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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화니 Dec 26. 2021

12월 23일

아침 5시에 일어났습니다. 화장실 다녀와서 짧게 기도하고 헬스장에 갔습니다. 2시간 운동하고 생기를 되찾아 집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세제 물속에 담가 둔 운동화를 꺼내 빨았습니다. 탈수하고 햇빛 드는 창가에 두었습니다. 우유가 없어 물에 단백질 타서 마시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김장김치, 어묵 2개, 장조림, 사과한 개 그리고 잘 익은 큰 감 한 개, 밥 반공기 정도 먹었습니다. 아침 먹으면서 미국 코로나 뉴스 청취했습니다. 영어 듣기는 아직도 멀다고 실망하면서 샤워하고 출근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학생이 보낸 성적 관련 메일 읽고 집을 나섰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이 도금이 벗거져 인근 안경점에 맡겼습니다. 이어폰으로 헤밍웨이 소설 들으며 지하철역에 도착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오늘 아침 10시까지 일어난 내용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시간이 품고 있는 상황과 만나는 것입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시간 속에 숨어있는 일들과 마주치는 것입니다. 그 일들은 그곳을 지나가는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사실 우리는 때때로 두렵습니다. 그 일과 마주하기가 겁납니다. 가까이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여기서 머물고 싶습니다. 미지의 곳에 대한 생소함,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거에 이런 상황과 많이 맜났습니다. 맞섰다가 실패하고 깨어진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피해 의식이 나를 지배하고 있지요. 그래서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두려워하고 있어요.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상상하며 꼼짝 못 하며 굳어진 불쌍한 나를 수없이 많이 만났습니다. 전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말입니다.


오늘은 12월 23일. 한 해가 진짜 저물어 갑니다. 지나간 시간이 아쉽습니다. 이제부터는 더 잘 살아야겠습니다.  다가오는 시간이 더 즐거운 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시간 속에 들어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단지 생소한 것일 뿐입니다. 지레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며 만나서 자세히 살피며 그와 같이 동행하면 됩니다. 이제껏 내 마음에 떠오른 실제와 다른 상상 때문에, 얼마나 많은 균열이 마음판에 그려졌습니까? 마음이 깨지는 아픔을 격지 않았습니까? 사실 그것은 실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내가 상상하며 만들어 낸 것들인데 말입니다. 그냥 다가가 다시 보고 그와 함께 같이 하면 됩니다. 어린아이가 새 친구를 만나 처음엔 머뭇거리다 함께 즐겁게 놀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며 경험이 많다는 것은 미래를 잘못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는 말과 같을지 모릅니다. 상상으로 그리며 겁내는 방법에 더 익숙한 인간이 노인 일지 모릅니다.


기도해야겠습니다. 당신께서  두려움을 걷어 가시게 말입니다. 내 앞에 숨어있는 무거운 짐을 대신 져 주시기를 말입니다. 내가 할 일은 새 시간을 즐겁게 느끼며 그 일과 동행하면 되는 것뿐입니다. 그 일이 너무도 덩치가 크고 무겁게 보이지만 실재 사실이 아닙니다. 그 속을 가벼운 깃털로 그분이 채워 놓았으니까요. 내가 해야 하는 건 게으르지 않고 기도하며 나아가 만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부담과 걱정 없이 새로운 사건과 마주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분이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그분이 나의 길을 데려가 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지나간 1년도 그렇게 돌보아 주셨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걱정하며 지냈습니다. 바보처럼 말입니다. 내일은 그분이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그분을 더 자세히 알아야겠습니다. 호세야처럼, 그분을 더 잘 알아야겠습니다. 새벽빛과 같이 늦은 비와 같이 때를 따라 주시는 은혜를 감격하며 만나겠습니다. 올해 마지막 시간에 더없이 많이 쏟아지는 은총을 흠뻑 맞아야겠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시간 속에서 벅찬 감동으로 내년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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