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salami Nov 08. 2017

인턴쉽을 팝니다

기부 상품으로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턴쉽

자선의 행위는 기부에 바탕을 둔다. 물질적인 기부뿐만이 아니라, 물건, 서비스, 재능의 기부까지 총칭한다. 자선 행사에 가면 이 곳 저곳에서 제공한 다양한 기부의 형태를 보게 된다. 사진작가가 제공하는 촬영 서비스, 셰프가 내놓은 5코스 상품권, 화장품 회사에서 제공한 화장품 바구니 등등이 경매의 대상이 된다. 경매에 참여한 구매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돈이 자선의 목적으로 쓰여서 좋고, 제공자들 역시 자신이 가진 재능 및 자산을 기부함으로써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기부하는 물건 및 서비스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듯, 이 곳에서 인턴쉽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 지인은 자신이 예전에 갔던 자선행사에서 보그에서의 인턴쉽이 경매에 올라왔다고 했다. 상상을 해보자면 어떤 물건 및 재능을 사서 기부를 할까 고민하던 기부자는 인턴쉽을 보고 이건 윈윈이라 생각할 것이다. 기부도 할 수 있고, 자녀는 좋은 인턴쉽 기회를 얻는다. 처음에는 조금 불공정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하다. 직업이라는 것은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하지만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역시 처음부터 몇억짜리 상품은 아니었다. 이런 것이 만연한다면 문제겠지만, 자선을 위한 목적으로 간혹 한두 번씩 올라오는 것은 사실 회사의 전략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 2010년 보그의 안나 윈투어와 함께하는 1주일 인턴쉽은 그 경매금액이 $42,500까지 올라갔다. 보그로서는 12개월 구독권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기부상품임에 틀림이 없고, 안나 윈투어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재능기부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회사의 전략적 인턴쉽 기부나 위와 같은 일회성 이벤트에 대해 공정과 불공정의 문제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궁금한 것은 과연 회사에서 자사의 물건과 서비스가 아닌 자사의 인턴쉽을 구매한 '고객'이면서 '기부자'이자 '인턴'을 어떤 방식으로 대우하는가 이다. 안나 윈투어의 인턴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자선의 목적이라도, 인턴쉽이 누군가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 등장한 이상, 여느 상품들이 그렇듯 '포장'이 필요하다. 즉 인턴쉽 프로그램은 매력적이게 고안되어야 한다. 단순히 사무 보조 정도로 일이 매력적이라 말할 수 없다. 허드렛일만 시키다가는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인턴 착취'는 더더욱 안될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턴쉽은 전략적으로 고안될 수밖에 없다. 임원들과의 멘토 세션이 마련되어야 하고, 프로젝트 베이스로 투입되어야 하며, 시켜야 하는 일 대신 경험하고 싶은 일을 맞보게 해줌으로써 이력서에서 빛나게 해주어야 한다. 고객만족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어쩌면 회사의 실무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인턴은 채용되었지만 정작 시키고 싶은 일을 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 있으면 복사 10장만 해줄 수 있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어봐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일하는 환경을 원하는 지원자들도 있을 것이다. 패션 잡지 인턴쉽의 경우 힘들고 빡센 환경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강도'마저도 사전 협의가 바탕되어야 한다. 그들은 인턴이기 전에 고객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선 행사에 올라온 인턴쉽은 진짜 인턴쉽이 아닌 고객의 직업체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Charity Buzz라는 온라인 자선 경매 사이트에는 지난 4월 경 11개의 유급/무급 인턴쉽이 올라와 있었다. 뉴욕에 있는 클라란스 본사에서 마케팅 관련 인턴은 당시에 $3,000 경매 예상 금액이었는데 얼마로 낙찰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크리스찬 디오르도 4주짜리 인턴쉽을 내놓았었다. 화장품 및 패션 업체들로서는 자사의 가장 매력적인 상품을 기부라는 방식으로 내놓는 것이 되지만 자선의 목적이라 해도 경험도 구매할 수 있다는 문제는 구매하는 자와 구매하지 못하는 자가 나뉠 수 밖에 없기에 약간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Photo by Flaunter. com on Unsplash

구독자 167
매거진의 이전글 Billable Hour 직업의 함정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