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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2. 2024

아들을 잃어버릴 뻔했다.

오늘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아들의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학교도 가기 싫어했던 오늘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속상했던 오전의 마음을 달래주고 곧장 아들이 좋아하는 이모, 내 고등학교 친구네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1박 2일 예정이고, 신랑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기에 간단한 짐만 들고 친구네로 왔다.

간식도 먹고 저녁도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을 차려준 친구에게 고마움의 표현으로 설거지를 자처하고 아들은 이모라고 부르는 내 친구와 함께 분리수거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5분 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애 올라갔어?"

친구의 말에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담담히 "아직"이라고 대답한 순간, "또 숨었나 보다.", "찾아서 올라갈게"라는 대답에 불안한 나머지 겉옷을 챙겨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었다.

친구에게서 다시금 전화가 걸려왔고, 당황한 목소리었다.

"애가 숨은 줄 알았는데 없어, 얼른 내려와야겠어."

심장이 떨리고 불안했지만 심호흡하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바로 타자마자 1층 버튼을 누르며 닫기 버튼을 재촉하듯 눌러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층에 도착하니 친구의 얼굴은 꽤나 놀란 눈치었다.

숨었다면 웃음소리가 났을 테고, 이리 오래 숨어있지 않을 거라며 이름을 불러댔다.

1분이 10분 같았고 2분은 2시간 같았다.

이름을 크게 불러가며 찾으면서도 어두워진 저녁 시간이 가져다주는 공포는 아들에게 더 무섭게 느껴질 거란 생각에 불안했다.










침착하려고 애쓰다가도 심장이 요동치는 감정이 낭떠러지에서나 떨어지지 않으려 겨우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변에 주차하던 사람도, 편의점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모두 놀란 눈치였지만 아무도 우리 아들을 본 사람이 없었다.

불길한 마음이 파도처럼 덮쳐오고 침착하게 불렀던 이름은 대답이 없는 아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들리기를 바라며 절규하듯 질러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친구와 함께 뛰었다.

아들의 우는 모습을 보고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가며 품에 안았다.

"엄마가 정말 놀랐어, 어디 갔었어?"

울음이 겨우 진정된 아들은 조용히 말했다.

"이모가 손에 아무것도 없어서 분리수거 다 한 줄 알고 바로 따라올 거라 생각해서 먼저 뛰어서 들어왔고 엘리베이터가 와서 이모보다 먼저 올라가고 싶었어요."

"이모가 곧장 따라올 줄 알았던 거네? 그런데 이모집이 몇 층인 줄 알고 올라갔어?"

"4층인 줄 알고 올라가서 초인종도 누르고 똑똑 두들겨 봤는데 문을 안 열어줘서 다시 1층 내려왔다가 이모가 없어서 다시 올라갔어요."

항상 같이 다녔기에 친구집 층 수는 굳이 알려준 적이 없었고 친구의 집은 아들이 올라간 4층과는 무관한 15층이었다.

그리고 친구네 집은 아들과 함께 오늘로써 딱 두 번째 방문한 날이다.

 










다시 올라갔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아 당황한 나머지 1층으로 내려왔고, 어두워진 환경과 보이지 않는 이모, 보고 싶은 엄마가 생각난 아들이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들을 찾은 것만으로 천만다행이었기에 더 놀랐을 아들을 달래주며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이모집은 15층이라고 이제야 알려줘서 미안하다고 다시 품에 안았다.

복통이 여러 번 찾아왔다가 사라졌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으며 아들 손을 꼭 잡고 친구 집으로 올라왔다.

이모의 분리수거를 돕겠다던 아들에게 별일 없을 거란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과 잠깐 방심했던 이모의 찰나라는 순간이 후회로 돌아오며 또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몇 번의 심호흡으로 간신히 참았다.

"절대 밖에 나가서 장난으로라도 숨거나 뛰지 말자, 다칠까 봐 그래.", "사고 나면 도와줄 수가 없어, 알겠지?"

어른 옆에 꼭 붙어 다니자고, 핸드폰 가방 챙겨서 다니자고 약속하고 잠시 쉬게 했다.

무서웠을 아들이지만 더 무서웠던 건 얼마 전 꿨던 꿈이다.

원래 꿈을 잘 꾸진 않지만 생생했던 긴박함이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이어진 탓에 심장이 뛰었던 날이 생각났다.

아들이 눈앞에서 납치당하는 꿈이었다.

찝찝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며칠 전 꿈이 생각나며 나는 더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미안해하는 친구, 놀랐을 친구에게도 괜찮다고 애써 마음을 숨기며 안심시키고 아들과 방에 들어왔다.

아들을 재우고 글을 쓰며 눈물이 흘러내리는 지금도 최대한 차분해지려 마음을 가다듬고 있지만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또한 생각하기 싫은 기억을 불러온다.

남동생들이 먼저 떠나간 무렵, 주체하지 못하고 흘렀던 눈물의 기억이 떠오르고, 나는 다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참아내려 애를 쓴다.

하마터면, 아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면, 나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빠 생각이 난다.

아들 둘이나 먼저 떠나보낸 심정을, 그 고통을 숨기고 참았던 우리 아빠 생각에 더 힘들어지는 감정이다.

당연한 일도 당연한 순간도 없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경험했다.

당장 앞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일은 꼭 지켜야 할 것, 부모로서 절대 방심하지 말 것, 내 아이를 지켜낼 것.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경험은 아무도 해보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로써의 긴장감이, 절박함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감정으로 저 멀리 가두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은 편히 잘 수가 없겠다.

감정을 겨우 추스르고 보니 온몸이 몸살처럼 아프다.









어차피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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