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새롭게 나타날 현상들 4)시즌의 소멸과 집단 기반 스타일
구매자의 입장이 아닌 제작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제안하는 방식은 점차 사라진다. 대신 브랜드를 따르는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서 원하는 ‘다음 버전’을 전달하고, 그 요청에 따라 시즌 상품이 전개된다.
브랜드 소비자는 SNS와 유사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추종하며, 브랜드의 진행 방향에 대한 의지를 전달한다. 브랜드는 이러한 의지를 반영해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고, 그 제안이 적절할 경우 기존 소비자와 새로운 소비자가 함께 유입되며 브랜드의 추종자와 소비자 수는 증가한다.
만약 컬렉션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개별 상품 발표가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전체 콘셉트를 설명하는, 마치 종교적 의식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사진은 1998년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1969~2010) 컬렉션의 마지막 장면이다. 모델들의 머리 위로 물을 뿌려 메이크업이 번지도록 연출한 이 장면은 패션쇼를 단순한 의상 발표가 아닌 감정과 서사를 담은 퍼포먼스로 확장시킨 사례로, 현대 패션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은 1993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패션쇼다. 이 쇼에서 그는 패션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를 서로 다른 쇼에 초대하는 획기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이는 권위적 시선에 기대어 우월감 속에서 비평만을 쏟아내던 당시 패션 에디터 문화를 은유적으로 조롱한 연출로, 패션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마르지엘라 특유의 태도를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