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끝마치며.
12월 14일 - 오늘의 삶그림
별 일 없고,
별 볼 일 없고,
별 쓸 데도 없는 나날들.
매일이 그냥저냥 똑같아서,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날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 될 날을 일상이라 부르는 날들이었다.
매일 한 편 ‘오늘의 삶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무의미해서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 같았다.
천형 같은 육신의 고통과 부서지려는 정신을 잡아맬 올가미가 필요했다.
하기로 했으니 뭐라도 찾아내려 무료한 삶을 들여다봐야 했다.
나를 둘러싼 것들을 찬찬히 둘러다봤다.
어느 날은 도서관을 나서는 머리 위에 구름처럼 만개한 벚꽃이 흩날렸다.
아기 손톱 같은 연분홍 꽃잎이 팽그르르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세례를 내리는 듯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위로하듯,
앞으로의 나날들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어주듯.
또 어느 날에는 단풍잎이 책장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갈피진 나뭇잎에 ‘덧없음과 더없음’이 떠올라 가슴 저릿했다.
오늘은 더없이 선명한 노란빛으로 반질거리고 있다.
내일은 덧없이 갈변한 누런 몸으로 삭아져 갈 것이다.
올려다본 잎들 사이 햇살이 찬란히 부서지며
찰나가 불멸로 각인되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이 이런 거였네.’
‘봄기운이 벌써 불기 시작했구나.’
‘파릇한 싹을 틔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꽃봉오리 인사를 건네는구나!’
미력하고, 무의미해 보였던 나날 속에
반짝이는 순간이 숨어 있었다.
매일 같이 똑같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삶에도 보물이 숨어 있었다.
바쁘다며, 해야 할 것이 있다며 서둘렀던 걸음 때문에,
수줍게 건네는 인사를 알아채지 못했다.
‘오늘의 삶그림’이 나를 나로 살게 해 주었다.
사소한 순간을 그리며 오늘을 살아냈다.
홀로 떠도는 삶을 견디게 해주는 선물 같은 순간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살아낸 시간은
하루하루가
별스럽고,
별 볼 일 있고,
별 쓸 데 있었다.
순간은 찬란했고,
삶을 의미 있게 했다.
꿈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
꿈길을 노니는 듯하여
조금 몽롱하고,
조금 많이 헤매이고...
행도 불행도 환상일 뿐이니
그저 평안할 뿐이다.
당신의 삶도
그대의 생도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