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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3. 2024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움직이자.

등산하기 딱 좋은 날

눈 뜨자마자 엄마 아빠를 번갈아 온몸으로 깨우는 아들 녀석으로 인해 7시부터 나왔다.

지난주에 아들이 원하는 등산 스틱을 샀으니 산으로 가야 한단다.

찬한다.

오늘은 계양산이다.

막상 걷기 시작하니 해가 마치 흘겨보듯이 뒤통수가 따갑고 덥기 시작한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힘들어 보이는데 등산 스틱은 짚어야 하는 아들의 악바리 근성이 나온다.

분명 힘든 것 같은데 자존심인가, 끈기라고 해야겠다.








다행히도 주말은 늘 아빠 곁에 붙어있는 아들이다.

나에겐 마음고생이 있었던 한 주였기에 먼저 앞서가는 길로 마음도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마음을 환기시키기에도 적당한 바람과 새소리가 함께해 주니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돌아보니 등산객들은 아들을 지나치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힘들어도 입은 쉬지 않는 아들로 인해 많은 분들이 지나가며 보기 좋다고 응원을 해주시고, 아들도 쉴 새 없이 말하느라 어른들의 웃는 모습에 어리둥절하지만,  심심하지 않게 정상까지 가뿐히 오를 수 있었다.








내려와서 먹는 밥이 꿀 맛이다.

기대치 않았던 곳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입까지 호강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미소도 행복이 되는 것이 또 새삼이다.

기분전환도 되고 마음의 병도, 터질 것 같았던 감정도 자연스레 작아지고 있다.

아들 녀석이 도넛을 잘라준다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어설프지만 한 입 크기로 야무지게 잘라 엄마 아빠 입에 쏙 넣어준다.

행복을 한 입 가득 넣어주고는 감동과 미소를 짓게 하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분위기를 확 깨는 소리를 낸다.

포크로 나이프를 연달아 내려치기 시작하는 아들에게 뭐 하는 건지 물어봤다.

"엿도 자를 때 이렇게 탁, 탁, 내려치던데요?^^"

뜬금없지만 역시 아들다운 발상이다.

개구쟁이, 장난꾸러기 아들 덕에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아들아, 여긴 우리만 있는 곳이 아니다. 매너 지키자~!"

순수한 어린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몸도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신랑이 서운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아들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래서 애 때문에 산다는 말이 있나 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고 치고 그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 일이 발생하지만 또 덕분에 웃을 일도 많다.

카페에서 QR코드를 찍어 어플을 다운로드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안드로이드폰은 되지만 아이폰은 안된다고 했다.

아들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장난꾸러기 눈 빛으로 혼자 흐뭇해하며 킥킥대던 아들 녀석이 비밀이라며 엉뚱한 모습을 보이더니 카페를 나오자마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QR코드, 아이폰은 되지 않는다는데 자기 폰은 되었다고 좋아했다.

잉? 순간 이해를 못 했으나 곧 알아차린 우리는 아들 녀석의 귀여운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폰은 안된다는데, 아이의 폰은 되었다.

우리는 그게 뭐라고 좋아하는 아들에게 한마디 해주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아들이 오늘 운이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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