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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6. 2022

2022년 04월 07일

봄이 곧 문을 두들길야고 핪니다. 이걷만 하여도 희망에 늠침니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우리의 사랑, 은둘기에게.


안녕? “오늘도 쪼은 하루”라고 아침부터 살갑게 챙겨주는 안부 인사가 반가워 오늘은 조금 길게 답장을 적어.


3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이다. 심지어 4월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어.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그 사이 온 세상 가득 봄이 폈어. 세상에,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횡단보도를 지나는데 무슨 영화처럼 벚꽃이 내게 와서 냉큼 두 손으로 휘날리는 봄을 잡았어. 혼자 얼마나 실실거렸는지 몰라. 오늘의 행운을 함께 노나 가지자! 반으로 갈라 더 큰 쪽을 네게 줄게.


올해 제주 벚꽃은 이번 주까지가 황금기인 것 같아. 벚꽃이 지는 게 아쉽기는 해도 전처럼 아쉽기만 하진 않아. 한국 제일 아래 제주에서 하나 둘 벚꽃이 진다는 건 그보다 조금 위부터 차례대로 하나 둘 벚꽃이 핀다는 거니까. 네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더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봄을 주러 간다는 뜻이니까! 새삼스레 참 멋진 일이다. 그치?


나는 늦지 않게 지난 주말 꽃놀이를 다녀왔어. 이리저리 휘날리는 벚꽃을 잡고, 바닥에 똑하고 떨어진 동백꽃도 세어보고, 킁킁거리며 유채꽃 냄새도 맡았어. 꽃다발을 받으면 늘 나 때문에 꺾여 시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통째로 피어난 꽃과 나무 보니까 그저 감탄하기만 할 수 있어 기쁘더라. 시들 걱정 없는 꽃다발을 선물 받은 느낌. 시드는 게 아니라 그저 하나의 제 삶을 살고 가는 거니까! 널따랗게 수놓은 꽃천지와 그리고 그보다 많은 사람들 둘러싸여 인생은 실감했어. 정말이지, 인생은 한아름 꽃다발 같아. 나는 아직까지도 와르르 쏟아지는 봄을 허겁지겁 줍느라 겨를이 없는데, 우리 은둘기는 어떨까. (사진으로 답장이 왔는데, 대구는 벌써 벚꽃이 지고 있구나! 놀라워라! 벚꽃에 벌써 초록잎이 나고 있다니.)


나한테 벚꽃은 분홍색인데, 올해 벚꽃은 유독 하얀 것 같아. 마음속부터 깨끗해지는 새하얀 밝음이다. 봄이면 가장 반가운 나무는 목련인데, 역시 설레는 데에는 벚꽃만 한 게 없다고 질리지도 않고 올해도 깨닫고 있어. 이것마저 참 한결같다. 온데간데없이 왔다 갈 봄이지만, 아니, 그런 봄이니까, 더더욱 봄 인사를 전해. 은둘기야, 희망에 늠치는 봄이야!!!!!


동봉하는 글은, 봄의 초입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떠오르는 책 속 편지 구절이야. 우리 함께 봄의 두들김을 듣고, 희망에 늠치자!

봄이 곧 문을 두들길야고 핪니다. 이걷만 하여도 희망에 늠침니다.

_화가 이성자가 신구대학교 학장 이종익에게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 강인숙,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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