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May 06. 2022

2022년 04월 24일

매일이 우리의 땡스기빙데이!

채바라기야, 너를 칭찬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네 덕분에 말이 고와진 친구가 있듯이 너를 만나고 나는 마음이 고와져. 몇 번씩 체에 거른 것마냥 어떤 날은 반짝반짝 윤기가 나기도 해서 네 덕분이라고 두 손 가득 가루를 모아 자랑하고 싶어지기도 해.

너는 곧잘 “마음이 꽃밭이야!”라고 느낌표 아흔아홉 개를 달고서 말하지. 네 이력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응. 사실 안 될 걸 알지만) 너의 비공식적 특기는 내 마음 꽃밭 만들기가 아닐까. 너와 바다색 하늘 하늘색 바다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은 풍년 대잔치야! 내 마음에는 전에 너랑 심어두었던 우정도, 사랑도, 꿈도, 서른도, 친구도 만발하고, 아직 이름을 모르는 것들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어. 장미를 장미라 부르지 않아도 향기는 그대로라는 게 틀림이 없더라. 나도 모르는 새 무럭무럭 자라준 모든 아이들 전에 알던 꽃이든 이름 모를 열매든 그저 반가워서 수확하는 내내 기뻤어.

세상에는 높낮이가 있는 거니까 우리 꽃밭에 농번기가 이토록 가득하니 언젠가 농한기도 오기 마련이겠지? 그렇지만 있잖아. 한 해의 수확을 가늠치 못해도 때 되면 밭을 갈고 일구는 농부처럼 나는 풍년이 아니어도 좋으니 뭐라도 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길흉화복이야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고, 그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꽃밭을 가꿀게.​


내 울타리는 낮으니까 언제고 넘어와 마음껏 구경하고 시간을 보내. 먼저 네 꽃밭을 보여줘서 고마워. 네 꽃밭에 있는 모든 동식물은 네 꽃밭에 있어서 더 행복해 보이는 것들이라서 혹시라도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더라. 그냥 이렇게 볼 수 있는 것만도 귀하고 감동적이야.

그리고 덧붙여서, 너와의 약속은 약속 장소가 아닌 서로 모이는 시간부터의 들뜸으로 시작되곤 해. 어떤 날은 벚꽃 날리는 버스 안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목적지를 달리하는 버스들이 나란히 차례를 기다리는 터미널 벤치일 수도 있어. 장소와는 상관없이 너와 주고받는 들뜸이 즐거워. 아름다운 풍경에 서로를 보태고 싶은 마음은 용량 과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이고, 반쪽짜리 하트에 손그림으로 채워 넣은 하트 손은 우리의 기념비가 될 거야. 많은 동그라미를, 많은 하트를, 일상에 그려 채워 넣자.​


일 년에 이모작도 모자라 나는 너를 만나는 날마다 추수감사절이야! 계절은 상관없어. 가을이 아니면 어때. 우리름, 우리의 땡스기빙데이를 마음껏 종횡무진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04월 07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