것들이 내 밖으로 어느 정도 뿜어져 나와서 길게 쓸 말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중간에 그런 마음이 안 들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쓰지 않았던 건 긴 호흡으로 글을 쓸 만큼 내가 여유롭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게 많은 기분이었다.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그런 걸 의식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기승전결 딱딱 맞춰 모든 걸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꼈다. 나도 참 자의식 과잉이다. 누구를 의식하는 거람.
다시 돌아온 건, 앞에 적은 이유들과도 관련 있다. 다시 쿨타임이 차니까 구구절절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는데 뿜어낼 곳이 없었다. 사실 지금 글 쓸 시간에 자야겠지만 잠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은 말들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 남 의식 안 하고 글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익명의 공간에 부끄럽고 미숙하고 징징거리는 글 잘 써와서 좋았잖아.
매거진 주제에서 뻔히 보이지만 나는 이제 아기가 있다. 임신과 출산을 넘어 8개월째 육아 중이다. 육아일기 써보고 싶었는데 뒤지게 힘들어서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이제 좀 살만해졌나? 그건 아니고 죽고 싶은데 아기가 있어서 못 죽겠으니깐 살려고 다시 써본다. 이런 이야기 남편한테 하니까 너무 무서워하길래 인터넷에 쓴다. 무서운 분들은 안 읽으실 테니깐.
제 글은 육아하다 죽고싶어진 애엄마가 살아보려고 쓰는 글이니깐 무섭고 불편하고 힘드시다면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