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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ilorjeong May 10. 2023

요트 대회 나가는 사람, 나야 나!

생애 첫 딩기 대회 참가 (2023. 4.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인생 살다 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스스로도 놀라는 경우들이 있다. 자기 자신이라고 해서 100% 알고 살아가진 않으니까. 나는 취미인 요트를 통해서 내 안에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많다.


 학창 시절엔 공부, 취업 후엔 회사 생활을 열심히 했다. 꼭 1등을 해야 하거나 최고 성과를 내야 하는 야망꾼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일들은 "잘" 해내는 것은 나에게 중요했다. 그렇지만 해야 하는 일이기에 열심히 하는 것뿐이지 내 안에 어떤 동력을 갖고 있는지 항상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늘 반문했다.


 취미생활인 요트, 즉 하라고 시킨 사람도 없고 돈을 버는 일도 아니지만 내가 원해서 스스로 하는 일의 모티베이션은 조금 더 명확하게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취미생활마저도 편안한 휴식보단 조금 많이 번거로운 요트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보통 이상으로 열심히 하고싶어 애를 많이 쓴다.


나는, 생산적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노는 시간일지언정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하고, 노는 시간마저도 생산적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요트를 좋아하고 레이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무궁무진하게 배우고 도전할 것들이 있는 취미생활이라서.


 취미생활도 생산적으로 해보고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요트 대회들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킬보트*위주로 대회를 참가해 오다가 올해 딩기* 요트를 타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딩기 대회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호인이 참가 가능한 굵직한 대회들은 여름에 시작되고 봄에 워밍업 느낌으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발견했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


*킬보트 : 선체의 중심을 잡는 킬이 선체 하단에 붙어있는 요트. 주로 5인승 이상의 큰 배들을 지칭한다.

*딩기 : 1~2인승의 작은 요트들.


 워밍업이지만 사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은 대한체육회에서 진행하는 전국 규모의 생활 체육 대회이다. 요트뿐 아니라 총 43개의 종목에서 생활체육인들이 실력을 겨룬다. 개인적으로는 참가 신청이 불가하고 시도 대표 자격으로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대회 장소 또한 시도가 돌아가며 정해지는데 올해 개최지는 경상북도였다. 개회식은 구미에서 열렸고, 요트경기는 바다가 있는 후포에서 진행되었다. 다만 요트는 비인기종목인 데다가 요트 동호인 사이에 이 대회 활성화가 아직 안되어 있어, 참가 신청만 하면 서울시 대표로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럴 땐 비인기 종목인 덕에 오히려 기회의 폭이 넓기도 하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요트 종목 서울특별시 선수단으로 출전!
서울시 단복도 받았다!

 아쉬운 점은 참가자가 많지 않아 여자 1인승 딩기 ILCA 6 클래스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레이저피코라는 교육용 1인승 딩기 클래스 여자 오픈부에 참가할 수 있었다. 토요일 새벽, 5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후포로 향했다. 네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후포. 해안가 도로에서 보이는 바다는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왼] 새벽 네시반. 폭우 속에 택시타고 집합장소로 이동 중 [오] 새벽 다섯시. 무사히 버스탑승
[왼] 레이저피코. 교육용으로 선체가 튼튼하고 세일이 작다 [오] 3인 1조로 배를 차터했다. 같은 배를 차터했던 남자 장년부 청년부 선수들

 

 풍랑주의보였다. 하지만 대회는 주말 이틀뿐이어서 대회는 내항*에서 진행되었다. 바람이 많이 거센 날이라 내항의 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여자부보다 앞서 치러진 남자부에서는 캡사이즈*되는 배들이 속출했다. 딩기 대회도 처음인데 레이저 피코도 타본 적이 없어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자부 순서를 기다렸다.


*내항 : 방파제 안쪽의 항구. 방파제가 막아줘서 외항에 비해 파도와 조류가 적다.

*캡사이즈 : 배가 뒤집히는 것. 사람의 무게를 이용해 복원시킬 수 있다.

범장 중인 레이저피코
출항하는 선수들


 빵! 5분 전 예고신호가 울렸다. 요트 레이스는 해상에 가상의 스타트 라인을 설정해 두고, 스타트 5분 전/4분 전/1분 전에 깃발과 함께 경기 예고 신호를 울린다. 예고 신호가 울리면서부터 눈치작전을 시작했다. 류코와 킬보트 레이스를 다니며 배운 대로 바람방향, 스타트 위치, 코스를 체크하고 최대한 RC정*에 붙어서 출발하고자 자리를 잡았다.


*RC정 : Race Comittee Boat. 경기운영정.


 빵! 스타트 신호가 울리고 최대 속력을 내고자 세일을 힘껏 당겼다. 첫 스타트는 순조로웠다. 바람 방향도 너무나도 확실하게 오른쪽으로 돌아서 고민 없이 스타보드택*으로 범주 했다. 순조로운 출발덕에 태킹*하지 않고 1 마크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 내 앞에 아무도 없었다.


*스타보드택 : 세일을 선체 왼쪽에, 사람은 선체 오른쪽에 위치시키고 운항하는 것. 반대는 포트택.

*태킹 : 스타보드->포트 또는 포트->스타보드로 선체 방향을 돌리는 것.


 내항이었기에 파도와 조류가 없어 피니시라인까지 풍하범주도 순조로웠다. 예상치 못한 1등 피니시였다.


스타트 신호 대기중인 선수들. 하늘이 매우 우중충하다


 얼떨결 한 기분은 잠시, 바로 2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RC정에서 출발하고자 하였으나 시간을 너무 여유롭게 잡은 탓에 스타트 신호가 울리고서도 한참 뒤에나 스타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태킹을 안 해도 되는 유리한 코스를 타고 1 마크를 첫 번째로 돌고, 피니시까지 이어갔다.


2경기 피니시하는 모습. 빨간 모자가 나!



 행운이 3경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스타트가 늦어버렸는데 스타트라인에서 다른 배와 컨택까지 났다. 피하려다 보니 원래의 코스를 타지 못했고 이번에는 1 마크까지 가면서 태킹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태킹을 하면 배 속도가 늦춰지기 때문에 큰 손실이었다. 앞선 배를 따라잡지 못하고 2등으로 피니시 했다.


 딩기레이스 경험을 쌓으려고 나간 대회 첫날,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풍랑주의보 탓에 짧고 굵게 마무리되어 온천탕을 다녀오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그런데 내심 무언가가 불안했다. 요트가 이렇게 순조로울 리가 없는데...

 

 다음 날, 안타깝게도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2편에 계속~)


후포는 온천탕이 명물이다. 레이스 일찍 마친날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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