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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Jul 01. 2018

세계 최대 자전거 메이커, 자이언트

자이언트의 세계관, GIANT CYCLING WORLD에 대한 이야기

19세기 발명된 자전거는 인간의 힘을 동력으로 활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 세계 곳곳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을 건강하게 즐기는 레저, 스포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 2억대가량의 자전거가 생산되고, 20억대의 자전거가 이용되고 있으며, 자전거 이용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만큼 다양한 브랜드가 있었지만 현재 자전거 시장에서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자이언트(GIANT BICYCLE)다.


자이언트는 어떤 브랜드일까?

2018년 5월 8일,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된 'GIANT CYCLING WORLD'를 주제로한 강의


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은 자이언트라는 이름이 생소할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도 '가성비가 뛰어난 자전거 브랜드'로 알고 있지 자이언트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나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만들면서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다른 브랜드의 자전거도 OEM으로 제작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으로 자전거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자이언트는 어떤 회사일까? 설립 배경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자이언트의 역사는 대만에서 시작한다. 1972년, 자이언트의 설립자 킹 리우(King Liu)는 토니로(Tony Lo)와 함께 뛰어난 품질의 자전거 만들기 위해 'GIANT MANUFACTURING COMPANY'를 설립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1977년,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브랜드였던 슈윈(Schwinn Bicycle)에 자전거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1년, 본격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만들게 되는데, 이 브랜드가 바로 지금의 자이언트(GIANT)다.



1987년, 세계 최초로 카본 자전거 양산을 시작한 자이언트

이미지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wSUKM3bvcyk


자이언트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1980년대에 자전거 메이커들은 티타늄, 듀랄루민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자전거를 만들던 시기였다. 다양한 소재로 기술 개발을 해오던 자이언트는 '카본 섬유(Carbon Fiber)'에 주목했다. 가볍고, 강한 강성을 유지하면서 진동을 흡수하는 소재로 당시 슈퍼카, 제트기 등 고가의 제품에 사용되는 꿈의 소재였다.



자이언트가 카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째인 1987년, 자이언트는 카덱스 980C(Cadex 980C)라는 모델을 시장에 선보였다. 카본 튜빙을 길이에 맞춰 썰어낸 후 금속으로 만든 러그(연결부)에 본드로 붙이는 전통적인 크롬몰리 자전거와 비슷한 제조 방식으로 카본 자전거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헀다.  


CADEX BIKE : http://bikejan.com/

카본 자전거인 카덱스 980C는 성공적으로 자이언트의 카본 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자이언트는 더 좋은 카본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카덱스(CADEX)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카본MTB, 카본로드바이크를 제작했다.




1997년, 세계 최초의 컴팩트 로드바이크 TCR을 만들다



'가볍고, 강하고, 더 빠른 자전거'는 모든 자전거 브랜드의 꿈이다. 1990년대 자이언트는 이 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당대 최고의 자전거 디자이너라고 불리던 마이크 버로우(Mike Burrows)를 영입한다. 그리고 더 뛰어난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자이언트는 마크버로우와 함께 다양한 자전거를 만들다. GIANT MCR 시리즈


마크 버로우는 '험한 지형을 다니는 MTB를 로드바이크에 접목시키면 더 높은 강성을 가진 자전거가 탄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자이언트 카본 MTB였던 MCM-1을 개조해 로드바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슬로핑 탑튜브가 생기면서 수평 탑튜브에 비해 작아진 프레임의 앞 삼각형과 뒷 삼각형은 기존 자전거들보다 무게 대비 높은 강성을 만들었고, 더 뛰어난 조향성을 보여줬다.


이후 4년 간 연구를 거친 후 1998년,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나갈 수 있는 TOTAL COMPACT ROADBIKE, TCR이 탄생한다.


너무 빨라서 레이스 출전 정지당한 TCR



레이스에 출전한 TCR은 투르드프랑스, 부엘타아에스파냐, 지로 디탈리아 등 여러 월드투어를 다니면서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지금은 전설이 된 선수들이 TCR을 탔고,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시장에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다 중간에 한 가지 에피소드가 탄생하게 된다. 


'자이언트의 자전거는 다른 자전거에 비해 너무 빨라서 레이스에 타고 나오는 것은 불공평하다' UCI에서 TCR자전거로는 레이스 출전을 못하도록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에 자이언트는 UCI를 계속 설득했고, 결국 레이스용 자전거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후 많은 자전거 브랜드에서 TCR과 비슷한 슬로핑이 들어간 자전거를 출시했다.


현재 TCR은 세계 최고의 무게 대비 프레임 강성을 가진 자전거(어드밴스 SL 모델), 세계 최초의 슬로핑 로드바이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2004년, 산악자전거용 마에스트로 서스펜션 기술 개발



1984년, 자이언트 공장에서 처음으로 산악자전거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OEM 제품으로 타 브랜드의 이름을 걸고 나왔지만 뛰어난 품질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995년부터 다양한 산악자전거 선수들을 후원하며,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계속해서 효율적인 서스펜션 기술을 연구하던 자이언트는 2004년, 마에스트로 서스펜션 기술이 적용된 자전거를 출시한다.


1997년, ATX990에는 싱글피봇이 아닌 호스트링크(host link)방식의 서스펜션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마에스트로 서스펜션은 기존 싱글피봇의 문제점이었던 바빙(서스펜션이 눌리면서 힘 손실이 생기는 현상)과 킥백(서스펜션이 작동하면서 크랭크와 간섭으로 페달링이 불편해지는 현상)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 점차 뛰어나고 무게가 가벼운 리어 쇽이 개발되면서 시장에서 마에스트로 서스펜션 방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자이언트 팩토리 오프로드 팀은 마에스트로 서스펜션 기술이 적용된 자전거로 많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알루미늄 가공 기술

자이언트는 자전거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카본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자전거를 만드는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ALUXX 알루미늄 기술은 강하고, 가벼운 프레임 제작을 목표로 한다. 현재 자이언트의 알루미늄은 다양한 라이딩 스타일에 맞춰 사용되는 ALUXX 등급, 동급 최고의 무게 대비 강성을 보여주는 ALUXX SL 등급, 최고의 무게 대비 강성을 보여주면서 SL 등급 대비 20%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ALUXX SLR 등급으로 나뉜다. 생활형 자전거부터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산악자전거까지 알루미늄의 쓰임은 다양하다.




전기자전거, 야마하와 함께 만든 싱크드라이브 모터 기술



자이언트는 16년 이상 전기자전거를 연구했다. 생활형 자전거부터 거친 산악을 달리는 오프로드용 전기자전거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최근에는 야마하와 협업을 통해 싱크 드라이브(SYNCDRIVE) 모터 기술을 개발해 효율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승차감을 얻을 수 있는 전기자전거 기술을 만들었다. 아직 국내에는 안전검사 등 법적인 제약으로 인해 들어오지 못했지만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다양한 제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더 빠른 자전거를 위한 도전 - 자이언트 프로펠 디스크



더 빠른 자전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모든 자전거 브랜드가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려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공기저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자동차, 비행기에서는 옛날부터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자전거는 1970년대에 이러서야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공기역학에 대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7년, 자이언트는 공기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에어로 로드 바이크인 프로펠 디스크를 공개했다. 프랑스 마그니쿠르(Magny-Cours)에 있는 ACE윈드터널에서 CFD와 풍동실험을 통해 탄생한 프로펠 디스크는 단순히 프레임의 공기역학적 성능에 초점을 맞추거나 특정 라이더의 테스트 결과에만 그치지 않고, 표준 체형의 마네킹이 페달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실제 라이딩 시 일어날 수 있는 공기저항을 이길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거기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되어 브레이킹의 신뢰도를 높였다. 비가 오더라도 기존 림 브레이크보다 제동력이 뛰어나고, 내리막 코너링도 더욱 날카롭게 공략할 수 있다. 거기다 힘 전달에 가장 중요한 무게 대비 강성은 에어로 로드바이크 중 가장 뛰어나다.




여성을 위한 자전거 브랜드, 리브(Liv)


리브는 여성을 위한 자전거 브랜드다. 2008년 Liv/Giant라는 이름으로 창립되었고, 2014년 리브(Liv)로 이름을 변경했다. 최초의 여성 자전거 브랜드이며, 여성만을 위한 자전거 브랜드는 현재까지 리브가 유일하다. 기존 자전거는 남성의 신체에 맞춰졌지만 리브의 자전거는 신체정보를 기반으로 프레임의 지오메트리, 스템, 핸들바 폭 등 모든 구성요소를 여성에게 맞췄다.


여성에게 맞는 핏(Fit), 여성이 만족하는 폼(Form), 여성을 위한 기능(Function)을 우선으로 하는 3F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디자인, 설계, 마케팅 모두 여성이 주도하며, 자전거뿐만 아니라 용품, 의류 등도 출시하고 있다.




자전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자이언트 어드벤처(GIANT ADVENTURE)

자이언트 어드벤처(Giant Adventure)는 2009년 설립된 자전거 여행사다. 2007년, 자이언트의 회장인 킹 리우는 73세라는 고령의 나이로 15일간 927km의 거리를 달려 대만 일주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때의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설립된 회사다. 자이언트 어드벤처는 대만을 일주하는 Tour de Taiwan을 시작으로 7년 동안 42,000명이 넘는 라이더와 함께하면서 대만 최고의 자전거 여행사가 되었다.


자이언트 어드벤처는 대만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 일본,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를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자전거길을 알리는 국토종주를 여러 번 진행했다.




여행, 생활을 즐겁게 하는 공유 자전거, 유바이크(UBike)



공유 자전거는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대여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에서 탄생한 사업모델이다. 과거 중국의 4대 발명품은 화약, 종이, 나침반, 인쇄술이었지만 최근에는 고속철도, 인터넷 쇼핑, 전자결제, 공유 자전거라고 할 만큼 공유 자전거의 인기는 높다. 사실 공유 자전거는 '자전거 업계의 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이언트는 공유 자전거를 단기적인 손해가 아닌 자전거의 즐거움을 알리고, 자전거 애호가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봤다.  2012년 말, 자이언트는 유바이크(Ubike)라는 공유 자전거 브랜드를 만들고 타이베이에 설치한다. 출시 2년 후, 유바이크에 대한 시장 반응은 놀라웠다.


교통 전체로 몸살을 앓던 타이베이 시는 공유 자전거로 인해 차량이 많이 감소했고, 중국 정부 관계자는 '유바이크 시스템을 꼭 중국에 수출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타이베이 시의 인구수가 260만 명 정도인데, 서비스 시작 후 2년간 3,000만 명이 이용했다.



물론 이 열광적인 반응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유바이크를 만들기 위해 자이언트는 교통카드 결제시스템을 관리하는 '마이크로 프로그램(Microprogram)社'의 주식을 매입했고, 자전거 대여자를 위한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했다. 또한 주차 기둥부터 타이어, 안장 등 자전거의 부품 하나하나 공유 자전거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자전거를 가장 잘 아는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바이크는 현재 대만 사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관광 온 관광객에게도 이용되는 공유 자전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GIANT CYCLING WORLD

자이언트는 생활용 자전거부터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레이스 바이크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 어떤 길을 달리는지, 어떤 라이딩 스타일을 추구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다. 자이언트는 왜 이렇게 다양한 자전거 사업을 진행하는 걸까?


자이언트의 비전은 'CREATE A NEW CYCLING CULTURE AND SHARE THE JOY OF THE RIDE'다. '새로운 자전거 문화를 만들고, 자전거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비전에 따라 자전거의 즐거움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자전거 사업을 계속한다. 그리고 더 즐거운 자전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RIDE LIFE, RIDE GIANT


글쓴이의 말 : 자이언트에 대한 글을 쓴다고 말해놓고, 2달 동안 주제만 잡아놓고 미적거리다가 2시간 만에 완성했다. 글을 써 내려가는 건 쉽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만든다는 건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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