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미숙 Nov 30. 2021

고객한테 욕먹고 회사한테 치이는 콜센터 직원

콜센터 10년 차 만년 대리 이야기

콜센터에 입사하면 상담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큰 착각이었다!
고객들 상대하기도 벅찬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들도 채워나가야 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콜센터 직원이 업무 실적에 스트레스를 받아 목숨을 끊은 것이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직접 그 현장에서 일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그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은데 뉴스로 사건을 접한 고객들도 안타까워했다.


물론 진실은 관계자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콜센터 직원이 근무했던 자세한 환경은 알지 못한다. 그의 힘들었을 업무가 나의 지금과 겹쳐지면서 한동안 우울했었다.

 







나는 통신사 무선 상품 상담사였다. 휴대폰에 대한 전체적인 상담을 했다. 입사하고 몇 년이 지나자 점점 휴대폰 상담과 인터넷, TV 상담을 통합하려는 교육이 시작되었다.
인터넷, TV 유선 상품 상담이 시작되면서 인터넷 판매가 새로운 업무로 추가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기 좋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상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한테 영업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게 바로 나였다.
막상 다른 업무로 상담하던 고객한테 인터넷을 판매하려고 보니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았다.
상담하면서 계속 망설이고 주춤하다가 전화 끊고 후회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후회하고 끝나는 일이면 참 다행이다.
판매 못한 만큼 월급 적게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 실적은 곧 팀 성적, 팀 성적은 콜센터 지표로 이어졌다.
당연히 위에서는 계속 압박이 들어왔고 나는 점점 숨이 막혀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옆에 동료들은 열심히 판매하는 것을 보고 나의 일은 여기 까지는구나 퇴사를 생각할 정도였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판매를 요구할 수 있다.
옆 사람들은 웃으면서 잘 판매하는데 나는 금붕어처럼 뻐끔거리기만 하니 자신감은 더 내려갔다.

 

관리자로 근무할 때는 더 심했다.
내가 상담할 때 잘 못했던 판매를 팀원들에게 하라고 할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내가 상담하던 그때 고객센터 전화는 6시까지 연결되지만 상담사들의 퇴근은 6시가 아니었다.
6시부터 업무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그날 하루 받았던 상담을 다 검수했었다.
옆 사람과 상담한 걸 바꿔서 검수한 적도 있다.
혹시라도 잘못 처리되거나 잘못 안내된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퇴근했었다.
콜을 많이 받고 어려웠던 상담들이 많은 날에는 그만큼 퇴근이 늦어졌다.
콜센터 직원이 하는 업무도 사람이 하는 업무라 꼼꼼하게 검수한다고 해도 오류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오류 하나라도 나오지 않게끔 퇴근도 못하고 전산을 쳐다봤다.







 

지금은 회사에서 6시 퇴근을 적극 강조하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칼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퇴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다른 부서로 지원하고 면접 봐서 지금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지금 이 부서에서 또 5년을 버티고 있다.

 

물론 그 당시에 잘 적응해서 많은 월급과 빠른 진급을 한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업무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방황하고 있는 내 손을 꼭 잡아주셨던 센터장님이 아직도 고맙다.

이전 05화 욕하는 고객보다 말리는 콜센터 직원이 더 밉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