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로 집중력 향상?? 예전 학습지 광고 문구 같음
얼마 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고 왔다.
샹치와 이터널스 이후에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스파이더맨에서는 기존의 다른 스파이더맨들이 나온다는 소식에 그래 보러가자 하면서 봤다가 크나큰 감동을 받고 닥스 2까지는 다시 극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토르, 앤트맨, 블랙팬서 까지는 다 보지 않다가, 가오갤 역시 제임스 건 감독의 큰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걸 보고 싶어서 가족과 같이 극장을 찾아갔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1편에서 나왔던 조그만한 디테일의 이야기가 로켓과 연결되는 것도 좋았고, ‘가오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악과 영상의 조합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영화를 끝까지 즐기면서 시청은 했지만, 한편으로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 자체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
2시간이라는 시간을 앉아 있다는게 힘들어졌다. 아바타를 보러 갔을 때는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이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아바타보다 러닝 타임도 짧고, 내 기준으로는 이야기도 훨씬 흥미로웠던 이번 ‘가오갤’도 1시간이 지나자 ‘아 집에서 보면 참 편할텐데’ 라는 생각을 머릿 속에서 지워낼 수가 없었다.
물론 집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보면서 아마 딴 짓을 할 것이다. 이것 때문에 요즘 아내에게 많이 혼난다. 보고 싶다고 해서 그걸 틀었으면 집중해야 하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딴 짓을 한다는 것이다.
성인 ADHD일까?
chatGPT에게 성인이 집중할 수 있는 평균 시간이 얼마인지 물어봤다. 대답은 놀랍게도 20분이었다.
2분이 아니라 20분? 예전 성인들이 아니라 요즘 성인들이 한 번에 20분이나 집중할 수 있다고?
나는 완전 망했네.
여기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쓸 때도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고 나서, 아무 의미없는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움직이는 오른손을 막기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은 20분 동안 하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지 신기하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거실에 놔두고 나는 서재에서 업무를 한 적도 있으나 결국 컴퓨터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뭔가 보고싶은 것도 없는데 유튜브 사이트로 들어가는 나를 보며 웃기기도 하고, 정말 집중을 위해선 타자기를 써야 딴 짓을 안 하나 생각까지 들었다.
최근에 테니스를 제외하고 집중을 못 해서 고민인 나에게 한 번에 20분 이상 몰입하는 것이 하나 생겼다.
집에서 같이 사시는 분은 추리소설의 광팬인데, 이 분이 재미있는 책을 하나 주문을 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350533
크라임씬이 한 장의 그림에 묘사되어 있고, 크라임씬과 추가적으로 설명된 일러스트를 보면서 범인을 맞추고, 범인의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을 맞추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보다 아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나하나 실타래가 풀리고, 범인의 동기와 범행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암호문을 풀어서 해석할 때는 짜릿하다.(나는 암호문의 규칙만 찾아내고, 그 뒤 해석작업은 보통 아내가 한다)
하나의 사건을 풀기 위해 메모지에 관련있는 힌트를 씬 별로 적고, 암호문 해석은 다른 메모지에 적어내고,
이 메모지의 힌트들을 하나의 시간대로 연결하면서 범행 스토리 라인을 맞추다 보면 25~3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거기다가 범인을 찾아내고, 범행 방법과 시간대 까지 제대로 찾아내면 30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걸 아내와 자축하면서 과연 누가 더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는 가로 다시 한 번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이 책의 다음 시리즈도 있는데, 아마 아내와 나는 재미있게 다음 시리즈도 같이 풀어갈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다른 작업들을 할 때도 이렇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검색과 AI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타이핑만 하다보면 쉽게 다른 것에 방해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추리 사건을 풀 때 메모지에 끊임없이 뭔가를 적을 때처럼 혹시 손으로 끄적이는 행위가 내 집중력을 이어지게 하는 원인은 아닐까?
그러면 키보드가 아니라 메모지와 펜이 답인 걸까?
이런 생각을 노트에 끄적이지는 않고 키보드로 타이핑 하면서 적고 있고, 다행히 20분 넘게 아직 핸드폰을 한 번도 만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