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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4. 2024

편안한 분위기가 그리운 오늘

모두에게 여유가 있었으면..

아침부터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씨다.

그냥 기분이 좋은 날, 항상 가던 카페가 아닌 다른 길로, 다른 카페로 향했다.

밝게 인사하며 들어간 카페는 아무도 없었다.

웃으며 인사한 얼굴이 민망할 정도로 직원은 표정이 없다.

미소도 없고 무미건조한 어투도 아쉽다.

바쁘지도 않은 분위기에 멀뚱멀뚱 서있기만 한 직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평소에는 여유 있게 쉬고 있었을 시간인가?

그 시간에 방문한 내가 반갑지 않았을까?

웃으며 인사했다가 무표정으로 상처받고 굳이 직원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오지랖을 부려본다.

별 일 아닌, 사소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어쩐지 기분은 멜랑꼴리, 편하지 않다.








편하게 앉았다가 가려는데 음악도 없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 안은 알 수 없는 정적만 흐르고 편하지도 않다.

손님이 들어왔다.

그 손님 역시도 미소가 없다.

너무나 당연할 수 있지만 나는 왜 오늘 아침부터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을까?

이어 또 손님이 들어온다.

전화 통화를 하며 들어온 학생은 누군가와 나누는 이야기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웃어서 예쁜 걸까, 젊어서 예쁜 걸까?

하여튼 자연스러운 모습이 마냥 예쁘다.








커피 그라인더가 돌아가는 소리, 물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들어오는 손님들, 순식간에 소란스럽다.

아침부터 화내는 아주머니, 결제해야 할 카드가 없어서 당황한 학생, 표정 없는 직원, 여러모로 편하게 앉아있고 싶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오래 앉아있을 공간도 시간도 아닌 것 같다.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오늘만큼은 나와 인연이 없는 공간임은 틀림없다.

있는 그대로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과 서툴러 보이는 사람,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 어느 카페든, 어느 장소든 마찬가지라 생각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 사이 속에서 나는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다.

기분 좋게 시작된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기분이 처지는 것이 오래 앉아있다가는 나의 에너지가 금방 고갈될 것이다.








낯선 분위기와 감정으로 인하여 아침부터 후회가 된다.

늘 가던 카페나 갈 걸, 이런 느낌이 싫어서 항상 같은 길, 같은 카페만 찾는 것이다.

나름 마음먹고 움직인 발걸음이, 마음먹고 웃으며 했던 인사가, 모두 낯설게만 느껴지고 찝찝함만 남는다.

겉도는 느낌, 마치 마음을 열고 다가갔는데 내가 있으면 안 될 자리처럼 느껴진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기로 하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 카페 밖이 훨씬 편하다.

편한 공간, 편한 시간, 편한 사람, 편한 느낌, 편하게 생각했던 감정들이 떠오르며 소중함을 익숙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오늘만큼 당연함은 없었다.

갑자기 문득 생각난다.

나는 과연 어떤 영향을 주고 있었을까?

여러 관계 속에서 지금까지 나라는 사람이 주는 분위기나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편안함이었을까?

나도 많이 불편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이다.

커피 한 잔 하러 들어갔다가 불편한 감정을 얻고 뜻하지 않게 걸으며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만 더 여유 있게, 별 일 아니라고 넘길일도 다시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나 편하지 않음은 있다.

다만, 편하지 않은 감정이 가져다주는 태도가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고 갈 수 있었으면, 다들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 웃을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당연함은 없어도 여유라는 시간과 감정을 느껴보는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각자 살기 바쁜 시대, 오늘은 한순간이 가져다주는 느낌으로 인해 많이 불편하고 낯설다.

생각만 하면 떠오르는 얼굴들, 편한 사람, 편한 공간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소중함으로 곱게 포장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걷기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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