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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사 Apr 17. 2018

카풀 1년차, 출퇴근길이 달콤한 여행같아

1년차 드라이버가 말하는 카풀의 매력

INTRO


K형, 여기에요! 맥날에서 인터뷰는 생전 처음이네요.
간단히 소개 좀 해주세요!

응, 내가 햄버거 너무 먹고 싶어서 일루 불렀어! 내 이름은 K(33), 국회를 출입하는 카메라기자야.
보통 7~8시 쯤 퇴근하고 1년 째 카풀 드라이버로 활동하지.



기자 생활만도 빡셀 텐데.
피곤하게 투잡 뛰는 이유가 뭐예요?


"다들 투잡, 부업 얘기를 자꾸 하는데, 나에게 카풀은 부업이 아니거든!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

카풀을 시작할 당시, 나는 직장생활이 빡세서 스트레스가 심했어.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여행가자니 시간은 없고. 그래서 카풀을 한 거야.
카풀은 여행이랑 비슷한 구석이 있어. 사람들은 여행하다 만난 사람에게 자기 얘기를 해주잖아. 어느 정도 친해진다면 말야. 나는 낯선 사람 만나고, 마음을 열고,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이야~"



그래도 돈은 많이 버나요?

개인마다 캐바캐인데.. 나 같은 경우는 월 20만원...? 운영방식에 따라 달라. 나는 퇴근하고서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 주로 썼어. 틈틈이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지. 1주일에 2~3번? 맨날은 힘들어서 못 하고.
물론 택시운전사 수준으로 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카풀 앱을 두 개 깔지. 올 때는 럭시로, 갈 때는 풀러스로 왕복으로 손님을 마구 잡는 식이지. 그러면 손님 찾는 시간이 없으니까 택시의 단점을 보완하는 거야. 테트리스 하듯이 스케줄이 빽빽하겠지. 예를 들면 강남 갈 때 태우고, 돌아올 때도 태우는 거지. 그렇게 하면 택시기사보다 많이, 월 200넘게 번대.


(사진제공: 풀러스)


ABOUT


차 안에 과자를 가득 세팅한 이유는 뭐에요?

해외여행 가서 사온 외국과자야! 마음을 여는 필살 아이템이지. 사람은 뭘 먹을 때 마음을 열잖아. 내가 먼저 먹으면서 상대방에게 권하고, 둘 이상 탄 손님에게만 권해. 그들은 동료가 있으니까 믿고 즐기거든.

"물 같은 음료는 권하지 않아. 약을 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대신 선물로 줘. 집 가서 마셔보라고."

그 다음 필살기가 있어. 이건 초필살기인데, 좌회전이야. 우회전은 정신없지만, 좌회전은 드라이버가 부드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순간이잖아.
먼저 손님이 타면 1, 2분정도 일부러 정적을 만들어. 내가 무섭게 생기기도 했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긴장의 순간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부드러운 코너워크! 상대의 몸이 기우뚱, 하는 그 긴장이 풀리는 순간에 말을 걸어. ‘오늘 늦게 퇴근하시네요?’ 혹은 ‘일찍 출근하시네요?’ 서로 공감하는 거지. 이런 식으로 공감대를 쌓고, 다시 10초 텀을 두고, 음악을 트는 거야. 손님의 연령대, 성별, 성격에 따라서 재생목록도 세팅되어 있어.


그러면 상대가 스스로 마음을 터놓아. 집안얘기부터 시작해서 쭉. 나는 그때부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지. 내 얘길 듣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런 성향을 빠르게 캐치하는 거야. 
내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치부를 드러내줘. 예를 들면, 나는 카풀드라이버를 하면서 운전을 배웠어. 카풀서비스의 문제이기도 한데, 차만 멀쩡하면 운전 실력에 상관없이 드라이버로 받아주거든. 그래서 손님한테 농담을 하는 거야, ‘제가 아직 운전경력이 한 달도 안 되었습니다. 그치만 이 차 튼튼하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런 식으로 나의 약한 점을 드러내면 상대는 더욱 안심하지.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이고, 한번 뿐인 만남인데 즐겁게 보냅시다’라고 시그널을 주는 거야. 그러면 선택은 상대가 해, 오픈할지 닫을지.

거의 95%는 마음을 열어줘. 이건 친한 친구들에게도 안 해 줄 것 같은 이야기, 부모님과 의절한 이야기까지 해주더라? 어차피 난 안 볼 사람이니까! 여기에 재미 들렸어.



준비가 철저하네요. 드라이버로서 평점은 높은 편인가요?

무조건 별 5개 받았어, 정말로! 난 내가 서비스 기사라고 생각했어.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해주자, 이 사람이 가는 길 까지...그 사람들은 일하고 오가면서 얼마나 힘들겠냐, 그 지루한 하루에 재밌는 기억으로 남고 싶었어. 나의 레퍼토리, 꽁트는 괜찮은지.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도 받았어. 
그러다보니 손님을 받는 태도가 점점 갖춰지더라고.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 그러면 상대가 지치거든. 한 대화 끝나면 무조건 10초는 쉬어주고...이제는 손님이 앉을 때 엉덩이 무게만 봐도 이 사람의 오늘 기분은 어떤지,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그런 것 정도는 알 수 있어. 
요즘은 일부러 장거리를 뛰어. 재밌거든. 잠실까지 달리곤 해. 퇴근길이면 1시간 30분까지 걸려. 그런데 도로가 막힐 때 할 수 있는 건 얘기밖에 없잖아. 진짜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주제가 세 네 번 바뀔 정도로 긴 이야기를 나눠. 



형은 BMW 몰잖아요. 외제차가 반응이 더 좋아요?

카풀 업체는 국내에 두 곳이 있어. ■ 럭시는 럭셔리택시의 약자인데, 얘가 국내최초로 출시됐어. 럭시 유저들은 대체로 럭셔리를 선호하는 거 같아. 외제차냐 아니냐가 중요하고, 외제차가 아니면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도 경험했어. 네이버 밴드에서 럭시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여자가 벤츠남을 꼬시는 썰, 아니면 벤츠남이 여자를 꼬시려고 한다는 썰이 많아.
나는 풀러스에서 홛동하는데, ■ 풀러스는 Pool+Us, 공유의 의미가 강해. 이용자들이 이차 저차 가리지는 않는데, 물론 BMW라면 더 좋아하지.

‘BMW 처음 타봐요~’ 라며 신난 사람도 많고, ‘와 굉장히 싼 값에 외제차 탔다!’ 라거나 ‘적어도 이 순간에 나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구나’, 라고 감동하는 사람도 있어. 


(사진제공: 풀러스)


VS TAXI

택시와 비하면 요금은 어때요?

한 60~70% 정도? 얼마 전까지 경쟁사들끼리 출혈경쟁을 할 때는 쿠폰을 막 뿌렸어. 손님들한테 3회 이용할 때마다 1만원 상당의 쿠폰을 주는 식이었지. 쿠폰까지 쓰면 거의 대중교통 값에 탈 수 있어.


택시 사업자들은 싫어하겠는데요?

숙박업자들도 에어비엔비 싫어하잖아? 택시기사라면 다 싫어해.
"내 밥그릇 뺏어가는 놈들“이라고 소리 지르는 양반도 있었어. 
그러면 카풀업체 측에서는 ‘카풀은 경쟁자가 아니라 징검다리’라고 변명한대. 버스 타던 사람이 싼 맛에 카풀하고, 그리고 카풀에 맛 들리면 택시로 전환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택시 측도 이득이라고 설득했대. 그런 말에 택시기사들이 설득될까? 그냥 말빨일 뿐이지. 오히려 택시에서 카풀로 넘어간 사람도 분명 있는 걸.

택시는 불편함이 너무 많지 않아? 승차거부도 하고, 불친절하고, 비싸고. 그런 것에 비하면 풀러스는 싸고 친절하잖아. 내가 택시운전사라도 카풀 싫어하겠다. 



경찰이 카풀운전자들을 수사했다던데 이유가 뭐에요?

최근에 서울시가 경찰에 풀러스 수사의뢰를 의뢰했었어. 운수법상 ▲왔다 갔다, 출퇴근길 왕복은 카풀 맞는데...▲하루 운행이 3회 이상이 되면 수익활동을 하는 ‘불법운송업자’라는 거야. 근데 그걸 어떻게 다 잡겠어? 그래서 카풀은 논란의 대상이지.   



INSIDE 


차는 무척 퍼스널한 공간인데... 오픈하기 꺼려지지 않아요?

전혀. 나는 부산 고향에 내려갈 때, 카풀 손님을 그냥 무료로 모집해. 공짜로 태우는 거야. 어차피 기름 값은 똑같으니까. 심심풀이도 하고 좋아서. 나 같은 사람이 꽤 많다고 들었어. 카풀은 재밌으니까!
나는 대학원 다니면서 공유경제를 배웠는데, 그때부터 공유경제를 체험하고 싶었어. 특히 자동차는 다 같이 나누면 나눌수록 좋다고 생각해. 혼자 쓰나 둘이 쓰나 기름이 더 드는 것도 아니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 집은 사적공간이 맞아. 그렇지만 내 승용차는 초대하기 위한 장소야. 


(사진제공: 풀러스)



특이한 손님이 있었어요? 놈놈놈 소개 좀 해주세요.

워킹맘이 종종 타는데, 워킹맘들은 계속, 내내 통화를 해. 가면서 선생님이랑 통화하고, 아빠랑 하고, 직장이랑 하고. 그러니까 일, 야근도 다 하고, 애도 키우는 거지. 그런데 전화기로 애가 엄마한테 우는 소리가 다 들려. 어린이집인지 유치원인지 모르겠는데 빨리 오라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야.
그리고 술 한 잔 안 하겠냐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어. 여자 둘이 탔거든. 인상착의는, 20대 초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어딘지 배우나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어. 일본과자 주고, 캔 음료도 건네고, 금세 친한 대화를 나눴지. 그랬더니 그쪽에서 시간 괜찮으면 술 마시러 가자고 하더라. 어떻게 보면 꽃뱀 같은 느낌이 확 났는데, 그건 아니었겠지. 무엇보다도 나의 카풀 취지에 어긋날까봐. 그냥 보냈어.

나에게 카풀은 딱 사람 태우고 소통하고 보내기 위한 자리야. 그런데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관계를 갖는다? 그렇게 되는 순간 나의 순수한 카풀이 오염된다고 생각했어.


커플도 있었어. 커플이 같이 탔는데, 분명 남자가 먼저 내리는 코스거든. 그런데 남자가 안 내리는 거야. 내가 물어봤지, “왜 안 내리세요?” 남자친구는 “여자친구 혼자 보내기 걱정 돼서요,” 라는 거야. 그래서 그 남자분에게 내 카톡아이디를 줬어. 여자친구 잘 보내드리고 연락드리겠다는 뜻이었지. 그제서야 남자친구는 잘 부탁한다며 내렸어. 이후 그 남자분이 나에게 종종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줘. 무척 뿌듯해, “나를 믿어주는구나!



신상에 위협을 느낀 적은 없어요?

어차피 카풀 업체가 운전자와 승객의 직업이나 신상을 다 검증해줘. 그래서 전혀 걱정 없어. 사람마다 다른 것이, 나는 원래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적 장벽이 없는 사람이잖아. 살인자와 성폭력범 빼고는 다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END


레알 라스트 질문인데, 카풀을 계속 할 생각이죠?

물론이지. 날이 추워서 쉬고 있는데, 손님맞이 멘트를 새로 짜고 있어. 두 명 이상 타면 ‘이랏샤이마세!’ 이런 식으로 특이하게 진행할 거야. 재밌겠지? 



별로요, 무서울 거 같은데...

아냐 재밌어! 어차피 운동해도 스트레스는 풀리고, 게임도 풀리고, 공연을 봐도 좋고, 각각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다양하잖아. 나에게는 카풀이 스트레스 푸는 방법의 베스트야. 주변 지인이 혼자 출퇴근 한다면, 카풀을 강추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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