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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도록 Oct 09. 2017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분명 대중성이 없지만

오락성보다 스타일

※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은 없습니다.

  163분이라는 러닝타임 때문이라도 <블레이드 러너 2049>에 관심을 거두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긴 러닝타임만큼이나 전개 속도도 느리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범주의 영화와 완전히 거리가 멀다. 느림에 지루해한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1982년 개봉된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이기도 하며 이제야 명작이라고 인정받고 있지만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개봉 당시 사정으로 이상하게 편집된 영향도 있었지만 당시 흥행에서 참패했다.


  개봉 이후로도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2007년에 <블레이드 러너>를 만들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의중이 온전하게 반영된 '파이널 컷' 버전이 나오면서 오롯이 인정을 받게 되었다. 재평가와 더불어 속편 계획은 1990년대부터 이어졌는데 그 덕분인지 2017년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재평가는 시네필, 즉 영화 매니아가 한 것인지 대중의 생각이 아니다. 애초에 대중과 거리가 먼 영화다. 게다가 후속작은 전작과 접점을 가지고 진행되므로 <블레이드 러너>를 보지 않았다면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맥락을 읽기 어렵다.


  게다가 개봉 보너스로 나온 단편 3개를 챙기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2036: Nexus Dawn>, <2048: Nowhere to Run>, 그리고 <Black Out 2022>는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인 2019년과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인 2049년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놓치면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편 3편까지는 최소한 맥락을 부여잡을 수 있지만 <블레이드 러너>를 챙기지 않고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도전하는 것은 혹독한 수련과 가깝다. 163분의 러닝타임이 흐를 동안 영문을 모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주와도 같은 문장들을 써내려도 분명한 점이 있다.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를 고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술적인 영화를 챙겨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족, 연인, 또는 친구 등과 문화 생활을 누리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블레이드 러너 2049>로 '범용' 문화를 즐길 수 없다. 라이언 고슬링 등 배우들의 모습을 눈에 담을 생각이 아니라면 오락성은 0%에 수렴한다. 영화에 분명 Joi라는 인물이 나와 Joy(즐거움)을 연상케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즐거움과 접점을 이루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계속 언급할 만큼 이 영화는 분명 볼 가치가 있다. 전작 <블레이드 러너>가 선보였던 정서, 분위기, 그리고 장치들을 계승한 것만 해도 성공적인데 여기에 스타일리쉬한 맵시와 묵직한 주제 의식은 영화를 더 빛나게 했다.


  더욱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 능력은 할리우드 최상급이라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여지 없이 입증했다. 각본에 대한 반응은 어느 정도 호불호를 일으키나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 각본에 충실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빛나게 했다. 할리우드에서 극찬을 받고 있으며 꾸준히 연출 제의가 오는 것에 이유가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전에 만들었던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등에서 계속 보여줬듯이 느린 호흡의 전개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에 특화가 되어있다. <컨택트>처럼 대중의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상당수 영화에서 적어도 시네필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든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굉장히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영화인지라 그 특징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드니 빌뇌브는 자신의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유능한 스태프들이 합류하면서 적어도 연출에서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면모를 보여준다. 일명 때깔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디자인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카메라워크, 음향, 대사 처리 등 연출과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라면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과 유리되는 영화로 3억 달러가 넘는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는 것은 꽤 치명적이다. 그 모든 비용이 제작비와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현지 등급 중 성인 등급에 해당되는 R 등급 영화 중에서 역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제작비 투자한 상태다.


  애초에 팬덤 형성이 완료된 단계라 그래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블레이드 러너 2049>에 호응할 것이다. 어느 블로그의 평을 보지 않고 그 영화를 볼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대한민국 안으로 한정해 보아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람할 영화를 선택하기 위해 평을 이것저것 찾아볼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 영화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정보 편차가 사람마다 꽤 심하다. 다 알거나 다 모르면 차라리 타겟을 잡기 쉬운데 배급사 측에서도 이렇게 양분화되어 있는 영화로 대중적인 성공을 유도하기 쉽지 않다. 여러모로 난감하다.


  그래도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혀 취향과 거리가 먼 영화가 될 것이다. 무턱대고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선택하다가 163분의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참사는 유료시사 시기만으로도 족하다.


출처 = 블레이드러너 2049 스틸컷 (소니 픽쳐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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