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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7. 2022

2022년 03월 27일

옥 양께서 쏘아주는 볕으로 날로 달로 자랍니다

사랑하는 뼈다구 옥 양께.


뼈다구 옥 양, 반나절 사이 어디 몸 불편한 곳 하나 없이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 아침에도 어여쁜 얼굴 보고 집을 나섰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3월이라지만 아직 날이 차고 바람도 쉼 없이 불어 하늘로 날아가지는 않을까, 비 소식이 들리던데 빗방울 무거워 땅으로 꺼지진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을 살핍니다.


옥 양과 함께하는 매일은 허투루 보내는 날이 하루도 없지만 오늘은 특히 의미 있는 날이어요. 오늘은 옥 양과 낮부터 분주했지요. 평일에 미뤄뒀던 집안 대청소를 하고, 멀리까지 장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간식 삼아 먹은 서너 개의 빵은 생각보다 달지도 맛있지도 않았지만 함께 먹었기에 그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초밥이 먹고 싶어져 흘리듯 말했는데, 옥 양께선 흔쾌히 전에 함께 갔던 초밥집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전에는 몇 개씩이나 연이어 먹을 정도로 연어를 편애했는데, 어쩐지 저간에는 흰 살 생선에 손길이 갑니다. 특히, 광어 지느러미. 코스로 시켜 색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여러 가지 생선을 맛봤습니다. 초밥도 맛있었지만, 오늘 저녁의 백미는 역시 갓 튀긴 단호박 튀김이겠지요. 몸살 기운이 있던 옥 양께서도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쳐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저녁이었습니다. 고마워요. 정말이지, 고맙습니다. 맨몸으로 왔다 맨몸으로 가는 세상이라지만 옥 양과 함께한 모든 것은 저와 항상 함께할 것입니다. 살아서는 확실한데, 죽어본 적이 없어서 죽어서도 그럴지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함께하겠지요. 그럴 겁니다. 옥 양은 언제나 저와 함께니까. 우리는, 우리라면 응당 그래야 하니까요.


오늘 저녁 런데이 마지막 도장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 한 리쯤 떨어져 내려달라고 제가 그랬지요? 얼마쯤 뛰다 뒤에서 비추는 자동차 불빛에 자리를 비켜줬는데, 차가 제 옆을 지나가지를 않았습니다. 인적 없기로 유명한 이 동네에 무슨 불빛인가 싶었는데, 세상에 네상에, 우리 옥 양께서 먼저 가시지 않고 뒤에서 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제가 뛰는 보폭에 맞춰 얼마나 느리게 운전을 하셨을까요. 옥 양은 달님이신가요? 별님이신가요? 그도 아니면 해님이실까요? 옥 양 덕분에 런데이 마지막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1년 365일 일주일 중 7일을 옥 양께서 쏘아주는 볕으로 저는 날로 달로 자랍니다. 옥 양께서 안 계시면 저는 살맛이 안 납니다. 옥 양께서 드시면 저도 맛있고, 옥 양께서 주무시면 저도 잠이 달고, 옥 양께서 웃으시면 저도 즐겁습니다. 옥 양께서 우시면 세상만사 화가 나고, 옥 양께서 언짢으시면 온몸에 다래끼가 난 듯합니다.


옥 양과 함께할 수 있다니, 그걸로 살아볼 만한 인생입니다. 부디 오늘도 나와 함께 웃읍시다.

오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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