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무제 노트

by 김쾌대

가슴으로 스며드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 안에 숨어있던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된다.


때론 경외감으로 숨이 멎는 듯하기도 하고

때론 아련함으로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고.

문학은 그렇게 무엇인가를 드러나게 하지만

밝힌 만큼이나 동시에 무언가를 숨기곤 한다.


언어는 야누스를 닮았다.

우리가 아무리 명쾌하게 심정을 말하고 쓰더라도

끝에 가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느끼곤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도 디저트를 찾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그건 별이 생성하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소멸하는 것과 같다.

우주에 밝게 빛나는 수천억 개의 별들이 빛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넓게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고 한다.


나는 밤하늘을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한다.

맨몸으로 들어가는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당신은 자기도 모르게 나를 밀어내곤 했다.

그건 그때 당신이 무척이나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언어 너머에서 인생이 당신의 목을 움켜잡고 조여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문학은 일종의 한숨과 같은 것이다.

짓눌린 자들이 힘에 겨워 뱉어내는,

말과 글보다 더 지독한 현실이란 괴물의 그림자.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완전히 내 것으로 삼지 못했지만

그리고 지금은 손을 뻗어도 당신의 손을 잡을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신을 어떤 언어로도 담을 수는 없어서,

당신은 문학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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