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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Nov 18. 2024

일본에서 찾아낸 한국의 흔적





〈 오늘의 책 〉     


     

《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 (1) - 홍성화 교수의 한일유적답사기  

    _홍성화 / 시여비               



피로인이라는 단어가 있다. 피로인(疲勞人)이 아니라 피로인(被虜人)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임진, 정유왜란 시기에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피로인이라는 말은 조선 측에서 붙인 명칭이다. 피로인은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잡힌 단순한 전쟁 포로뿐만 아니라 왜군에 의해 납치된 민간인도 포함하는 의미이다. 피로인들은 대개 일본군에 의해 각 다이묘(大名)의 영지(領地)로 직접 이송되기도 했고 인신매매를 목적으로 상인들에게 넘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피로인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략 수만~10만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한 4개의 섬 가운데서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 피로인들의 사연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현시점에서 정치, 외교적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면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죽하면 국정감사장에서 모 국회의원이 대통령실 관계자를 향해 “혹시 일본 밀정이십니까?”하고 묻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되었는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상대방(일본)이 진솔한 참회와 사과를 하지도 안했는데, 짐짓 대인배 흉내를 내면서 용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이해불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일간의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책의 부제는 「적어도 우리가 한일역사를 안다고 말하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이다.           


역사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 홍성화 교수는 고대사에 관한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 양쪽의 분석틀을 비판하고 새로운 고대사상(像)을 제시하고자 관련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대학시절 근대사 관련 수업을 듣고 있을 때,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근대 일본의 역사를 배우는 와중 막부 말기와 메이지 유신기에 ‘정한론(征韓論)’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을 보고 강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정한론’이라는 표현이 왜 대한제국이라는 국호가 등장하기 전에 먼저 일본에서 등장했는가?          






당시 국호가 조선이니까 만약 조선을 정벌하고자 한다면 일단 ‘정조선론(征朝鮮論)’이나 ‘정선론(征鮮論)’으로 써야 할 텐데, 굳이 ‘한(韓)’이라는 표현을 써서 정한론이라 명명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점이 결국 지은이가 복잡다단한 한일관계의 틀 속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고대사를 공부하는 가운데 의문점이 풀렸다고 한다. 정한론의 ‘한’은 일본이 고대사의 인식 속에 갖고 있었던 삼한(三韓)정벌의 ‘한’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의식 속에는 고대에 일본이 한반도를 정벌하여 세력을 펼쳤다는 생각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일본이 국권을 회복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조선을 정벌할 수 있다는 허상을 키워왔다. 결국 이러한 생각이 조선에 대한 식민지를 노골화하는 사상적 근거가 되었다. 당시 ‘정한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일본국민의 여론을 주도했던 후쿠자와 유키치는 현재 일본 화폐 일만엔 짜리에 새겨져 있다. 지은이는 지난 30여 년간 일본열도를 수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한반도 관련 유적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책은 4개의 챕터로 편집되었다. ‘고대인의 흔적과 한일관계’, ‘일본인의 인식과 그 궤적’, ‘화해와 질곡의 한일관계’, ‘일본을 걷다’등이다. 책에 실린 일본 이곳저곳의 사진들은 지은이가 직접 찍은 자료들이다. 사료(史料)적 측면에서 한일 간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칠지도(七支刀)’에 대한 기록을 통해 백제가 왜왕에게 하사(下賜)한 것을 헌상(獻上)했다고 왜곡, 해석하면서 일본의 역사를 구성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역사는 학문적으로만 남아 있어선 안 된다. 인류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라는 말을 했다.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현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특히 한일관계의 역사는 우리의 후세대들도 더욱 냉정하고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어둘 만하다. 덧붙이면 일본을 여행하는 기회가 될 때, 지은이가 지나간 길을 참고하면서 다녀보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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