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기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도 Oct 21. 2022

4. 일상 기록-2

2022.10.21.

이유식 먹을 때 중반 넘어가면 짜증이 많아져서 수저로 물을 줘 봤다. 방긋방긋 웃으며 잘 먹었다. 전엔 빨대컵으로 해도 안 먹고 수저로 줘도 주르륵 뱉었는데 좀 컸구나.


이유식 먹이고 입과 손을 씻기면 손에 묻은 물로 바닥을 쓱쓱 한다. 토를 할 때도 바닥에 문질러 보고 이유식 먹다가 흘려도 쓱쓱쓱 문지른다. 덕분에 내 일거리만 늘어난다.


원통형 딸랑이를 식탁의자에서 떨어뜨렸는데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 신기한지 주워주니까 계속 굴려본다.


어제는 간접조명만 켜 두고 있으니깐 혼자 뭘 잡으러 다니길래 자세히 보니 자기 그림자를 잡으러 다니는 거더라. 그리고 그림자 맛을 본다며 바닥에 입도 대 본다. 그림자 맛은 어땠니?


전자 체중계에 자꾸 손을 짚거나 쾅쾅 두드리는 걸 그냥 흘려보고 지나갔는데 남편 말이 거기 뜨는 숫자를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한다. 다시 보니 자기 무게로 전자 체중계를 켜고 숫자 바뀌는 걸 구경도 하고 숫자 맛도 본다며 입을 가져다 대더라, 앞으로는 저기도 닦아둬야겠다.


낮잠을 두 번 밖에 안 자는데 짧게 자면 너무 아쉽다. 잘 관찰해보니 짧게 자고 일어날 땐 배가 고파서 그러나 보다. 자고 싶어 할 때 짜증이 많으면 먹을 시간이 다가와도 재울 때가 있었는데 잠을 짧게 자느니 짜증을 좀 견디고 배불리 먹여 재워야지.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를 갈아입힐 때마다 전쟁이다. 짜증내고 울고 소리 지르지만 날이 차니까 긴 상하복을 입혀야 하는 게 너무 지친다. 여름엔 민소매 바디수트를 입혀서 편했는데. 하지만 그땐 에어컨 때문에 감기, 중이염, 땀띠 전쟁을 하던 중이라 늘 곤두서 있었지. 덥고 추운 날씨를 죽여버리고 싶다. 그리고 내 기술 좀 늘었으면 좋겠다. 저번에 애 둘인 내 지인은 슬렁슬렁하는 거 같아도 우리 아기 휘리릭 잘 입혀주던데.


오전엔 약간 배고플 때 재워서인지 40분 컷이었는데 오후엔 잘 먹여서 재우니 세 시간이나 잤다. 덕분에 나도 침대에서 좀 졸고 웹툰도 보고 브런치에 글도 쓴다. 그런데 언제쯤 아기 잘 때 온전하게 내 시간을 즐기는 게 가능할까? 그냥 별거 아니고 밥도 편하게 먹고 지인과 수다라도 떨고 싶어. 현실은 잠을 길게 못 자는 아기 덕에 옆 침대에서 졸다 깨다 폰보다 하고 있어. 소리 나는 거 하면 깨서 짜증 받이 되어야 한다.


아기가 응가할 때를 지켜보는 것이 재밌다. 놀고 있는 중간중간에 힘을 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어른은 한 가지 자세만 할 수 있지만 기저귀를 차는 아기는 다양한 자세랄 탐구하는 듯하다. 집중이 필요한 건지 나를 찾지 않고 조용하게 힘을 주고 있다. 다 끝나면 내게 안아달라고 손을 뻗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어린이집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