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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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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Oct 20. 2022

3. 어린이집 고민

우리 아기는 올해 2월생이고 지금은 만 8개월이다. 아직 어린이집을 고민하기에는 많이 어린 나이지만 나는 내년 3월에 복직 예정이다. 이유야 뻔하다. 돈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내년 가을쯤 입주예정인 분양받은 집 때문이다. 청약 당첨이 되었을 때 둘이 열심히 모아서 집값을 마련해야 했는데 올해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내가 돈을 썩 잘 버는 편은 아니었지만 육아휴직수당을 받아보니 내 월급이 그리웠다. 꼴랑 100만 원도 안 되는 수당과 남편 월급으로는 육아와 저축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한 순간에 우리 가족의 삶이 팍팍해지는 일이었다. 입은 하나 늘었는데 버는 사람은 하나 줄었으니까. 특히 이유식 시작하니까 아기 식비가 어른만큼 들더라. 대출 없는 자가가 있었다면 이런 고민 안 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좌절감에 숨이 턱 막힌다.


그래서 육아휴직 1년을 채우기도 전인 3월에 복직을 신청했다. 겨우 돌 지나고 본인 의사표현도 못 하는 아기를 돈 문제 때문에 희생하게 만든단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린이집 또한 3월이 새 학기라 이때 안 보내면 자리가 언제 날지도 모른단다. 그리고 아기는 어린이집에 가려면 적응기간을 거쳐야 한다는데 3월 한 달 정도는 보호자가 아기 적응을 도와줘야 한단다. 내가 휴직을 연장하거나 아니면 남편이 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뭐 아마 지금처럼 남편에 비해 쥐꼬리 월급인 내가 휴직 연장을 하게 될 확률이 높겠지. 그러면 직장 눈치를 보며 복직이 미룬 나는 가면 돌아갈 자리가 없거나 어정쩡해서 아마 옴팡 고생을 할 거다.


복잡한 마음을 안고 어린이집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지인이 한 마디 했다. ”그런데 온도야, 지금 10월이야. 어린이집 상담은 10월에 끝내야 한단다…? “ 그래, 생초짜 우리 부부는 어느 어린이집을 보낼 건지도 10월 초까지 못 정해놨던 거다. 아예 몰랐다기보다는 선택의 순간을 최대한 유예하고 싶었던 거다. 다행히 우리는 지방 소도시, 그것도 어린이집이 크게 밀리지 않는 주거지역에 살고 있어서 겨우 12명 뽑는 어린이집의 대기번호 60번이 되는 참사는 막았지만 발품 팔 시간은 확실히 부족했던 거다.


부랴부랴 집 근처 어린이집 6-7개 중에 지인 추천과 놀이터 추천(모르는 엄마들에게 어린이집 어디 괜찮냐고 물어보기)을 거쳐 후보군 3개를 꼽았다. 맞은편 아파트에 생긴 신설 국공립 어린이집, 옆 단지에 있는 가정어린이집, 우리 집에서 3분 컷 민간어린이집까지.


오늘까지 전화상담과 방문상담을 모두 마치고 나니 마음이 더욱 싱숭생숭해졌다. 대기가 밀리는 곳은 역시 시설도 인력도 만족스럽지만 3월 새 학기에 아기를 보내야 해서(아예 못 보낼 수도 있음) 부부 둘 중 하나는 휴직이 필수란 점, 대기가 넉넉한 곳은 역시 시설도 인력도 넉넉하지 않지만 아기를 미리 보내서 적응기간을 가진 후 복직이 바로 가능하다는 점. 장점과 단점이 너무 확실해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아쉽겠지. 돈 때문에 복직을 선택했지만 아기를 기관에 보낸다고 썩 여유로워지는 게 아닌 기분은 내 착각인가?


벌써부터 아기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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