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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히 Nov 06. 2020

No Party for Caodong (草東沒有派對)

폭풍전야의 긴장을 기대감으로 바꾸는, 차오동가(草东街)의 묵직한 돌풍

2015년 타이베이 차오동가(草东街)에 더 이상 파티가 없음을 선언하는 돌풍 같은 밴드가 나타났습니다. no party for caodong은 2016년 그들의 정규 1집 醜奴兒(추노아)가 나오기도 전에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앨범 발매 후 각종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고 최우수록음악 상을 수상할 정도라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죠.


이렇게 말하지만 제가 이 밴드를 만난 건 2020년 밴드 결성 이후 5년 후의 일입니다. 게다가 no party for caodong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우연히 만나게 된 밴드였습니다. 인기가 이렇게 많은 것도 나중에 엘범을 수없이 돌린 후에야 알게 됐죠.


좋은 노래는 향기를 품고 사람들을 끌어당긴다고 믿습니다. 멜론 탑100이라는 몰취향성과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기만성이 팽배한 음악시장에서 이런 말은 종종 나이브한 말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 no party for caodong이 주는 신선함과 후에 알게 된 그들의 음악적 성공은, 그 말이 나이브한 말이 아니라 오히려 정직한 말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 합니다.


그들의 음악에는 다른 밴드음악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어떠한 반짝임(이를 테면 흑요석 빛깔의)이 있습니다. 그걸 리스너들은 무의식 중에 느꼈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음악이 위축되어가는 락 음악시장에서 이리도 멋지게 뻗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반짝임에 대해서, 그리고 no party for caodong의 폭풍 같은 음악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no party for caodong의 가장 큰 반짝임, 다른 밴드와 구분되는 감정선의 토대는 보컬과 기타톤, 울분이 담긴 가사에 있습니다. (사실 제가 기타소리랑 사람 목소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하하) 들어보면 알겠지만, 메인 보컬 Wu Du의 목소리 톤은 두 가지로 선명하게 나뉩니다. 폭풍전야와 폭풍의 톤이라 하면 와닿을까요.


그들의 대표곡 大風吹(대풍취)의 매력적인 도입부를 지나면, 힘을 빼고 덤덤하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맨몸으로 폭풍을 기다리는 이의 초연함과 처연함이 들리시나요. 그리고 이내 곧 쏟아지는 폭풍 같은 사운드, 그에 울분으로 맞서듯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묵직하고 날선 보컬은, 마치 제가 짙은 쟃빛 폭풍 속에 서있는 듯 가슴 뛰게 만듭니다.


보컬과 함께 밴드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기타톤도 보컬만큼 매력적입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거친 스트로크가 주요 테마인 록음악들은 대부분 스트로크에서 나오는 미묘한 백색소음? 소리의 주변부에 잔뿌리처럼 미세한 잔음들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이런 소리들은 록에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인 피로감을 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no party for caodong은 기타 페달의 구성을 조정한 건지, 베이스와 드럼이 미세한 조화를 이룬 건지, 그들의 사운드에는 잔뿌리처럼 묻어나는 잔음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층 더 묵직하게 내리 깔리는 베이스와, 휘몰아치는 드럼의 완급조절이 일렉기타를 더 깔끔하고 반듯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에 제일 감동받았던 것이 기타소리가 이리도 깔끔하고 묵직하면서 휘몰아칠 때도 그 폼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밴드의 보컬, Wu du가 대만의 특징인 혀를 구부리는 권설음보다 또박또박한 중국의 발음을 고집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사운드 또한 잔가지 없이 깔끔하고 묵직하게 뻗어나가는 것을 추구하는지도 모릅니다. 초연함과 울분을 번갈아가며 발산하는 Wu du에게서, 터져나올 때조차 자신의 감정만큼의 소리를 질러내려는 밴드의 올곧은 정체성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밴드 사운드의 끝맺음이라 할 수 있는 가사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저는 중국어도 영어도 할 줄 아는 언어가 없어서 다른 누군가 한국어로 번역을 해주지 않으면 정확한 뜻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목도 그림 외우듯이 외워둡니다... 발음할 줄도 몰라서 물어보기도 어렵습니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봐도 알 수 없는 단어들과 뒤엉킨 맥락 때문에 괜시리 잘못 알게 될까 섣부르게 쓰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몇몇 곡을 한국어로 번역해준 능력자분들과, 외국의 인디밴드임에도 친절히 기사와 칼럼을 써주신 에디터분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밴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엄마한테 장난감이나 사달라고 해
학교에 가져가서 자랑질이나 하라고
니 손에 들려있는 게 뭔지 똑바로 봐
우린 진작에 그걸 시시하게 여겼어

-大風吹 중-





제가 생각했던 그들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맞는 가사였습니다. 솔직하고 가감없고, 울분에 찬, 시니컬한 밴드의 톤과 찰떡이었습니다. 가사가 멜로디를 만들까요, 멜로디가 가사를 만들까요. no party for caodong의 경우, 가사가 멜로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대만 사회에 대한 울분, 교육에 대한 불신, 계층 고착화에 대한 불만 등등. 그들이 공유하는 감정은 낯설지 않습니다. 음악은 종종 음악으로 표현되기 이전의 심상을 전달히기도 하기에, 이질적인 타국의 언어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왜 울리는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러한 냉소들이, 울분들이 보이지 않는 심상의 형태로 그들의 마음 깊이 숨어있다가, 제일 먼저 X같다!는 말로 나오고, 그것이 시적인 가사로 정제되고, 거기에 음악이 붙고, 다시 멋진 밴드 사운드로 진화했을 것만 같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이지만, 저는 간단합니다. 몇 개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가사가 더 멋있기 때문에 가사가 먼저입니다. 하하.


이렇게 풍푹전야의 긴장감은 어느새 기대감이 되어서 더 많은 폭풍을 기다리게 합니다. no party for caodong이 최근에 새로운 싱글 如常을 냈습니다. 이건 마치 새로운 폭풍을 예고하는, 고요한 폭풍전야를 선물받은 듯 합니다. "너 딱 기다려. 다 쓸어버릴 거니까." 곡의 고요하고 잔잔한 라인에서 이런 말이 들리는 건, 단지 제가 이 밴드를 너무 좋아하고 기다려서 생긴 환청 같은 것이랍니다. 히히.


여러분에게도 이런 기분 좋은 환청이 들리기를 기대하며, 본문에 있는 노래의 링크를 달아둡니다.





大風吹

https://youtu.be/HqmpIQ9l-uA



如常

https://youtu.be/Krz6paVJM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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