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책세상, 2017)
박근혜를 제명하며 쇄신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자유 한국당’을 비롯하여 보수 단체로 관련 집회 참석 시 15만 원을 입금해준다고 광고하여 논란이 된 ‘자유청년연합’, 국정원이 설립·운영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되어 충격을 준 우파 단체 ‘한국 자유연합’ 등. 최근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단체는 ‘자유’를 포함한다. ‘자유’란 단어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선입견으로 굳어질 찰나에 만난 고전이 있다.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서병훈 옮김, 책세상, 2017)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19 세기에 활동한 철학가, 경제학자다. 그는 ‘자유’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 없이 이를 무단 사용하는 어느 단체들과는 달리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자유론』을 통해 사유(思惟)한다. 이 책은 ‘밀’이 가장 오래 남을 책으로 꼽았다고도 한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니 이 땅에 ‘자유’가 존재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자유론을 비롯한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등 훌륭한 저서들 외에도 그의 생을 대변하는 일화(테일러 부인과의 운명적인 사랑,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다 정치가로 활동한 이력)는 ‘인간애를 겸비한 천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한다.
그의 삶에서 보듯 『자유론』의 시선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 바탕을 둔다. 주장하는 의견마다 인간이 가진 긍정적 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첫째, 인간은 내면적 힘에 따라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는 나무와 같다고 비유한 점. 인간은 모형대로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기에 사회적 관습, 다수의 횡포, 절대 권력에 의해 사라지는 ‘개별성(individuality) 보호’를 위해 자유를 논한다. 둘째, 인류가 역사적으로 볼 때 삶이 나빠지지 않고 점차 발전해온 근원은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라고 본 점. 따라서 ‘토론’을 통해 과오를 개선하고 그릇된 의견이라도 듣고 수용하는 것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인간은 도덕적 존재로서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개인적 덕목보다 사회적 덕목에 대한 교육을 강조한 점. 이에 인간은 일정 규칙을 준수하며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것으로 균형을 꾀했다.
‘자유’에 대한 실천적 담론을 담은 이 책의 목적은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권력’의 범위를 정하기 위함이다. 여론, 대세, 지배자, 오래된 관습, 상급자 등이 인간의 특성인 ‘개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방해한다. 자기 자신조차 지배하지 못하는 ‘소수파’에 주목하여 사회적 개입은 자기 자신에 대한 보호 이외에는 철저히 차단하고 개인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만 권력 사용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담론이다.
주장하는 논거에 대한 반박과 그에 대한 또 다른 논거가 거듭되는 이유는 ‘자유’ 자체를 논하기보다 자유 바깥 것(사회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내용과 한계)의 구체적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자유’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론서’ 같지만 ‘실천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에 대한 ‘경전’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문장마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 밑줄 칠 부분을 고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다. 유시민이 ‘알쓸신잡’이란 예능 프로그램에서 5대 추천도서 중 하나로 꼽은 이유로 충분히 납득된다. 책은 가볍지만 ‘자유’에 대한 메시지는 묵직하다. 시간이 된다면 여러 번 읽거나, 요점을 정리하여 외우고 싶다.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과 진정한 자유를 탐구하고 싶은 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연구하는 분에겐 필독서다. 더불어 여론몰이, 가짜 뉴스 조작, 집회를 위해 조직되어 감정적 횡포를 일삼는 ‘그들만의 자유’를 누리는 일부 ‘자유’ 관련 단체들에겐 성찰이 따르는 ‘숙독’을 권하는 것은 무리일까. 개인적 바람은 ‘자유’를 명패로 달고 있는 그들과 『자유론』을 함께 읽은 후, 그들은 무엇을 사랑하고 목적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