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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Jan 03. 2021

아이와 함께 하는 유튜브의 즐거움

아이와 보내는 연휴가 힘겨우시다면 한 번쯤 유튜브에 도전해보시길...

나는 연휴가 힘들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 갇혀서 아이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몸으로 다 받아줘야 하는 것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모두 다 해보았지만 시간은 끔찍이도 천천히 흘러간다. 온 기력을 다해 놀아줘도 아이는 여전히 에너지가 펄펄 넘친다. 크리스마스 때 사준 실바니안 장난감도, 유튜브도 소용없다. 잠시라도 앉아 쉬려고 하면 아이는 무릎으로 기어오르며 놀아달라고 졸라댄다.


가끔은 오싹할 지경이다. 차라리 집안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오디오북을 듣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그러나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집안일과 비교할 수 없이 고된 일이다. 감정과 체력과 정신력이 한꺼번에 소진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옛날 어른들은 아이를 보느니 밭일을 하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이지 달아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달아날 곳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에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주었다.

아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내가 아이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준 이유는 아까워서였다. 아이가 그린 그림들,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낸 놀이들, 함께 경험하고 만들고 여행한 것들이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무의미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끔 일기를 쓰기는 하지만 그것들 대부분이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돌아오지 못한 순간들을 기록하여 아이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채널이 벌써 3달이 되었다. 문득 깨달은 것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시간들을 조금 더 의미 있고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 이상이다. 가끔은 아이와 함께 놀며 내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러니까 종이박스로 투구랑 갑옷을 만들 때 그랬고, 크래커로 과자집을 만들 때도 그랬다. 꽤 재미있었다.


만약 놀아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해보라고 제안해보고 싶다. 아이와 함께 유튜브라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훨씬 재미있어진다. 아이와 함께 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도 함께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아이도 즐겁지 않다. 그런데 37세의 남자가 7살 아이와 함께 놀면서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정말로 많지 않다. 아이와 노는 것이 어려운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서로의 수준이 약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30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런데 놀면서 영상을 찍는 것은 이런 연령 차이 밸런스가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포켓몬 그림을 그리는 것이 7세 난이도의 활동하고 생각해보자. 37세인 내게는 너무나 시시하다. 나는 아이와 함께 포켓몬스터를 그리면서도 지루한 마음에 아이를 빨리 재운 다음 게임을 할 궁리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도 나도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러나 포켓몬스터를 그리면서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촬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활동이 아니다. 조명, 구도, 편집 방향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기분을 잘 맞춰줘야 한다. 단순히 포켓몬스터를 그리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난이도가 올라가며 동시에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한두 시간은 정말이지 훌쩍 지나버리곤 한다. 내가 재미있으므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도 훨씬 재미있어한다. 아동용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바보처럼 즐거워하는 모든 부모는 정말로 즐겁기 때문에 저리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두 번째로 영상 제작이 점점 더 쉬워지고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와 수천만 원짜리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장비라고는 3만 원짜리 수직 촬영 거치대와 4만 원짜리 편집 프로그램(Movavi Video Editor Plus 2020) 그리고 당근마켓에서 14만 원 주고 산 중고 갤럭시 S9이 전부다.


올해 초에 회사에서 필요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어도비의 프리미어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쓴 적이 있긴 했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전문 편집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가격도 비쌌고, 필요 컴퓨터 사양도 말도 안 되게 높았으며, 사용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교했지만 복잡했고 느렸다.


지금 나는 애써 사용방법을 배운 프리미어를 쓰지 않는다. Movavi 프로그램만 써도 충분히 원하는 만큼의 편집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볍고 빠르고 쉽다. 나는 단순한 기능만 쓴다. 고급 기능이 있지만 어차피 시간이 없어서 다 쓰지 못한다. Movavi의 경우 한 시간 정도만 유튜브에서 기능 설명 영상을 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워포인트보다 사용이 쉽다.


카메라의 경우도 그렇다. 좋은 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 한 유명 유튜버와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갤럭시 S9으로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어차피 요즘은 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기 때문에 더 좋은 카메라를 쓸 필요도 없고 갤럭시 S9 정도만 되어도 4K에 얼굴 보정까지 지원이 되기 때문에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었다.

 

이 정도의 장비만으로도 유튜브를 시작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편집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한 편을 편집하는데 30분~2시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비싼 장비도, 고급 노하우도, 무지막지한 시간 소요도 필요하지 않다. 한 번만 해보면 정말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아이와 함께하는 채널에 소재의 고갈 같은 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영상 제작자들이 지금 이 순간도 콘텐츠 소재 발굴에 괴로워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가 크리에이터들이다. 영상을 찍던 찍지 않던 아이들은 같은 방법으로 놀지 않는다. 놀이의 규칙도 방식도 혹은 놀이에 대한 규정 자체도 매 순간순간 바뀌는 것이다. 그것을 영상에 담기만 하면 된다. 콘텐츠를 따로 기획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 궁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아이와 놀 때면 그때그때 촬영을 하는 편인데 벌써 20편 넘는 영상 분량을 촬영해 두었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줄수록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쌓이게 된다. 한 번은 나 없이도 아이가 저 혼자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찍은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을 촬영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쉬워질 것 같다.




네 번째는 유튜브가 훌륭한 가족 앨범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유튜브에 아이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다. 어차피 그림 그리고, 만들기 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이기 때문에 굳이 얼굴이 나올 필요도 없지만,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가 원하기 전까지 아이 얼굴이나 신상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유튜브는 꽤 괜찮은 가족 앨범이 되어 준다. 더 사적인 영상이나 신상정보가 포함된 영상들은 일부 공개라는 기능을 사용해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영상으로 등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이렇게 가족 앨범처럼 몇몇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있는데 가족내 반응이 꽤 좋다. 여행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 별도로 하나의 Vlog를 제작해서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년에 한번 앨범을 만든 적이 있었다. 사진 100장 정도에 3만 원 정도의 돈을 내고 앨범을 제작해보았는데 지금은 그 앨범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합쳐서 한 편의 영상 앨범으로 제작해보려고 한다. 돈도 들지 않고 가족들 간에 공유도 훨씬 쉽다. 이 경우 마음에 드는 BGM도 마음껏 쓸 수 있기 때문에 듣고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다섯 번째 유튜브가 아이의 장래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었다. 그때 5명의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있었는데 3명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것이다. 2명은 게임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고, 1명은 과자 먹방 채널을 가지고 있었다. 구독자는 몇십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영상을 만들고 등재하고 있었다. 내가 대학생 때 싸이월드를 하던 것과 비슷하게 이 아이들은 유튜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20세, 30세가 되었을 때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일 것이라는 점이다.


아동용 채널은 광고를 붙일 수 없다.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이 채널이 아이에게 꽤 유용한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진학을 하든, 취업을 하든, 작품 활동을 하든 말이다. 이 채널이 아이에게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아이가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분명 나보다 훨씬 더 빠르게 삶의 목적과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빈둥거리는 것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닐 것이다.



크리스마스 연휴 때 영상을 2 편 등재했고, 이번 연휴에도 2편 등재하였다. 유튜브 구독자가 늘거나 하지는 않지만 별로 상관은 없다. 영상을 촬영하면서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또 그 영상을 편집하면 즐거웠기 때문이다. 영상을 올릴 때마다 가족들에게 링크를 보내는 재미도 크다.


아이와 보내는 연휴가 힘겨우시다면 한 번쯤 유튜브에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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