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피워놓고

가족의 탄생

by 이새란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 모닥불, 박인희(1977)


쁘띠 귀농 중이신 아빠가 새롭게 가꾸고 계신 땅 한 편에서 ‘불멍’을 하고 싶다는 것은 내 아이디어였다. 이제 날이 꽤 더운데도 “엄마는 밤에 온돌이 따셔야 잘 잔다.”라며, 군불을 피우고 있는 아빠를 지켜보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돌덩이가 많은 땅이라 캠프파이어 존은 30분 만에 뚝딱 완성됐다.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고구마 몇 개를 들고서 살방살방 아래 마당으로 내려갔다. 도처에 널린 대나무 뿌리와 칡뿌리가 주 땔감이어서인지, 불은 금방 붙어 쌀쌀한 밤공기를 데워주었다.


불멍을 위해 중요한 것은 배경음악. 하지만 바로 음악을 트는 것은 금물이고, 타닥타닥 나무가 타들어 가는 소리를 십여 분 정도 듣다가 불을 바라보느라 말수가 줄어들 무렵 살짝이 잔잔히 재생시키는 것이 좋다.

남편이 좋아하는 ‘조개껍질 묶어’를 틀자 한바탕 웃음이 나왔다. ‘아니, 자네 나이를 속였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모님께 배우 강하늘이 영화 쎄씨봉 OST로 부른 버전이라고 다급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엄마와 아빠도 곧 흥겹게 따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박인희의 ‘모닥불’을 신청했다. “모닥불 피워놓고~” 하는 도입부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였다.


“박인희 노래가 참 좋다. 한번 다 틀어봐라.”


분명 엄마의 신청곡이었는데, 아빠가 더 신나셨다. 그렇게 박인희 메들리를 듣고 있다가 물끄러미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35년을 함께 살아온 두 분의 모습을 바라보니 괜히 애틋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

그러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바지런히 땔감을 나르는 아빠를 따라다니며 손을 거드는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결혼한 지 이제 막 4개월. 파리도 많고 씻기도 힘든 불편한 시골에 내려와 장인 장모와 주말을 보내는 일이 썩 편하지는 않을 텐데, 그는 군말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있었다. 강아지 리온이와도 잘 놀아주고, 밥도 맛있게 먹고, 낮잠도 잘 자면서.


요즘도 실감이 안 나서 문득 ‘내가 결혼을 했다니!’ 하며 실없이 웃거나, 잠들기 전 남편에게 “와! 자기가 내 남편이야!” 하며 그를 당황하게 하곤 한다. 우리가 남은 일상을 함께 걸어가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이, 결혼이라는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이, 아직은 떠올릴 때마다 설레는가 보다.


-

“와! 저거 북두칠성 아이가.”


조금씩 꺼져가는 불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까만 밤하늘에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아빠의 말처럼 북두칠성이 이만큼 가까이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던 별이 밤하늘에 빼곡하게 반짝이는 하늘을 보며 동그랗게 모여 앉은 아빠와 엄마, 남편과 나, 네 사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