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갈림길

10월 1일 - 오늘의 삶쓰기

by 유이지유

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내가 헤매는 길은 주로 두 종류의 길이다.

하나는 삼나무 숲, 또 하나는 자작나무 숲이다.


지도상으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길이지만….

(자작나무는 핀란드의 ‘휘바 휘바’라 사진으로 봐서 아는데,

삼나무는 어떻게 생긴 거냐?

어감이 좋아서 그냥 그렇게 붙였다.)


*

‘삼나무 숲으로 가자’


삼나무 숲은 산책 같아진 길이다.

많이 익숙해져서이다.

자주 거닐어서 이제는 지형이나 그곳에 부는 바람과 냄새, 그곳에 상주하는 것들을 겁내지 않고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의 두께가 얼마나 자랐고, 높이는 얼마여서 올려다보면 하늘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다.

주로 내가 그 길의 어디에서 헤매는지도 알기에 무턱대고 겁내지 않게 됐다.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앉아 버틴, 수년의 노력이 빚은 결과이다.

“에이! 쓰면 되지! 한 줄만 쓰자.”라고

무식하게 덤벼들 수도 있을 정도가 됐다.

헤매더라도 탈출할 방법 몇 개쯤 터득해서 많이 좌절하지 않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미지의 영역이다.

눈을 감고 그 길에 들어서면, 흰 눈밭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무인지 눈밭 인지도 구분할 수도 없다.

누구 하나 지나지 않았고, 그런 길이 있는지 누구 하나 알지 못하는 곳이다.

이제 내가 막 ‘자작나무 길’이라고 명명했을 뿐이니.


새하얗게 텅 비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한 발 떼기조차 두렵다.

발을 내딛자마자 발목이 싹둑 잘려 새빨갛게 흩뿌려질 것만 같다.

잘리고 잘려 혈흔이 이어야만 보이는 자작나무 숲길이다.



몇 년째 거닐던 삼나무 길을 갈아엎으라고 한다. (누가?)

자작나무 숲길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 (누구긴!)


삼나무 길과 자작나무 길에서 자꾸 싸워대서 불면의 밤이 길다.

회한이 많고 자책이 크다.


‘능력도 안 되면서, 왜 쓸데없이 옷장 문은 열어 가지고!’


경위야 어찌 되었든 싸움을 끝내야 한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어디로든 가야겠다.


늘 의문이다. 그런 길을 가야만 할까?









일상을 마친 이들의 담소와 웃음이 오가는 천변을 거닐고만 싶은데…

그런 삶이고만 싶은데….



자작나무 저편에서 누군가가 손짓하는 것 같다.

갈퀴를 흔들며 아슬란이 말했다.


‘포기해! 넌 이미 글러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