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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새월 Mar 09. 2023

소개

조새월의 영화 탐구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화를 즐겨 보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저는 배움이 느린 아이여서 취미를 자력으로 만들지 못했는데요, 자주 같이 다니는 친구들 덕분에 영화관과 친해졌습니다. 그러다 스무 살을 넘어 예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영화 감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그것이 제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영화를 좋아하나요, 존경하나요? 

대부분은 별생각 없으실 것이고, 영화를 자주 보시는 분들도 영화를 좋아함과 존경함을 굳이 나누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영화를 좋아함이란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고, 거기서 자연스레 마음의 치유를 원할 수 있는 것이고, 영화를 존경함이란 반사적으로 영화를 분석하며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들을 의식하려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며 존경할 수 있다면 확실한 시네필이지만, 한쪽의 극치는 양쪽을 충족시켜 주거든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기보다는 존경합니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어 머리가 아픈 날은 새로운 영화를 도전하지 못합니다. 가벼운 영화를 봐도 깊게 들어가 버리니 맘 편하게 러닝타임을 즐길 수가 없죠. 대신 영화를 보며 겪는 감동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체감할 수 있고, 취향에 맞아 여러 번 손이 가는 영화를 삶의 큰 부분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게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여가에 속하지만 확실히 투자이며, 머리를 쓰지만 감정을 크게 자극합니다. 그것도 제게 필요한 쪽으로요. 제가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저 같은 사람들과 이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용기로 제 생각들을 정돈하고 전시하고자 합니다. 제 간절함이 변질되지 않도록 몇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1. 줄거리 소개는 최대한 줄이겠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현재 콘텐츠 시장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현재 콘텐츠의 흐름인 '짧음'과는 대비됩니다. 그래서 어떤 영화에 관심은 가지만 볼 엄두는 안 나는 사람들을 겨냥하는 글과 영상이 즐비합니다. 그것들은 영화의 줄거리 요약에만 급급하며, 의미 해석보다는 자극적인 요소만 찾아 눈에 띄는 간판을 걸어놓습니다. 그것들이 어떤 영화를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좀 낫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습니다. 대강 스토리를 다 알았으니 2시간에 달하는 시간은 대부분 다른 곳에 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만 알아서는 그 이야기의 존재 의의를 전혀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가 그런 곳은 아니지만, 평론집을 시작하기에 앞서 확실히 결정하고 싶습니다. 단락 높이만 늘리는 줄거리 소개는 최대한 줄이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영화를 보고 온 사람에게는 더 편한 글이 될 것입니다. 



2. 별점은 기입하지 않겠습니다. 


일반 대중이나 시네필 모두 별점 시스템에 관심이 많습니다. 평론 사이트의 성질을 막론하고, 별점은 어떤 영화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는지 알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지표입니다. 금 같은 시간을 써서 영화를 봤는데, 불쾌함 보다는 유쾌함을 느끼고 싶은 건 저를 포함해 모두의 바람입니다. 


하지만 별점 시스템은 영화의 종합적인 수치입니다. 여러 요소들의 감점과 가점이 합쳐진 것인데, 그 정확한 수순은 숫자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대부분 숙지하는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숙지하더라도 그 한자리 숫자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평점 사이트에 평점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른 시네필과 친해지기는 어려워졌지만, 따뜻함과 냉철함이 결부된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론집 작성을 결심했을 때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평론 글인데, 네이버 한줄평에도 있는 별점을 기입하지 않는 게 현명하고, 결국엔 필요한 일인지 말이죠. 별점을 세분화해서 글 마무리를 장식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냥 순순히 제 욕망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별점을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던 영화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합니다. 그런 영화들은 극단적인 경우 5점짜리 장점과 1점짜리 단점으로 구성되며, 종합 별점은 3점으로 호불호 없는 명작 영화들에 묻히게 되죠. 그 4점짜리 간극을 파고들면 더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시네마의 근원인 휴머니즘과 맞닿게 됩니다. 그러면 언제나 그렇지는 않지만 비주류의 시선들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를 눈치 보인다고 덮어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제 영화 평론집의 제목이 '모퉁이 영화관'입니다. 


 

3.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않겠습니다.


시네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영화를 사랑하는 것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종종 만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고상한 것으로 취급하며, 가볍게 볼 수 있는 대중영화를 비난하고, 그걸 즐기는 대중들과 냉전을 벌입니다. 그들도 적지 않은 노력을 했습니다. 서사 구조가 난해해 여러 번 봐야 하는 영화나, 감독이 자신의 지향 가치를 쌓아 올린 이야기라 그의 필모그래피를 완주하고 나서야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보통 관심으로 향유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면서 대중들은 노력하지 않는다고 욕하는 것은, 자신들이 흘린 땀의 의미를 퇴색하며, 앞으로의 할당량을 남의 피로 채우는 일입니다. 그렇게 채운 자신의 우물은 결코 깨끗하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영화에 쏟는 시간과 정신력이 소중하며, 연휴를 맞아 저열하게 제작된 상업영화 때문에 간절한 독립영화가 개봉되지 못하는 꼴은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단순한 이분법으로 맞서지 않고 말로 잘 풀어보겠습니다. 제 평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의견 제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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