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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Oct 06. 2016

면벽자와 파벽자






【  삼체  :  2부  암흑의 숲 】  류츠신  /  단숨      


『삼체』  2번째  책이 출간됐다.  SF 소설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과 SF  소설은  조합이 잘 안 되어있던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중국은 SF  세계에선  변방에 속했었다.  그러나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책의 저자 류츠신은 중국 SF의  제왕이라고 불려진다.  ‘지구의  과거’  3부작의  1부는  그냥 『삼체』로  출간되었으나,  2부엔  ‘암흑의  숲’이란  부제가 붙었다.       



1부  『삼체』의  중심 부분에는 중국의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  홍위병들이  기승을 부릴 시점이 자리 잡는다.  중국에서  '문혁'은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감추고  싶은 상처와 흔적이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홍위병들의 맹렬한 활동상이 그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금이니  판금되었다느니 하는 말이 없다.  오히려  작가는 중국내에서 영웅 취급을 받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점은 같은 문화혁명을 다룬 옌롄커의 『물처럼  단단하게』  (자음과모음,  2013)와  비교가 된다.  옌렌커는  중국내에서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물처럼  단단하게』는  19금의  사랑이야기를 적당히 섞어서 내놓은 작품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개봉된 『2012년』  영화가  오버랩 된다.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이유는 인류의 재앙에 맞선 구원의 중심이 중국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이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 주다보니 으쓱해진 어깨가 문화혁명이야기는 애교로 봐 준 듯하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도 변방이 있고,  그  변방에도 또 변방이 있으며,  그  변방의 변방에도 변방의 변방이 있다.  그  가장 깊숙하고 외진 변방에서 가상 세계가 부활했다.  춥고  기이한 여명 속에 피라미드도 없고 UN  본부와  푸코의 진자도 없다.  오로지  광활하고 단단한 황야만이 꽁꽁 언 금속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해 삼체인은 태양계로 거대한 우주 함대를 파견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우주군이 결성된다.  그러나  매우 열세다.  갈  길이 너무 멀다.  각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에만 50년이  걸리고,  대규모  우주 비행의 중요한 기술들이 실용 단계에 이르는데도 100년이  걸린다.  우주군이  완전한 전투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300년은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삼체  위기가 다가옴에 따라 지구는 ‘도피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삼체  2부에선  ‘면벽자’와  ‘파벽자’라는  단어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삼체인들의  소통 방법의 특징은 그저 어떤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함께 느낀다는 점에 있다.  상념(想念)대화이다.  여기엔  속임수나 기만이 존재할 수 없다.  지구인들은  어떤가?  지구인들은  속절없이 삼체인들에게 읽힐 뿐이다.  지구인들은  그 대응책으로 UN이  주축이 되어 지구 전체에서 단 4명의  면벽자를 선발한다.  면벽자의  책임이 막중하다.  그들의  생각이 삼체인에게 걸리지 않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구 구원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  정보를 입수한 삼체인은 지구인을 포섭할 계획을 세운다.  지구인  중에서 불만 세력을 끌어당겨 파벽자를 만들려고 한다.       



『삼체』  1권(448쪽)에  비해 두꺼운 708쪽의  분량이지만,  글의  진행이 빠른 탓에 술술 잘 넘어간다.  『삼체』는  최초,  최고의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중국  SF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국  SF  최초  영문 번역 출간.  아시아  최초 2015년  휴고상 수상작.  2017년  영화 개봉 예정 등이 그것이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은 〈중화두수바오(中和讀書報)〉와의  인터뷰에서 “류츠신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더해 특별한 울림을 만들어낸다.”라며  극찬을 보냈다.       광산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류츠신은 수리공정학을 전공 한 후 발전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퇴근  후에도 아무 곳 갈데없는 발전소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마작에 빠져들게 된다.  어느  날 하룻밤에 한 달 봉급을 다 날리고 정신을 차린다.  “계속  이렇게 살순 없다.  저녁에  돈을 벌지 못할망정 잃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대단한  반전이다.  류츠신의  내면에 소설가의 자질이 감춰져있었기 때에 가능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서 멋진 작품들을 뽑아내 보이는 류츠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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