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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Mar 07. 2024

해외에 가지 않아도 해외에 온 것 같은, 제주씨에스호텔


산에 오르기 전에는 7만 원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지만 산행을 갔다 와서는 좋은 호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이프가 씨에스 호텔을 좋은 조건에 구해 놓은 것이다(20주년 행사). 호텔에 도착하니 마치 하와이와 제주를 섞어 놓은 듯 각종 나무들과 돌담, 연못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산행을 하고 와서 푹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풍경과 방의 시설이 기분을 좋게 했다.     


바다가 보이는 정원의 전경


제주에서는 여러 호텔에 묵었던 기억이 있다. 신라 호텔, 롯데 호텔, 그랜드 조선, 하얏트 호텔 등이다. 신라 호텔은 약간 클래식하고 정갈한 느낌이 있었는데 숙박비가 비쌌고, 롯데 호텔은 보통 정도의 느낌이었으며, 그랜드 조선은 비교적 싸게 구했는데 괜찮았던 기억이 있고, 하얏트 호텔은 제주시에 있고 도시의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빌라나 빌딩 형태였기 때문에 제주 그대로의 자연적인 느낌은 덜했다.     


각 룸이 제주의 전통 한옥 양식으로 되어 있다


씨에스 호텔(5성급)은 다른 호텔과는 달리 전부 1층짜리 제주식 한옥으로 되어 있고, 주변에 돌담들과 다양한 식물이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바닷가 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바로 제주 남쪽의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이국적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산책하는 맛이 있었고, 곳곳에 알록달록한 꽃들도 생화로 심겨 있었다.      


우리가 묵은 가든 스위트 객실, 좌측 테이블 위에 웰컴 한라봉이 놓여 있다


산행을 하고 온 터라 온몸이 뻐근했기 때문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저녁 식사는 프로모션으로 숙박과 함께 제공되었는데 우리는 카노푸스 다이닝의 ‘알레’라는 음식을 골랐다. 소고기, 제주 흑돼지, 소시지, 옥수수, 호박 등이 거꾸로 꽂혀 있는 꼬치에 기름으로 불을 붙여서 먹는 포르투갈식 바베큐 꼬치였다. 식전 빵도 특이했는데 구운 통마늘을 짜서 발라 먹게 되어 있었다. 그 외에 유자 소스?를 뿌린 샐러드, 김치볶음밥, 세 가지 독특한 소스 등이 나왔고 메인 메뉴의 고기와 잘 어울렸다(소고기는 검은 소스에, 돼지고기는 사과와 감?으로 만든 소스에). (사장님에게는 비밀이지만 메인 메뉴보다도 이번에 새로 출시한다고 하여 시식한 피자가 더 맛있었다..)


포르투갈식 바베큐 꼬치의 불쇼!


프로모션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내 돈을 주고는 못 먹었을 고급스러운 요리를 배부르게 먹고 주변 산책을 했는데 석양이 지는 바다와 바위와 나무와 호텔들의 풍경이 마치 지중해의 어느 휴양지에 온 느낌이었다. 탁 트인 시야와 깨끗한 하늘, 그리고 자연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제주도에 여러 번 여행을 했지만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고, 와이프는 부모님을 모시고 또 오고 싶다고 하였다.     


해가 지는 풍경


해가 지고 숙소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며 제주에서의 잊지 못할 밤을 보내고, 노곤하니 몸이 무거워지는 침구류에서 꿀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고, 욕조에서 반신욕도 하고, 테라스에서 시원한 아침 공기을 맡으며 책도 읽었다. 머리끝까지 상쾌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아침


조식 장소는 씨에스 다이닝이었는데 창가 자리는 그야말로 해외 유명 관광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창밖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고, 그런 풍경을 보며 조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기분을 좋게 했다. 옆 테이블의 나이 많은 어르신도 ‘해외에 따로 갈 필요가 없네.’를 연신 되뇌셨다.  


해외에 온 듯한 조식 풍경

   

조식 음식도 필요한 것들로 잘 구성되어 있었고, 특히나 나는 전복죽과 성게미역국이 맛있었고, 샐러드와 쌀국수, 계란후라이, 비빔밥도 좋았다. 아침부터 반신욕도 하고, 책도 읽고, 좋은 풍경을 보며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하고, 산책도 한다는 것이 사람을 매우 기분 좋게 만들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음식을 다 갖다 놓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곳에 집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쌌고, 체크 아웃을 한 뒤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안녕.


벌써 20주년이라고 하는데 나는 제주에 이런 호텔이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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