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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풀
by salami Jul 22. 2017

Billable Hour 직업의 함정

 나는 어디에 맞는 사람인가요?

최근들어 예전부터 하던 프리랜서 일을 늘려가면서 일은 재미있는데, 이상하게 같은 시간을 일해도 일반 회사 환경에서 일하는 것보다 덜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단지 시간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 회사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업무로 10시간을 보내는 것과, 그 시간을 3시간씩 쪼개어 세 고객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각기 회사들의 케이스는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에 대한 접근 방식 및 계획도 모두 달라야 한다. 이 회사에 맞았던 솔루션이 저 회사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때때로 청구하지는 않지만, 따로 몇시간씩 추가로 리서치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즉, 하나의 회사에 소속되어 10시간을 일하는 것과 각기 다른 회사를 위해 10시간을 일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에 대체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그러고보니 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 대표적으로는 회계법인, 로펌, 컨설팅회사부터 작게는 소규모 비지니스 서비스 기업, 강사, 포토그래퍼까지 그들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 보여도 자세히 보면 각 고객 및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케이스가 다르기에 각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 솔루션이 해당 회사에 유무형 적인 이익을 창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은 Billable hour system이라는 보상 체계를 낳는다. 


그들은 계약 이후부터 바로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기에, 그들이 고객에게 청구하는 비용은 모두 고객의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적으로 쓰여야 한다. 예일 로스쿨 홈페이지에서 Billable hours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를 잠시 보자. 


The Truth about the Billable Hour - Yale Law School


주 50시간을 회사에 있었지만 점심시간, 쉬는 시간, 따로 무언가를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니 고객에게 청구하는 시간은 37.5 시간이다. 여기에는 또한 개인 통화시간, 트레이닝 시간, 잡담 시간, 점심을 좀 길게 먹을 때 소요되는 시간 등이 빠져있다. 회사마다 Billable hours에 대한 정책이 다르므로 하나로 얘기할 순 없지만, 어쨌든 말하고자 하는 바는 Billable hour로 고객에게 청구하는 경우 청구하는 시간들이 모두 그 고객의 케이스를 위해 '생산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은 자신이 처리해야하는 일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읽고, 트레이닝을 받고, 관련 업계의 사람을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셔도 되지만, 개인 또는 회사가 따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따로 고용한 전문가가 나에게 트레이닝 비용 이라던지 관련된 자료를 읽은 2시간을 추가로 청구할 수는 없다. 그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업무에 착수해주어야하고 그에 의해 시간이 계산되어 돈을 지불 받기 때문이다. Billable hours로 계산되는 업계에서 생각할 시간, 준비할 시간, 쉬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들어가지 않는다. 생산적인 활동을 더 잘 하기 위해 필요한 비 생산적인 활동에 대한 청구는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쉽게도 이렇게 중요한 특성을 우리는 진로를 탐색할 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매번 같은 사람들과 정해진 범위내의 일을 해야하는 것이 지겨운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 회사에 있는 8시간 중 4시간은 크게 생산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일반 회사의 일인데, 그 4시간이 생산적이지 않음을 못참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회사에서 잡담, 점심, 커피, 인터넷 서핑 등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못참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 사실 유럽의 주 30-35시간 일하는 체계는 '우리는 월급제이지만 생산성 없는 시간까지 있을 필요는 없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짧은 시간을 일할 경우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나는 어디에 맞는 사람인가, 매번 새로운 고객들을 만나고 또 배울 것도 많지만 항상 내 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만 하는 그런 환경에 맞는 사람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동료에 익숙해지며 조금 편안해지는 대신 생산적이든 생산적이지 않든 정해진 시간 동안 무조건 한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맞는 사람인가.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금방 흥미를 잃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재미있는 일, 흥미있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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