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ndinavian fashion story
ㅣ 들어가며 ㅣ
<북유럽 디자이너 토크>는 다양한 분야의 북유럽 디자이너들과 직접 마주 앉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철학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토크 세션입니다. 북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한 패션, 건축, 뮤지엄, 놀이터, 카페, 게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최근 스칸디나비아의 트렌드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가구나 조명 등 주로 인테리어 분야에 국한되어 보이던 실용성, 절제미가 이제는 그 분야를 점점 확장해나가고 있다. 혹자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없다’ 고 말하기도 한다. 퓨전 (fusion)과 크로스 오버 (cross over)를 넘나들며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보이는 디자인 언어로 흡수되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북유럽만의 특별한 감성의 요소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번호에서 진행한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서는 스칸디나비아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Nygardsanna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인 Nygardsanna는 자연친화적인 소재와 내추럴한 디자인,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북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까지 브랜드의 감성을 인정받고 있다.
나도 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 (inspiration)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관람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패션 디자이너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는 기회는 처음이었기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영광스럽게도 이 브랜드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안나 (Anna)는 필자를 직접 2018 가을 컬렉션 발표 현장에 초대해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주며 적극적으로 토크 세션에 동참해주었다.
이렇게 전시회에 초대해 주어 고맙다. Nyrgadsanna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만나서 반갑다. 지금의 브랜드명은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인 스웨덴 남부의 니르가드 (Nygrd)와 나의 이름 안나 (Anna)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먼저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아홉 살에 첫 번째 옷을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엄마와 할머니가 내게 바느질을 가르쳐주셨는데, 그녀들의 섬세한 손길과 스웨덴 전통식의 마감은 상당히 훌륭했다. 덕분에 나는 옷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내가 자라난 곳은 쇼핑에 그다지 적합한 장소가 아니어서, (조금은 지루한 시골지역이라) 주로 내가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한 번도 내가 옷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대신 내가 생각했던 직업은 자유시간이 많은 일을 원했고, 그 남은 여가시간에 취미로 옷을 만들기를 바랐다. 그래서 사실은 선생님을 꿈꾸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텍스타일 디자인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고, 그 후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작품으로 제출한 옷들이 지금의 NYGARDSANNA 컬렉션의 시초가 되었다. 그때가 1994년이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많은 패션 매거진에 나의 작업들이 오르내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니르가산나 매장들을 방문해보면 상당히 거칠고 가공되지 않은 느낌, 그리고 그 안에 브랜드 고유의 색감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제 사람들은 경험을 사고 싶어 한다.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쇼핑의 과정은 너무나 단순하고 식상해져 버렸다. 그리고 그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니르가산나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라 말하고 싶다. 나는 이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아마도 브랜드를 처음 시작한 지역이 작은 시골마을이라 이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 당시 농장의 뒤뜰에서 마켓을 열면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옷을 함께 고르며, 이야기하는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공간이
되곤 했다. 당시 피팅룸 조차도 없었기에 차고에 이를 대신할 공간을 마련했고, 거울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서로 스타일에 대해 조언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피팅룸은 때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고객들은 친구가 되고 편안하고 서로 조언을 하게 되는 것을 보았다. 현재의 샵들은 모두 예전의 이 농장에서 열린 마켓에서 영감을 받았다. 점원들과 손님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큰 테이블 개념의 디스플레이와 날것 (raw) 그대로의 느낌 강조하려 했다.
이러한 초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B.I.)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나에게는 가족, 특히 네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모두 니르가산나 브랜드에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의 브로셔와 이미지 작업을 도와주는 포토그래퍼 그리고 카피라이터까지 모두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다. 그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이미지 언어는 니르가산나의 브랜드를 표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1994년 처음으로 인스퍼레이션 북(Inspiration book)을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패션 산업분야만 해도 제품 자체의 소개를 위한 브로셔는 많았지만, 소비자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라이프 스타일 형식의 북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다.
1- 디자이너 토크에 참여 중인 안나 Anna (좌측)와 필자
2-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이 고스란히 보이는 매장 디스플레이
3- 매 시즌별 새로운 소재와 패턴 디자인을 선보이는 니르가산나
4- 그녀의 아이디어 북과 실제로 적용된 아이템들
© Nygardsanna
또 하나 특별한 점은 우리 브랜드는 오직 자연에서 가져온 소재들과 정밀한 수작업을 통해 좋은 퀄리티를 완성해낸다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이미지에서 보이듯이 니르가산나의 의복들은 절제미를 강조한다. 절대로 그 옷을 입는 사람보다 더 앞서서 나서려 하지 않는다. 어떤 의복도 누군가 입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소유하기 전까지는 완벽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연의 컬러와 소재를 최대한 끌어오고 있다. 이는 어떠한 색들의‘중간 색감 in-between colors’의 사용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약간 빛바랜 느낌의 컬러감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공정이지만, 쉽게 다른 아이템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흰색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며, 이를 다양한 소재에 적용해 디자인을 진행한다. 리넨 화이트 (linen white), 울 화이트 (wool white), 코튼 화이트 (cotton white) 등이 그것이다.
디자인 작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일해온 필자의 경험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바로 ‘자연 nature’이다.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서 특별히 여행이나 출장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주말에 집을 수리하고,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과 산책하는 시간.. 이 모든 것에서 영감이 온다고 믿기 때문에, 매 순간에 최대한 집중한다.
최근 들어 활발하게 브랜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과거에는 특별한 마케팅 광고 없이 브로셔 정도만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일상은 엄청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대중은 브랜드가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들어줄 시간이 없다. 우리는 봄이 오면 이미 가을, 겨울을 이야기하고 있고, 겨울이 오면 이미 다음 여름을 준비한다. 유니크한 플랫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브랜드의 이야기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들려줄 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마도 북유럽 슬로 라이프 (Slow life)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반드시 진지하게 앉아 여유롭게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만난 우리의 고객들은 영리하며, 책을 사랑하며, 지혜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그리고 여유로운 마케팅을 진행해보고자 한다.
니르가산나 브랜드만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철학이 있다면?
우리에게 옷 자체는 두 번째 관심사이다. 첫 번째 우선순위는 옷을 입는 경험이 주는 가치와 그 행위가 일상에 주는 영향이다. 어찌 보면 패션 자체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와 퀄리티의 표현 등 근본적인 것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때문에 나는 낡은 집, 공장, 그리고 거친 자연, 가공되지 않은 날것 (raw material)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다. 그리고 이 관심은 옷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바로 옷은 ‘나의 그림 (Painting clothes)’ 이기 때문이다. 너무 잘 가공되어 있거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나에게는 그리 큰 영감을 주지 못한다. 디자인의 영감은 지금까지의 수많은 기억과 경험들의 퍼즐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패션쇼장이나 쇼핑몰을 가는 것보다는 숲으로 그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찾아 나서려 한다. 지름길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택함으로 깊이 있는 가치를 찾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어렵지만 이것은 확실히 ‘다름 (differentiation)을 선사한다. 고객은 반드시 그 작은 차이를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큰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 (traditional box) 밖으로 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시즌별로 고유의 소재와 패턴을 직접 디자인하고 이들이 적용된 아이템들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의 스토리 라인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종이에 스케치하는 시간보다는 직접 만드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소재를 사용함에 있어서 제한점이 발생하면 스스로 도전이 되기도 하기도 하고, 그 시도를 즐기기도 한다. 소재 (material)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브랜드답지 않은 새로운 소재를 선정하는 데는 그만큼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것을 나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이 있다. 다양한 소재에서 보이는 주름, 텍스쳐, 패턴, 무게 등은 언제나 흥미로운 도전거리이다. 그리고 이 역시 우리가 구축하는 중요한 스토리의 한 부분이다. 울, 린넨, 니트, 코튼 등을 주 소재로 사용하며 이들을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옷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매 시즌 별로 구성해나간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은 이 옷의 소재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가공되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실제로 그 옷을 입으면서도 의미를 갖게 된다.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것 이상을 생각하려는 브랜딩과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옷을 제작하고 남은 천으로 다른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 가능한 제품 환경을 생각하는 소재의 사용은 이미 20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진행해 온 것이다. 패션 산업도 환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른 일환으로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것이 있는데, 바로 아이들을 위한 옷 제작하는 것이다. 이 아이템들은 성인제품을 제작하고 남은 소재로 만들 계획이다. 소재의 재활용은 패션분야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타브랜드와 달리 유럽지역에서 옷을 제작,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옷을 제작해 우리 집 농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시작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 마치 옷이 우리 집 뒷마당에서 제작되기를 원하는 것과도 같다. 서로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퀄리티를 맞출 수 있고, 직접 옷을 입어보며 직접 ‘감’을 느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타브랜드의 공정과 다르게 유럽지역에서 제작을 하니 비싼 공정비가 지불되지만, 어느 한 가지도 놓칠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레스토랑에 가서 단순히 서빙해준 스테이크를 먹는 것과, 요리된 스테이크가 어디산인지 어떤 방법으로 요리되었는지를 직접
세프에게 들으며 그 시간을 즐기게 되는 ‘통합적 경험’ 이 확연히 다른 것과도 같다.
아시아 등 유럽 외의 다른 지역에 제품의 출시 계획은 있는가?
아시아 지역에 특별히 마케팅이나 광고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분야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보여 진행된 사례가 있다. 현재 한국, 일본 등에 브랜드가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디자인한 아이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 할아버지의 셔츠에서 영감을 받은 재킷 라인이다. 스웨덴 할아버지의 홈 재킷, 스웨터 등은 유니크하고 흥미로운 소재들이 사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브랜드의 많은 아이템들은 남성복 라인의 셔츠, 재킷, 조끼 등에서 영감 (inspiration)을 받았다.
한국 혹은 아시아의 패션 트렌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분명히 이곳 북유럽의 패션과 연결고리가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특히 소재의 퀄리티와 단순함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아시아의 문화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소재에 감성적인 텍스쳐 (texture)가 있고 풍부한 문화적 배경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여담이지만 1998년에 일본 도쿄서 열린 스웨디시 스타일에 관련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함께 참여한 타 유럽 패션 브랜드들은 그들의 쇼를 위해 골격이 큰 유럽 모델을 구하려 애썼는데, (아무래도 유럽인들을 기준으로 제작한 옷들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니르가산나의 라인들은 일본인 체형에 놀랍도록 잘 맞아서 나도 놀랐었다.
미래의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인 듯하다. 스스로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려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본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꿈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본인 스스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발전한다. 단지 몇 가지 볼품없는 가능성의 조각 (ugly piece)로 시작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각 조차 없다면 결국엔 아무것도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시작하고 그 결과를 마주하길 바란다.
나는 지금까지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통해 북유럽 인테리어, 사운드, 놀이터, 패션 디자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해오고 있다. 분야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 존재했다. 이번에 함께한 니르가산나 브랜드의 철학에서 고객을 단순히 옷을 쇼핑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동료로 보는 관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옷은 두 번째라는 마인드, 그 옷을 입는 사람이 가장 먼저 돋보이기를 원하는 이들의 철학이 실제 브랜드 스토리에 담기는 과정은 필자에게도 훌륭한 영감을 주었으며, 현시대에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패션 브랜드 속에서 돋보이는 이들의 유니크한 브랜드 철학과 그 가치를 담고 있는 결과물들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스칸디나비아의 거친 자연, 그리고 그 속의 날것 그대로 모습까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스토리가 가미되니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가 완성되어진다. 또한 번거롭고 수고스럽더라도 자연에서 가져온 천연의 소재를 사용하고, 가공이 번거로운 방법으로 제작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직접 공정을 확인하며 매 시즌 아이템을 준비하는 이들의 수고는 먼길을 돌아가며까지 지켜내는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의미 있게 해 준다. 북유럽의 다른 패션 브랜드보다 그리 화려하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지만 그 안에 드러나는 날것 그대로가 주는 ‘자연스러움’과 ‘정제됨’은 정글과도 같은 패션 분야에서 하나의 유니크한 카테고리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었다. 남들이 가는 빠른 길을 놓아두고 굳이 멀리 돌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가는 길이, 반드시 나에게 옳은 길은 아닐 수도 있다. 조금 먼길을 돌아가더라도 스스로에게 보석 같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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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상우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사진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로,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으로 향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 시공사>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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