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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Aug 01. 2022

'세상의 배꼽' 쿠스코, 페루 (Cusco, Peru)

<한~참 뒤늦은 여행기, 2017. 7~8>


'세상의 배꼽' 쿠스코 (Cusco)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배꼽' 즉, 'Navel'입니다. 예컨대, 그리스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 있는 기념물의 이름이 '옴파로스' (Omphalos)인데, 그 의미가 '세상의 배꼽' 혹은 '우주의 배꼽' (Navel of the World / Universe)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로마 문명의 세례를 받은 서양인들은 여전히 '델피'를 서구 문명의 기원이자 중심으로 이해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골 의사 박경철은 자신의 여행기에 《문명의 배꼽, 그리스》 (리더스북, 2013)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세상의 배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도시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안데스 산맥의 거대한 고대 도시 쿠스코(Cusco)입니다. 쿠스코라는 명칭의 의미가 '세상의 배꼽'입니다. (또한, 'Rock of the Owl' 즉, '올빼미 바위'라는 뜻도 있습니다.) 세상의 중심임을 자처하고 13~16세기 남미 대륙을 지배했던 강력한 '잉카제국'의 수도가 바로 쿠스코 (1438 ~ 1533)였습니다. 물론, 쿠스코라는 도시의 역사는 잉카제국을 넘어 B.C. 1,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쿠스코는 1983년 도시 전체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1993년 페루 헌법에 의해 '페루의 역사적 수도' (Historical Capital of Peru)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공식 명칭은 '(City of) Cusco, Cusco Province, Cusco Region, Peru'입니다. 즉, City (시), Province (군, 카운티), Region (도, 주)의 명칭이 모두 'Cusco'입니다. 마치 '대한민국 경기도 경기군 경기시'와 같은 명칭입니다. 수도의 명칭을 Province와 Region에 동시에 붙이는 것이 페루 행정 명칭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아르마스 광장' (Plaza de Armas)을 중심으로 형성된 쿠스코의 구도심은 그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입니다. 특히, 15~16세기에 만들어졌던 석조 건축물들의 흔적을 보면 그 거대함와 정교함에 감탄을 쏟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페인 지배 시절에 만들어졌던 건축물들도 멋지기는 하지만, 잉카 제국 시절의 건축물에는 비교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통 시장인 '산 페드로 중앙 시장' (Mercado de Central San Pedro)에는 3,000년의 역사를 딛고 오늘을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쿠스코 시민들의 흥겨움과 정겨움이 넘쳐납니다.


저희 가족이 방문했었던 7월 말, 8월 초의 쿠스코는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물론 남반구에 위치해서 계절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해발 3,399 미터의 고산지대인데다가 환경 오염이 전혀 없어서 한낮의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따뜻합니다. 심지어 반팔을 입고 다니는 여행객들도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그런데 일단 해가 떨어지고 나면, 순식간에 기온이 섭씨 1~3도 정도로 떨어집니다. 특히, 체감으로는 영하 5~10도 정도인 것처럼 무척이나 매섭고 차갑습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보면, '꼭 한번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습니다. 그저 '특별한 여행'으로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한동안' 그곳에 스며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와 아내에게 쿠스코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딸아이가 대학을 가고 성년이 된 후에,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최소한 1년 정도 쿠스코에서 살아보는 것이 저와 아내의 버킷리스트에 있습니다. 막연한 소망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래전 쿠스코의 추억을 다시 한번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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