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철학』(탁석산, 창비, 2011년)
“행복한 사람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행복해야 한다고 외치는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것은 행복에 대한 강박, 즉 ‘행복 스트레스’다”, “한국인은 실용주의가 중심이 되어 현세주의, 인생 주의, 허무주의의 특징이 있다.” 철학가이자 집필가로 활동 중인 탁석산의 『행복 스트레스』(창비)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의 일부다. 그의 철학은 당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을 어렵게만 여기던 독자에게 어렵지 않다고 알려주는 철학 전도사다. 그런 그가 직접 철학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한 책이 있다. 바로 청소년 문고로 발간된 『자기만의 철학』(창비, 2011년)이다.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을 저자의 이름과 걸맞게 무릎을 ‘탁!’ 치게끔 쉽게 이해시켜주는 이 책의 비결을 무엇일까? 공통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철학과 과학, 철학과 종교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우리 삶에 가까이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잠시 들여다보자. 과학이든 철학이든 세계를 통째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과학은 ‘어떻게’를 철학은 ‘왜’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있다. 종교와 철학은 의미를 추구하는 면에서 같다. 그러나 종교는 행위의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만 철학은 구체적 행위를 통해 이해를 높이겠다는 목적은 없다. 철학자는 종교인과 같이 대중의 마음을 굴복시킬 권위를 갖진 못하지만 자신의 철학이 되면 삶에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신’보다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철학의 특징 외에도 철학 자체가 갖는 중요성을 시사한다.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기 위해 그 선행 작업으로 철학을 과학, 종교와 비교한 것은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철학이 과학과 종교만큼 절실하고 중요한 학문임을 일깨운다. 더불어 철학은 또 다른 논리학임을 이 책의 구성을 통해 전한다. 목차(과학과 철학, 종교와 철학, 철학의 세 단계, 자기만의 철학을 하려면)에서 보듯 개별 현상을 이해한 후 그것 들을 분석, 비교를 통해 설명하여 하나의 큰 줄기를 뽑아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주제를 끌어내어 세상에 내놓고 관찰 후, 공통점을 귀납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후 철학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을 드러낸다. 세상 가장 중요한 자신에게 이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철학의 단계와 자기만의 철학을 갖는 방법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자 독자에게 가장 필요한 내용이므로 직접 읽어보시길 권한다. 특히 자신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다른 이들로 하여금 힌트를 구하려는 분께 권한다. 청소년 책인 만큼 이해하기 쉬운 적절한 예시와 재밌는 삽화, 설명해주듯 친절한 구어체의 문체는 자기만의 철학을 구축하는 데 있어 친근하게 접하게끔 돕는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철학은 시대를 관통하는 ‘위대한 정의’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 직면한 나와 관련된 문제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 나의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의 힘이 여기 있습니다. 생각의 힘을 믿고 자신의 생각을 갖추는 것이 자기만의 철학으로 가는 길입니다.”(p.97) 생각의 힘으로 연구하는 철학자는 곧 뇌 노동자다.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모두 철학자가 될 자격이 있으며 뇌가 스펙이다. 뇌를 사용하는 일은 돈도 들지 않고 출퇴근도 필요 없는 데다, 그 에너지원으로 철학이 아니어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삼시 세 끼면 충분하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철학은 곧 내 안의 인프라를 이용해 투자비 없이 나에게 필요한 생각의 집을 짓는 일이다. 남의 생각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셋방살이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