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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화니 Dec 26. 2021

고독과 싸운다

고독과 싸운다. 아무도 옆에 없다. 외로움만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사람이 없기 때문에 외롭고, 혼자이기 때문에 고독하다. 외로움은 혼자를 느끼는 감정이고 그것은 고독을 더 크게 한다. 혼자 있지 못하는 나는 고독이 무섭다. 거기서 나라는 존재는 어둠 속에 갇혀있다. 자랑도 욕심도 없고, 그냥 존재하는 홀로이다. 산중에 외로이 있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어두운 산 등성이에서 울부짖는 늑대 한 마리와 같다. 과연 그 동물은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외로움은 인간 만이 가지는 특성인가?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면 인간이 달고 있는 거추장 스런 껍데기가 다 녹아 떨어진다. 그냥 존재만이 덩그럽게 남게 된다. 그러나 나는 동물과 다르지 않은가? 나는 생물학적 외로움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고독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 살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져야 한다. 


이제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다른 생명체와 내가 구분되는 지점에 내가 도착했다. 외로움만 있는 어둡고 조용한 공간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여때껏 가 보지도 못고 가져 본 적도 없다. 왜냐하면 나의 외로움과 치열하게 마주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거다.


나는 외롭고 고독해도 생물학적 존재를 넘는 내 존재를 찾아내고 싶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 나는 그와 더불어 산다. 그와 함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유도 느낄 수 있다. 분명 그는 나와 같이 산다. 그를 느껴야 나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 내가 외로움과 살면 내 다른 존재는 나가 버린다. 그러나 그 다른 존재와 살면 외로움은 도망쳐 버린다. 나와 같이 살아야 할 존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 안에 있는가? 이미 오래부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데리고 와야 하는가? 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고독하게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을 비책, 그를 찾아 데리고 와야 한다.



주변에 사람이란 그림자가 어슬렁 거릴 때, 나는 그들과 함께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들은 떠나 버렸다. 모든 사람은 떠난다. 어떤 사람은 잠깐 있다 떠나고 어떤 이는 한참 있다가 떠난다. 떠난다는 것은 육체가 어딘가 가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곳으로 혹은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로 간다. 사실 가 버리면 여기엔 아무도 없다. 흔적만 조금 있을 뿐이다. 우리는 육체만 떠나고 마음은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떠난다실을 느끼지 않으려 한다. 그 사람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착각하면서 혼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사라진 부재 앞에서 외로움은 나를 덮치고 고독감에 흔들리고 쓰러져 버린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말했다.

 사실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혼자이다. 모든 피조물은 숭고한 고립 가운데 타자와의 거리두기를 한다는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제한성을 존재의 필연적 요소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개체와 분리된 하나의 개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니, 살아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혼자 일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것은 분리된 하나의 개체 안에 존재한다는 지적이 놀랍다. 그리고 타자와 떨어져 내 안에서 살수 밖에 없으니 우린 정말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홀로 있음 Aloneness은 고통스러운 외로움으로 하강할 수 있다. 그러나 홀로 있음은 위대한 고독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송용원 교수는 말한다.


그렇다. 내가 알지 못했고 간절히 찾고 싶은 외마디가 바로 이것이다. 홀로 있음이 고통스러운 외로움이 아니라 값진 고독이 되어 나를 끌어올려 주는 것, 그것이 나의 소망이다. 아내와 딸이 떠나간 빈자리로 찾아드는 깊은 외로움. 고통스러운 외로움이 나를 포로로 만들고  있는 지금, 나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주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그리고 나만이 가지는  위대한 속성, 외로움. 이것이 고통이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오히려 고독 속에서 찾는 숭고한 가치로 나를 끌어 주세요. 나를 더 가치 있게 만드시고 내 시간의 조각들 까지도 사랑하고 움켜쥐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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