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by 웬디

지난 주말 온 가족이 함께 꽃집에 갔다. 얼마 전부터 집에 화분을 좀 사다 놓야겠다고 얘기했던 터다. 꽃집에 들어가며 아이들에게 맘에 드는 화분을 하나씩 고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첫째 아이는 쭉 둘러보더니 작은 스투키 화분을 골랐다. 스투키 모양도 예쁘고 화분도 흰색이라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둘째는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모든 화분을 다 둘러보고는 꽃집 입구에 있는 플라스틱 포트에 담긴 다육이 하나를 가리켰다. 가서 보니 모양새가 균형 잡히지 않고 치우친데다 색깔도 다른 것만 못했다. 다른 화분을 하나하나 들어보이며 이게 예쁘지 않아? 저게 예쁘지 않아? 보라색 꽃이 참 예쁘다, 이 화분 사서 물 주면 곧 꽃이 필 것 같은데 이걸 사는 건 어떨까? 이런저런 말로 한참을 설득했다.


하지만, 짱짱한 둘째는 절대 양보하지 않고 그것만 좋다고 했다. 말로 안 통하는 것 같자 떼를 쓰며 울었다. 아이들에게 고르라고 이야기는 해놓은 터라 결국 계산을 하고 봉투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많고 많은 화분 중에 왜 꼭 그 화분에 꽂힌 건지, 참.


네 살 짜리 어린 보호자는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 옆에 자기 화분 자리를 딱 잡아주었다. 생각보다 믿음직한 보호자다.


아이들이 잠들고 티비를 켰다. 딱히 볼 것은 없지만 이대로 잠을 자긴 아까워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져 결국 티비를 껐다. 꺼진 티비 옆 둘째의 화분을 지나쳐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누워 돌이켜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절대 외모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왜 그 '옳은' 생각은 딱 사람에게만 유효했을까. 식물도 생명인데. 너도 소중한 생명체인데.


아무도 몰랐을 이 마음이 부끄럽다.

넌, 예쁘다.


2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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