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Nov 13. 2015

이어지는 이야기
​[속삭임의 바다]






『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  놀(다산북스)      



1.  사람들은  헤티를 몽상가라고 했다.  헤티가  본 장면들은 모두 환영이라고,  ‘바다유리’는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다유리(Sea  Glass)는  유리병이나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다에서 오랜 세월동안 파도와 모래에 깎여 매끈하고 영롱한 보석 같은 형태가 된 것이다.  다소  불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바다유리가  만들어지는 데는 20~30년  정도가 걸린다.       



2.  소설의  무대는 모라 섬이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이다.  인근  섬하고도 아주 많이 떨어져있다.  마치  작은 왕국 같은 그 섬에 헤티도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섬에서  가장 연장자인 퍼 할아버지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모임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후 퍼 할아버지가 한 말이 모두의 마음속에 꽂힌다.  “사흘  동안 연속해서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아직  아무에게도 꿈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심각하고 사실적인 꿈이라서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얘기해야겠습니다.  여러분,  모라를  향해 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오고 있다고요.”     



3.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라의  자랑인 배가 걱정된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점점 더 거세진다.  바다는  흰 물살을 출렁이며 섬뜩할 정도로 강렬하게 움직인다.  폭풍과  거센 비를 견디지 못한 배는 산산조각이 났다.  섬사람  몇이 실종된다.  퍼  영감의 ‘악’이야기가  힘을 얻는 느낌이다.     



4.  그래도  헤티는 바다유리를 통해 한 이미지를 본다.  사람의  모습이다.  궁금해진  헤티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물론  아무 대답도 없다.  폭풍이  다소 갈아 앉는 기미가 보이던 때 헤티는 섬 근처에서 낯선 배를 보게 된다.  노로  젓는 작은 크기의 배였다.  누가  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배를 이 섬까지 타고 왔을 수도 있다.  그  안에 탔던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  섬사람들이  섬을 구석구석 살피며 다니던 중,  결국  타지에서 온 사람을 발견했다.  기진맥진한  상태의 자그마한 노파였다.  모두  그 노파 혼자서 배를 몰고 온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헤티가 더욱 놀란 것은 바다유리를 통해 보았던 바로 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5.  노파는  모라 섬에서 ‘애증’의  존재감이었다.  다행히  기력은 회복했으나 여전히 말이 없다.  소녀에서  숙녀의 경계선에 있는 헤티는 어느 날 크나큰 일을 계획한다.  노파가  몰고 온 배를 몰고 그 노파의 가족들이 있는 섬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멀기도  하거니와 시시때때로 변하는 바다의 날씨 앞에 거의 목숨을 걸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출발한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그 섬에 도착한다.  섬사람들  모두가 놀란다.  헤티는  그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노파의 가족을 통해 어떻게 그 노파가 모라 섬까지 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주변이야기를 들으며 헤티는 다시 한 번 결심을 한다.  예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바다에선  계속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바다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내가  떠난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  어떤  속삭임으로 남을까?  어떤  이야기가 남겨질까?  내가  떠난 그 자리,  당신이  떠난 그 자리는 그렇게 흔적으로 남는다.  아니  흔적이라도 남으면 다행일까?  그래도  못내 아쉬워 가끔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도 있겠지.  그렇게라도  못하면 너무 안타깝잖나.  



작가의 이전글 120년 전이나 지금이나..​[나라없는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