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9.
오전 8시 반. 아침 육아를 해주는 남편 덕에 늦잠을 잤다. 남편도 오늘은 오래간만에 7시에 일어난 아기 덕에 아침 육아를 조금 늦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니 아침 기상시간도 늦춰지는 듯하다. 베이비타임 어플로 아기 기록을 살펴보니 우리 아기 아침부터 시원하게 응가도 잘했다.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 2-3번 대변을 본다. 그때마다 물로 씻기는 일이 힘들긴 하지만 분유만 먹을 때는 2-3일에 한 번씩만 대변을 봐서 변비에 마음 졸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기가 8시 45분에 첫 낮잠을 잤다. 낮잠 횟수가 줄어서 한 번 잘 때 길게 자도록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우리 아기는 안거나 토닥여 재우는 게 통하지 않아서 스스로 잠들고 잠을 연장하도록 하는 게 참 어렵다. 오늘은 아주 오래간만에 낮잠을 길게 자 주어 2시간의 자유시간을 얻었다. 그동안 남편이 아침 겸 점심으로 갈치조림을 해주어 여유로운 식사도 할 수 있었다.
11시 반에 문화센터 수업이 있어 이유식과 분유를 먹이고 가기 위해 아기를 10시 50분에 깨웠다. 문화센터 아니었으면 더 재웠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이유식을 막 먹이려던 차에 문화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강사님 사정으로 1시간 미루게 되었다고. 아까워! 더 재울걸! 하지만 푹 재운 거에 만족하고 천천히 준비해 나왔다. 나오면서도 문화센터 안 미뤄졌으면 카페 갈 시간도 충분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아쉬웠다.
요즘 옷 갈아입는 걸 싫어해서 외출복 입히기 전쟁을 치른 뒤 12시 20분에 남편과 아기를 문화센터에 보냈다. 나는 40분의 자유를 얻었다. 오늘은 8회 차 수업인데 남편이 가는 건 두 번째다. 어정쩡한 시간이 남았지만 나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어딘가. 근처 공원으로 나가 맑은 날씨를 오롯이 혼자 즐겼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자유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이 놀 사람도 없고 자투리 시간이라 뭔가를 할 수도 없지만 날씨라도 맑아서 어딘가.
오후 1시. 문화센터가 끝났고 아기는 이제 수유 텀이 돌아오지만 날이 너무 좋아서 그냥 돌아가기 싫었다. 남편도 아쉬운지 20분 거리 공원에 가자고 했지만 그러면 돌아오는 길 아기와 전쟁일 것 같아 7-8분 거리로 타협했다. 겨우 50m 정도 걸었을까, 늘어지는 아기 모습을 보고 얼른 다시 집으로 향했다.
간식과 분유를 먹이고 대변도 한번 더 씻겨주고 3시에 드디어 두 번째 낮잠을 잤다. 이번에도 얼마나 고마운지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잤다. 그런데 일어나서 배가 많이 고팠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유식과 분유 먹는 내내 눈물로 30분간을 보내다 보니 낮잠 시간에 충전한 에너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저녁은 아기 재우고 먹자 남편과 합의를 보고 다시 응가 치우기, 배달 온 이유식 소분하기, 아기 식기류 설거지하기, 목욕시키기, 마지막 수유하기, 밤 기저귀 입히고 재우기까지 다 하고 나니 7시 반. 그제야 9시간 만에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내가 아기 보는 동안 남편이 전복도 굽고 새우도 데친 덕에 따뜻하고 든든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 일을 하자. 장난감을 닦고 매트를 닦고 아기 설거지도 하고 트레이에 기저귀와 손수건을 채우고 분유와 기저귀 택배를 뜯어 정리하고 기저귀 쓰레기통을 비우고 건조대의 아기 빨래를 걷어 정리하고 나면 9시. 아기 침 냄새와 분유 냄새 내 땀냄새가 섞인 몸을 씻고 아기 목욕용품들도 정리하고 나면 9시 반.
남편이 없는 날엔 자유시간이 30분뿐이지만 내일도 남편이 같이 있으니깐 둘이서 서로를 믿고 좀 더 늑장을 부려본다. 오늘 찍은 아기 사진과 영상을 보며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고 사진 공유 어플에 아기 사진을 올려 양가에 자랑도 좀 하고 sns에 사진 좀 올려볼까 뒤적이면서. 다시 내일은 조금 수월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