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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글리쌤 Nov 27. 2018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 시대

회사라는 이윤 공동체에 사람이 모여들었듯 원시사회도 무리를 지어 생활했습니다. 이 무리는 외부 짐승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울타리가 됐지만 큰 집단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부양을 위한 생산성의 개념이 떨어져 이동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먹거리가 떨어지면 저곳으로 이동해 끼니를 이어갔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류가 북극 지방까지 뻗어나간 이유이기도 하지요.


원시인이 이룬 초기 집단의 모습을 보면 지역감정이 전혀 없는 씨족 중심 사회였습니다. 대부분 혈연관계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파티션 별로 나누어진 팀제 직장생활처럼 분업도 존재했죠.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분업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주로 체력적으로 힘든 짐승 사냥과 물고기 잡이를 맡았습니다. 사냥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성공 횟수가 많지 않았고 자연스레 여자들의 열매, 곡류, 조개 채집 작업에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산과 육아는 물론 생존에 필요한 자원 채집에까지 영향력을 과시하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모계사회가 형성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입니다.   

 원시인류가 경제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생산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연스러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지금처럼 자연을 업자들 마음대로 요리할 방법이 적었고 현재 있는 곳의 열매나 곡류가 떨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현대 직장인들이 회사라는 조직에 안착해 상당한 기간 동안 인생 집약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과 대비되죠.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이직을 감행하는 모습도 떠오릅니다. 이직을 해도 이상한 사람은 항상 한 명씩 있듯 먹을거리를 찾는 원시인도 그날의 사냥 운에 내맡겨졌습니다. 결국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현대 회사원처럼 정착생활을 원하던 원시인들에게 농경은 획기적인 돌파구였습니다.


 기원전 7,000~8,000년 전 신석기 후반으로 불리는 시기, 농사는 작은 규모로 시작됐습니다. 정착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주었지만 여전히 수렵, 채집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죠. 농경이 인류 경제에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정착생활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뿌린 씨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례해 정착하는 기간도 늘어났고 그 기간 동안 무리의 규모도 커졌죠. 씨족사회에서 지역기반 촌락의 의미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신석기 혁명이 왜 일어났는가는 역사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확실한 것은 1만 5,000년 전 전후로 지구의 기후가 올라가고 습도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짐승들의 대규모 이동이 있었고 새로운 식물이 자라났죠. 원시인류는 계절 변화에 관심이 생겼고, 정착생활로 이어지며 농업이라는 순환된 생산체계를 발전시킬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신석기시대 마을은 일터와 거주 영역 사이에 구분이 없었습니다. 일을 하면 일터, 쉬면 쉼터가 됐습니다.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아 쉴 새 없이 단체 카톡이 울려대는 환경에 노출된 현대 직장인처럼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했던 것이죠.

 인류 역사에서 보이는 경제적, 사회적 큰 변화는 원인과 효과를 따로 놓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신석기시대, 정교해진 도구는 농경생활에 중요한 연장이 됐습니다. 정착생활, 동물의 사육, 농경생활이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 ‘일’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떠도는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을 그들에게서 투영해 보는 것은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생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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