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현실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을 추구한다. 그 세계는 보이거나 잡히지 않기에 사유를 통하여, 상상력을 동원하여 더듬는 수밖에 없다.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격이다.
추상적인 것들은 모호하다.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받는 것들이 주된 흐름이 되어 하나의 세력이 만들어진다. 집결된 힘은 다른 말로 권력이라고 불린다.
예술이 권력의 정상에 오른 적이 있던가? 아직은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오지 않을 일이다. 왜냐하면 끝없이 단단해지며 영원하려는 권력 의지에 반하는 스스로 풀어헤쳐지려는 의지가 예술 내부에 잉태되기 때문이다. 예술은 생명을 갈망하는데 죽은 것들은 딱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