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가인 아서 클라크는 '충분히 진보한 기계는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을 이해하면 마법은 사라진다.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인공지능(AI)은 챗GPT일 것이다. 사용자가 챗GPT에게 질문을 하면 무엇이든 대답을 해주는 마법을 부린다. 어떻게 현재의 AI가 탄생하였는지 역사를 짤게 살펴보자.
AI의 기원은 1942년 미국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단편 소설 'Runaround'를 출판했을 때를 꼽을 수 있다. 그레고리 파웰과 마이크 도노반이 개발한 로봇에 대한 이야기인 'Runaround'의 줄거리는 로봇 공학의 3원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거나,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2) 로봇은 제1법칙에 위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로봇은 제1법칙이나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지능을 가진 로봇은 이 3 원칙이 모순되는 상황에 부딪히며 혼란스러워한다. 아시모프의 작품은 로봇 공학, AI, 컴퓨터 과학 분야의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원칙은 현재 AI개발자들과 위험을 통제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다.
1940년대 초에는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핵폭탄을 포함한 온갖 기술의 발전이 있던 시기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독일군이 사용하는 에니그마 코드를 해독하기 위해 The Bombe라는 암호 해독기를 개발했다. 크기가 약 2.1x1.98x0.6미터이고 무게가 약 1톤인 The Bombe는 일반적으로 최초의 컴퓨터로 간주된다. 이 기계는 연합군이 에니그마 코드를 해독하고 전쟁에서 이기는데 기여하였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도 풀 수 없는 문제를 기계가 풀고 난 후, 앨런 튜링은 기계의 지능에 대해 연구하였다. 1950년에 그는 자신의 중요한 논문인 '계산 기계와 지능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기계의 지능을 테스트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 튜링 테스트는 오늘날까지도 인공 시스템의 지능을 식별하는 기준이 된다. 앨런 튜링은 인간이 다른 인간 및 기계(컴퓨터)와 상호 작용하고, 그것이 기계인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지능이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튜링 테스트의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설계하지 않았고,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하였다고 주장했다.
인공 지능이라는 단어는 1956년에 마빈 민스키와 존 매카시가 다트머스 대학에서 약 8주간의 다트머스 여름 인공 지능 연구 프로젝트(DSRPAI)를 주최했을 때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AI 봄의 시작을 알린 이 워크숍에 모인 사람들은 AI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참가자 중에는 현재의 정보통신을 가능케 한 정보 이론 창시자인 클로드 섀넌도 있었다. DSRPAI의 목표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었다.
다트머스 회의 이후 MIT의 조셉 바이젠바움은 1964년에서 1966년 사이에 엘리자 ELIZA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엘리자는 인간과의 대화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최초의 자연어 처리 도구였으며, 앞서 언급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프로그램이었다.
다트머스 회의에 참가했던 마빈 민스키는 1970년 평균적인 인간의 일반적인 지능을 가진 기계가 3~8년 안에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AI연구는 정체되었다.
초기 인공지능인 엘리자와 GPS(General Problem Solver)는 인간 지능을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규칙 기반이었기 때문에 그 한계가 있었다. if-then 조건문을 사용했고, 모든 조건을 프로그램하기는 불가능했다. AI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1997년 IBM의 딥 블루 Deep Blue가 체스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겼을 때였다. 딥 블루는 트리 검색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초당 2억 개의 가능한 이동을 처리하고 20수 앞을 내다보며 최적의 다음 이동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체스처럼 규칙이 명확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트리 검색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간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머핀과 치와와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하는 방법이었다. 마빈 민스키는 1969년 그 원리를 알고리듬으로 구현했으나 당시에는 그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컴퓨터의 연산력이 부족했다.
인공 신경망은 구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인 알파고 AlphaGo가 2016년 바둑 게임에서 이세돌을 이겼을 때 딥 러닝의 형태로 다시 등장했다. 바둑은 체스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을 때 사람들은 훨씬 더 놀랐다. 알파고는 딥 러닝 deep learning이라는 특정 유형의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여 높은 성능을 달성했다. 오늘날 인공 신경망과 딥 러닝은 우리가 AI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의 기초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챗GPT가 학습한 내용으로 질문에 답하거나, 자율주행 차들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며 운전하는 알고리듬은 딥러닝의 한 형태이다. 생성형 AI는 자연어로 소설을 쓸 수 있고, 오디오로 음악을 만들고, 영상으로 딥페이크를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과 연관하여 떠오르는 또 한 가지 분야는 양자컴퓨터이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디지털 방식인 것에서 벗어나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과 얽힘의 원리로 수백 수천 배 강한 연산력을 발휘하는 컴퓨터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최근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 20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 알고리듬이 결합한다면 세상은 마법 같은 일들이 현실화될 것이다.
A Brief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19
양자 컴퓨터, 미치오 카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