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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준 Oct 14. 2019

미래는 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브레이킹 배드>

시한부 선고받은 주인공 통해 우리의 미래를 생각했다

넷플릭스에 가입했다고 했더니, 시동생이 미국 드라마 하나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덕분에 요즘 남편과 <브레이킹 배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꽤 오래된 드라마이지만 이토록 완벽한 결말은 본 적이 없다는 시동생의 말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가 <브레이킹 배드>를 재미있게 보는 이유는 단순히 스토리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매화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는 화학교사로 일하던 중 폐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50대 가장이다. 그의 삶이 끝남과 동시에 아내와 아들과 곧 태어날 아기는 가족의 소득원이자 기둥이 사라진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이에 월터는 자신이 떠난 뒤에도 계속될 가족들의 삶을 위해 죽음 이후의 책임까지 안은 채 범죄에 뛰어들어 미래의 생활비를 마련하려 애쓴다. 30대 후반인 나와 올해 40세를 맞이한 남편은 월터보다는 훨씬 젊지만 ‘만약 우리가 그 상황이라면 우린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에 이토록 몰입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그만큼 미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남은 한 사람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이며, 한 사람이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한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할 것인가. 계속 살아갈 사람에게는 무엇이 남아있을 것이며, 인생의 모양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남편과 소회를 나눈다. 이를테면


“가족들 앞에서 월터가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던 장면이 꽤 인상 깊었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걸 즐기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이루어낸 뒤에 미련 없이 죽을까, 아니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며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병원 좋을 일이나 시키면서 조금이나마 생명을 연장할까.”


와 같은 주제로 진지하게 미래를 이야기해본다. 우리에겐 닥치지 않은 미래이지만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 정말로 두려운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며,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되니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지더라는 월터의 말이 떠오른다. 나도 미래가 두렵다. 두려워서 미래를 대비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대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두려워하느라 소모하는 에너지는 얼마나 아까운가.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길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면 별빛이라도 붙잡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예고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니, 간 떨어지지 않으려면 두려움을 안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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