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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윤 May 02. 2018

[1m²인터뷰]동아대 흑인음악동아리 'Rhythmer'

"동아리를 넘어 '크루'의 문화를 가진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

봄이다. 2010년도 서울예대에 입학한 봄이 생각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얼굴을 트기 위해 마셨던 막걸리를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동아리는 또 얼마나 억척이었던가? 같은 관심사로 모인 선후배와 함께 있으면 내가 문예창작과인지 흑인음악과인지 혼란스러웠다. 중고등학교 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에서 '청춘(靑春)'이란 뜻에 맞게 열심히 푸른 봄이 되어갔다.

따뜻한 남쪽,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는 3월 말이지만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저마다 이쁜 옷을 입고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봄의 설렘에 무감각해진 나도 괜히 사진기를 꺼내들고 싶어지는 풍경이었다. 캠퍼스를 거닐며 잠시 대학생의 풋풋함을 흉내내어보았다. 

학생회관 맨 꼭대기 6층에 위치한 리드머의 동아리방은 봄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온통 검은 벽은 '힙합 아니면 안 돼!'라는 굳은 의지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들린 808드럼의 묵직한 울림. 리드머는 봄보다 리듬을 타고 있었다.


Rhythm + People = Rhythmer


반갑습니다 리드머 회장, 부회장, 그리고 공연부장님! 간단하게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회장(이하 찬우) : 안녕하세요! 동아대학교 흑인음악동아리 리드머에서 15기 회장을 맡고 있는 송찬우라고 합니다. 과는 중국어학과입니다.

부회장(이하 산우) : 저는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경영학과 이산우라고 합니다. 리드머 12기입니다!

공연부장(이하 이엉) : 리드머에서 공연부장을 맡고 있는 기계공학과 11학번 김이엉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언제나 리드머의 발전을 생각하고있습니다.

좌측부터 이산우(부회장), 송찬욱(회장), 김이엉(공연부장)

저도 학교 다닐 때 흑인음악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거든요. 꼭 동아리 인터뷰를 오고 싶었습니다. 리드머에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찬우 : 2004년 3월 15일에 정식 동아리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80명에서 100명 정도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구요. 랩뿐만 아니라 알엔비, 소울, 재즈, 디제이, 비트박스, 그래피티, 디자인까지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랩에만 멈춰있지 않고 하나의 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엉 : 이 동아리방에 있는 그림 전부 직접 그래피티 작업을 한 거예요.

리드머라는 이름은 어떤 뜻을 갖고 있나요?

찬우 : 말 그대로 Rhythm에다가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서 리듬을 타는 사람, 리듬을 즐기는 사람,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뜻합니다.

간단 명료하군요! 리드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니까 리드머를 단순히 동아리라고 칭하지 않고 'Crew'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더라구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찬우 : 단지 동아리에서 끝나지 않고 크루처럼 계속 활동을 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크루라는 명칭을 썼습니다.

이엉 : 그리고 음악적인 전문성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동아리'라고 하면 조금 제한적으로 볼 수 있잖아요. 그것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리드머가 동아대 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인가요?

이엉 : 크... 당연하죠. 학교 내에서 동아리잠바 입고 다니면 '어! 리드머?' 막 그래요(웃음).

찬우 : 가장 인기가 많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One And Only Rhythmer


리드머만이 가진 특별한 문화가 있을까요?

산우 : 저희 리드머는 술을 한 손으로 받습니다!

그것도 궁금했어요. 특이한 음주문화! 선후배 관계없이 무조건 한 손으로 받는 건가요?

이엉 : 네 무조건 한 손으로 받습니다. 잔을 부딪힐 때도, 따라줄 때도. 아 그리고 특별한 건배 구호가 있습니다. 직접 보여드릴까요?

찬우 : 제가 선창자를 하겠습니다. 리! (어!) 드 (어!) 머 (어!) 리드머~~~~~ 짠!

하하. 재밌네요. 제가 있던 동아리의 건배사는 F로 시작하는 그 단어였거든요... 아무튼! 리드머는 기수제로 운영되나요?

산우 : 네. 기수로 나누기는 하지만 따로 인사를 한다거나 선배 후배로 부르지 않아요. 편하게 형, 오빠, 동생, 누나, 언니 합니다. 다른 동아리에 비해서 훨씬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학교가 부산에 있어서 좋은 점이 있을까요? 심심하면 바다 가서 놀고, 버스킹하고 그럴 것 같아요.

이엉 :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보다 음악과 관련된 문화가 덜 발달되어 있어서 조금 아쉽기는 한데, '부산 힙합'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다른 지역들 보다는 더 활발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산우 : 서면에 나가면 어느 정도 장비나 무대가 갖춰진 장소들이 있는 것도 축복이구요.

이엉 : 여름이 되면 바다에 놀러 가긴 하는데, 저희는 고기를 더 좋아해서 술집에서 고기파티를 많이 합니다. 힙합은 고기죠! 회는 발라드 감성인 것 같구요(웃음).

타 학교 흑인음악동아리보다 리드머는 이 점이 좋다! 할 수 있는 차별점이 있을까요?

산우 : 타 학교 흑인음악동아리보다 공연이 훨씬 많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찬우 : 예전부터 공연을 가리지 않고 해와서 그런지 외부 단체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요. 

이엉 : 부산은 지역 축제나 특산물 축제가 많이 열려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공연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공연이 많으면 동아리 활동 할 맛이 나겠어요!

이엉 : 근데 공연이 전부 재밌는 건 아니에요. 어르신분들이 많은 행사를 가거나 하면 세상 그렇게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일동 웃음)

졸업한 선배들과 교류가 많이 있는 편인가요?

산우 : 네. 같이 공연에 참여해주시기도 하고 정모 때 가끔씩 들르시기도 해요. 신입생 오디션 때 오셔서 같이 장비 설치하는 거 도와주고 같이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하구요.

이엉 : 선배들은 그런 거 있잖아요. 오실 때 두 손 가득히 뭘 들고 오시는...(웃음) 저도 꼭 그런 선배가 될 겁니다.

봄이면 MT 시즌 일 텐데 MT는 언제 떠나시나요?그리고 MT에서 특별하게 진행하는 행사나 이벤트가 있나요?

찬우 : MT는 내일 갑니다! 그리고 저희는 매 MT마다 의상 컨셉을 정합니다.

이엉 : 특별한 걸 많이 하려고 해요. 올 블랙으로 입는다거나 복고 7080스타일로 옷을 입는다거나 츄리닝을 입는다거나. 요번 MT는 복고 컨셉입니다.

산우 : 아! 저번 MT 때는 디스전을 열었어요. MT 가기 전에 미리 팀을 나누고 다른 팀들을 향한 디스곡을 음원으로 만들어요. 그리고 MT에서 가사를 다 프린트해서 나눠주고 디스 음원 감상을 시작합니다. 펀치라인이 나오면 막 소리 지르고 엄청 재밌었어요. 감상이 끝나면 투표를 하고, 1등 팀에게는 상품을 주는 이벤트였어요.

이엉 : 아쉽게도 이번에는 진행하지 않지만, 이렇게 음악과 관련된 행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내일 같이 가실래요?

복고풍 컨셉의 MT

일 때문에 온 게 아니었으면 당장 같이 떠났을 텐데, 아쉽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 공간, 동아리방은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찬우 :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 있는 정모를 이곳에서 합니다. 그 이외에는 공강인 친구들은 여기 와서 쉬어도 되고 가사를 쓰거나 음악을 들으러 와도 되구요. 밤에는 주로 개인 곡을 녹음을 하러 많이 와요. 크루원들 중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친구들이 와서 자유롭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이엉 : 지금 옆 동아리 드럼소리 들리시죠? 이 건물이 정말 방음이 잘 안돼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다른 동아리들 다 조용하고 이 동아리방에도 사람이 없는 새벽이 되어서야 녹음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부스를 구매한 후엔 그 고민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원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늘었어요. 개인적으로 음원을 만들고 싶은 친구들을 위해, 또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음향장비를 제대로 갖추려고 노력을 했고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부스는 개인 작업용으로 많이 쓰는 거군요! 혹시 동아리 단체곡 뮤직비디오는 없나요? 

이엉 : 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뮤직비디오는 아직 없습니다. 

산우 : 단체곡이나 사이퍼를 만들어도 항상 음원에서 끝나는 게 아쉬웠어요. 근데 이번 신입생 중에 영상을 다룰 줄 아는 친구가 들어와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명확한 기획을 해서 꼭 뮤직비디오를 찍을 겁니다!

음원만 올리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곡을 공개하는 것이 훨씬 파급력이 세잖아요. 꼭 진행되길 바랍니다. 페이스북 메인 사진이 단체사진인데 전부 똑같은 손 모양을 하고 있어요. 리드머의 핸드사인인가요?

찬우 : 네. 이게 왕관 모양을 상징하는 핸드사인이에요. 우리가 왕이다! 이런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엉 : 이걸 처음 만들 땐 '왕관'이라는 의미만 담고 있었는데 점점 내려오면서 많은 의미가 붙었어요. 약간 새처럼 생겨서 우린 날아다닌다는 뜻도 생겼고 갱스터 느낌으로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찬우 : 좋은 걸 다 갖다 붙이면 되는 것 같아요(웃음).


Rhythmic Flow Of The Rhythmer


가장 최근에 '동아리 박람회'라는 행사에 참여하셨어요. 동아리 박람회는 어떤 행사인가요?

찬우 : 동아대의 모든 동아리를 관리하고 도움을 주는 동아리연합회에서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민주광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신입생들에게 동아리를 홍보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설명하는 작은 축제라고 보시면 돼요. 대부분의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6시 이후 공연 동아리들은 공연을 합니다. 저희 리드머도 알앤비와 힙합 공연을 했구요.

동아대의 민주광장


동영상을 보니까 그날 비가 왔더라구요. 공연하는데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찬우 : 저희 공연 순서가 후반부였는데 초중반에는 비가 오지 않다가 뒤로 갈수록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라구요. 관객이 살짝 빠지긴 했지만 끝까지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동아리연합회에서 천막을 준비해주셔서 관객분들은 천막 안에서 관람을 했지만 공연자들은 비를 맞으면서 공연을 했어요.

이엉 : 엄청 쏟아지는 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히려 더 느낌 있는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아리박람회가 신입생들에게 동아리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인가요?

산우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예비대 때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단과대학들이 1박 2일씩 돌아가면서 한 리조트로 예비대를 가요. 모든 예비대가 끝나려면 9박 10일이 걸리는데 저희는 9박 10일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매일 공연을 해요. 그때가 신입생들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고 많은 홍보를 할 수 있습니다.

이엉 : 근데 모든 동아리가 공연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잘하는 동아리들만 할 수 있는데 저희는 매년 하고 있습니다! 항상 1순위로 섭외가 돼요.

인터뷰지에 꼭 적도록 할게요. 잘하는 동아리, 인기 많은 동아리 리드머! 동아리 박람회가 끝나고 신입생 오디션을 진행하셨어요. 신입생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찬우 : 신입생 오디션은 저희가 매년 진행하는 행사예요. 오디션은 크게 공연과 디자인 파트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공연의 경우 랩 파트와 보컬 파트가 있는데 랩은 다양한 스타일의 비트를 미리 선정해놓고, 신입생이 그 비트 중 하나를 골라 8~16마디 정도 가사를 직접 써서 외워온 후 오디션을 봅니다. 비트는 초보자도 쉽게 가사를 쓸 수 있게 리듬 타기 쉬운 비트로 선정해요. 보컬의 경우 기성곡의 1절을 부르는 걸 규칙으로 하는데 흑인음악에 근접한 음악만 허용합니다. 동아리방 내부에서 오디션을 하기엔 공간이 협소하고 참여 인원이 많아서 동아리방 밖 넓은 복도에 마이크와 앰프를 설치하고 진행해요. 신입생들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파악하는 정도고 탈락이나 합격 여부는 없습니다!

산우 : 디자인 파트는 기존에 있는 디자인팀이 따로 오디션을 기획하고 진행해요. 보통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신입생들은 그 주제를 굿즈, 로고, 포스터 등 자유형식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저희는 신입생을 받는 기간이나 기준 없이 언제나 누구나 신청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동아리에 들어오려면 이 오디션은 꼭 거쳐야 해요. 저희가 공연을 하는 동아리기 때문에 꼭 거쳐야 하는 작은 미션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들 신입생 오디션을 거쳐서 동아리에 들어오셨을 텐데, 공연부장님이 대표로 그때의 느낌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엉 : 지금까지 공연을 많이 해왔는데 그 공연들 중에서 제일 떨렸던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선배들이 다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엄청나게 부담이 되더라구요. 어떤 랩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요. 열심히 문장들을 뱉긴 했는데 언제 끝난지도 모르겠고...

산우 : 근데 그런 경험이 있어야 어떤 무대든 다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이번 2018년을 씹어먹을 것 같은 신입생이 있었나요?

찬우 : 네. 있었습니다. 근데 그 친구는 아직 안 왔네요.

이엉 : 저는 다 기대되고 다 잘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찬우 : 아, 말을 잘못한 것 같다...

(일동 웃음)

신입생은 어떻게 트레이닝을 받나요?

찬우 : 저희는 매주 금요일 6시 30분에 정모를 합니다. 1차와 2차가 있는데 1차 정모 때는 공지사항이나 동아리 행사 일정을 알려주고 2차 정모 때 트레이닝이 진행됩니다. 크게 보컬 파트와 랩 파트로 나누고 신입생들과 기존 동아리원들을 섞어서 조 편성을 해요. 기존 동아리원들이 신입생에게 가사 쓰는 팁, 발성, 발음 등을 코칭해주면서 같이 곡을 만듭니다. 어떤 틀 없이 자유롭게 곡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향상이 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2017년도 리드머 정기 공연 포스터.

정기공연은 언제 하고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찬우 : 정기공연은 매년 9월, 2학기 초에 개강총회를 겸해서 열립니다. 신입 기수는 무조건 다 참여를 해야 하는데 무대에 꼭 서야 정식 기수로 인정이 돼요. 기존 동아리원들도 참여를 하지만 신입생들에게 더 초점이 맞춰집니다. 주로 힙합클럽을 대관해서 진행하고 스티커나 열쇠고리 같은 굿즈도 준비해서 공연을 보러 오시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요. 상품을 사서 퀴즈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재밌게 호응해 주시는 분들에게 상품을 드리기도 합니다. 

산우 : 신입생들은 이 정기공연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하고 2차 정모 때 열심히 트레이닝을 하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요. 그리고 지인들을 초대해서 딱 보여주는 거죠. 내가 동아리에서 이런 걸 하고 있다! 나 잘한다!

이엉 : 그리고 꼭 초대를 받지 않은 일반인 분들도 자유롭게 관람하실 수 있게끔 포스터를 붙이고 거리 홍보도 해요. 포스터는 저희 동아리 내 디자인팀에서 직접 다 제작을 하는 거구요.

공연은 타임테이블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임테이블은 어떻게 짜시나요?

이엉 : 이런 기획을 하는 게 저, 공연부장입니다. 전체적인 공연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될 수 있게, 점점 신나지도록 만들어요. 앞 순서에는 잔잔한 알앤비나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은, 색깔이 강한 친구들로 구성을 하구요. 뒤로 갈수록 관객분들은 정신을 못 차리실 겁니다(웃음).

리드머만이 가진 공연 노하우가 있나요?

이엉 : 저희는 관객 호응,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행사 분위기나 주제에 따라서 신나는 곡을 해야 할 땐 과감히 대중적인 곡을 부르기도 합니다. 리드머가 만드는 음악들의 특징이기도 해요.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는 곡!

산우 : 공연을 하기 전에 '저희 후렴구가 이러이러한데 같이 따라 해주세요! 연습 한 번 같이 해볼게요!'하고 공연을 시작하면 관객분들이 정말 많이 따라 해 주세요.

찬우 : 그리고 제스쳐도 좀 더 풍부하게 구성하고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연습을 많이 해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동아리기 때문에 모든 동아리원들을 행사나 공연에 올리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요?

찬우 :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곡 점검'이라는 걸 합니다. 행사나 공연 섭외가 들어오면 단톡방에 공지를 올려요. [몇 월 며칠 몇 시 어디서 공연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몇 분이고 몇 팀이 참여 가능하다. 하고 싶은 사람은 공연부장에게 개인톡을 해라.] 만약 3곡을 할 수 있는데 그보다 더 많은 팀이 지원을 하면 공연 2~3일 전쯤 곡 점검을 합니다. 어떤 곡을 준비해 왔는지, 공연이나 행사 컨셉에 맞는 곡인지, 어느 정도의 퀄리티와 완성도를 갖고 있는지 평가해요. 열심히 준비했지만 곡 점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지만 좋은 공연을 위해 필히 진행해야 하는 심사라고 생각합니다.

연합공연 포스터

다른 학교 흑인음악동아리와 연합 공연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찬우 : 네. 부산대, 부경대, 경성대, 동아대까지 부산에 있는 4개의 대학의 흑인음악동아리가 모여서 1년에 2번 정도 연합공연을 합니다. 

연합공연이면 기싸움 같은 것도 일어날 것 같아요. '우리 동아리가 더 잘해!' 약간 이런 느낌의?

찬우 : 맞습니다. 이때는 곡 점검이 더욱 철저해져요. 곡 뿐만 아니라 제스쳐나 무빙까지 확인하고 AR도 직접 녹음해서 만들어 놔요.

이엉 : 잘생기거나 이쁘면 무조건 가산점이 들어갑니다. (일동 웃음)

산우 :  아, 아닙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인터넷 기사를 하나 봤어요. 동아재능기부봉사단에 재능기부를 하셨더라구요!

산우 : 네 맞아요. 동아재능기부봉사단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만든 봉사단체입니다. 저희 리드머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중고등학교 학생들 중 랩을 배우고 싶거나 공연에 서고 싶은 친구들에게 곡 작업을 하는 방법, 가사를 쓰는 노하우,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의 팁 등을 가르쳐주고 같이 트레이닝을 합니다. 리드머 동아리방에 같이 와서 곡점검을 해 보는 시간도 가져요. 일주일간 진행되는데 최종적으로 해당 학교의 강당이나 저희 학교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돼요. 

그런 활동을 통해 많은 보람을 느끼셨겠어요.

이엉 : 네. 저의 재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엄청 뿌듯했어요. 그 친구들과 헤어질 땐 정말 슬펐어요. '선생님 이제 못 보는 거예요?'하면서 막 울더라구요.

산우 : 공연이 끝났지만 아직까지 연락을 하면서 지내요. 여름에는 '만나서 빙수 먹자!'해서 빙수도 사주고 그랬어요.

이엉 : 저도 얼마 전에 같이 치킨 먹고 왔습니다. 중학교 학생들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고3이 됐더라구요.


Lead The Rhythm


회장 부회장은 어떻게 선출되나요?

찬우 : 선출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정기공연을 끝으로 간부진이 교체가 되는데 보통 자발적으로 회장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와요. 다들 동아리에 대한 열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회장으로 적합할 것 같은 친구에게 '너가 해 보는 건 어떠냐'라고 권유합니다. 그리고 회장이 정해지면 회장이 다른 간부진을 꾸려나가는 형식이에요.

이제 각자 한 분씩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왜 회장, 부회장 그리고 공연부장님이 되셨나요?

찬우 : 저는 따로 가사를 쓰고 곡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신입생인 1학년 때 힙합에 관심이 생겨서 동아대의 유일한 흑인음악동아리 리드머에 들어오게 됐죠. 선후배 관계없이 지내는 문화나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법, 그리고 음악적인 수준도 높아서 너무 좋았어요. 제 대학교 1학년 리드머 활동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 어떤 직책을 갖는다는 것이 부담이 돼서 꺼려하고 있었는데 군 전역 후에도 리드머에대한 애착이 많이 남아 있어서 회장을 하게 됐습니다. 

산우 : 저도 대학생활의 전부가 리드머였고, 한 번쯤은 간부를 맡아서 리드머를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부회장이 되었습니다.

이엉 : 저는 리드머 생활을 7년 동안 했고 이제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어요. 코스모스 졸업입니다. 제가 졸업을 해서 이 학교를 떠나기 전에 공연에 대해서 만큼은 다른 어떤 동아리보다도 퀄리티가 높은 리드머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그동안 해온 많은 공연으로 쌓인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꼭 전수해주고 싶었구요.

다들 멋지십니다. 간부진으로서 리드머에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 혹은 발전시키고 싶은, 밀고 나가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찬우 : 저는 동아리원이 하는 모든 활동이 전적으로 편하고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즐거움으로써 실력이 향상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산우 :  제 포지션이 랩이긴 하지만 보컬 파트의 힘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보컬 파트의 인원이 많이 줄었어요. 그래도 이번 기수 신입생들이 보컬 파트를 많이 지원해줘서 기분이 좋아요. 보컬에 대한 2차 정모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엉 : 저는 공연도 중요하지만 녹음, 음원 쪽으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싶어요. 제가 프로처럼 DAW를 다룰 줄 아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듣기 좋은 수준으로는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활용하고 알려주려고 해요. 양질의 음원을 많이 만들어서 '아 내가 진짜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회장님이 바라는 리드머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찬우 : 리드머가 동아리에만 머물지 않고 말 그대로 '크루'에 가까운 그룹이 됐으면 좋겠어요. 좀 더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음악을 하는, 하지만 동아리만이 느낄 수 있는 젊고 싱그러운 감성은 잃지 않구요.

부회장님! 신입으로 들어온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산우 : 이번 15기.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도 많고 잘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선배 기수들이 열심히 케어해주면서 9월에 있을 정기공연을 위해 다들 열심히 연습하고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해주면 좋겠습니다. 

공연부장님! 리드머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00 : 리드머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애착[명사] : 1.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 함. 또는 그런 마음.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은 참 행복하지만 그 대상에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고통이 뒤따른다. 리더는 책임감이란 무게를 하나 더 짊어지고 단체를 애착하는 사람이다. 사랑하고 떨어지지 않으며 또한 밀고 나아가고 이끌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신입생들이 하나둘 동아리방에 도착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를 건네는 회장, 부회장, 공연부장, 홍보부장, 총무. 사소한 행위지만 리더들의 애착과 책임감이 보였다. 

이런 훌륭한 리더 밑에서 배우고 성장한 신입생들의 음악은 어떨까?동아리방을 나오며 회장에게 '정기공연에 꼭 초대해 달라'라는 부탁을 했다. 여름을 몰아내는 이슬이 내릴 9월. 부산으로 와 그들의 뜨거운 공연을 보며 떠나는 여름을 잠시 붙잡아 봐야겠다.


Rhythmer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rhythmercrew/
MUSICUS : musi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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