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소로(Thoreau)가 지은 월든(Walden)이라는 책, 꽤 유명한데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소개하면 소로가 짧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매사추세츠 근교 숲속에 오두막을 지어 2년여를 살았다는 것이 요지이다. 숲에서의 생활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사회에서 격리되어 소박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고 살면서 느낀 생각이나 일상의 행동, 그리고 최소한으로 쓴 생활비 내역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을 나온 엘리트가 좋은 직장이나 보장된 사회생활을 스스로 그만두었다는 것도 의아하고 숲속의 단순, 소박한 생활에 매우 만족했을 뿐 아니라 남에게도 권유했다는 점도 이채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후일 월든을 현대인이 갈망하는 낙원이나 理想鄕의 하나로 여기는 사상적 조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를 동경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소로의 수필집과 그의 사상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적지 않았지만 먼 훗날 심리학계의 대부 스키너 박사는 그가 지향하는 심리학적 이상사회를 그리며 소로의 월든에 빗대어 ‘월든 2’라는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으니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소로의 ‘월든’과 스키너의 ‘월든 2’ 모두 일독을 권유할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소로를 재해석하는 새로운 책이 나와서 눈길을 끌고 있다.
2024년 8월 번역본이 발간된 ‘일터의 소로’(존 캐그, 조너선 반 벨 공저)가 바로 그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소로가 생각하는 방식에 입각하여 현대인들의 일자리, 직장생활에 대해 매우 통찰력 있는 해설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상세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지만 내용과 문장이 너무 좋아서 두 번이나 읽은 책이라는 점, 여기서 밝히고자 한다. 특히 마음에 든 문구 두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행하는 ‘워킹 놀리지’에 실린 글에 따르면 지금은 대 사직(great resignation)의 시대이다. 근로자들은 자신에게 정말 뜻깊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되었고 선택의 폭도 넓기 때문에 퇴직률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이 말이 외국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라서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의 사회변화를 생각하면 공감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에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로 근로형태를 바꾸었다가 코로나 위기상황을 벗어나자 다시 출퇴근이 의무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간 집에서 일하던 방식이 좋은 점, 나쁜 점도 있었지만 다시 회사에 나오라는 것에는 많은 저항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결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근무, 유연근무를 허용하는 직종이나 직장을 찾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대목은 이렇다. “우리는 때로 급여를 포기하고 일을 그만둔다. 그 대신 두 발 편히 뻗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하고 자존감을 되찾기도 한다.” 흔히 요즘 젊은 사람들 뻑하면 회사 그만두고 유튜브 방송하거나 해외여행 다니며 살겠다고 하여 어른들의 걱정을 사기도 하는 세태에서 젊은이들만 철없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직장 그만두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이 커서 쉽게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보이지만 요즘 젊은 층에게 회사나 직장의 생활이 많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인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물론 옛날 사람들은 모든 걸 참고 이겨냈기에 요즘 세대가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사직이 훨씬 쉽게 이루어지고 그것을 촉진하는 사회적 기제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대 사직의 시대는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잘 맞는다고 할 것이다.
길어졌는데 자, 이제 돌아와서 한마디만 더하기로 하자. 은퇴고 사직이고 간에 직장이라는 곳이 인간의 생활을 영위하고 개인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장치라서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심각한 사안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직과 은퇴 이후에 대안이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기도 하다. 따라서 좀 더 넓게 생각하고 자신만의 월든을 찾아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